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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창3

[청년 사기를 만나다] 역사를 공부한다, 고로 살아간다 역사를 공부한다, 고로 살아간다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 1.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에 관하여 교과서를 비롯해 정리된 역사에 익숙한 나에게 ‘역사를 쓴다’는 생각은 아주 낯설다. 그동안 내가 본 역사들은 친절했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고, 그것의 발단은 무엇이었고, 또 어떤 사건들의 연쇄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지 등등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읽는 게 지루할지언정 머리 아프지는 않다. 역사 공부는 끈질기게 정리된 것들을 꼼꼼하게 외우면 되는 일이었다. 아마 교과서 역사에 익숙한 대부분의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역사란 ‘써야 할 것’이라기보다 ‘읽어야 할 것’이고, 읽어야 할 역사는 곧 암기해야 할 정보다. 신라는 당나라와 연합을 맺어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켰고, 이순신은 노량해전에서.. 2025. 7. 11.
[청년 사기를 만나다] 유협열전(游俠列傳) : ‘나’를 위한 자존적 투쟁 유협열전(游俠列傳) : ‘나’를 위한 자존적 투쟁 규창(고전비평공간 규문)1.불온한 이들을 기록하다 《사기(史記)》를 읽다 보면, 놀라운 영웅담을 만날 수 있다. 《논어(論語)》에서 제자들과 배움을 일상으로 삼았던 공자가 제자 자공을 사신으로 보내 전국을 좌우하는 낯선 모습을 볼 수도 있고[〈중니제자열전(仲尼弟子列傳)〉], 13년간 홀로 서쪽을 떠돌았던 장건[대원열전(大宛列傳)]의 소설 같은 모험담도 읽을 수 있다. 그런 반면, 이걸 공식 역사책에 기록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불온’한 이야기들도 있다. 특히 〈유협열전(游俠列傳)〉이 그렇다. 내가 생각하기에, 〈유협열전〉은 《사기》의 모든 기록 중에서 가장 불온한 이야기인 것 같다. 유협(游俠)에 대한 사마천의 기록은 그 자체로 당대 한나라의 폭력성을 고.. 2025. 6. 20.
[호모쿵푸스, 만나러 갑니다] 역사를 만나다: 뜨거운 포부, 뜨거운 역사 역사를 만나다 : 뜨거운 포부, 뜨거운 역사 규창은 규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고 때로는 밥도 한다. 세미나 시간에는 자리에 꼿꼿하게 앉아 온몸의 혈 자리를 주무르고, 틈틈이 스트레칭도 잊지 않는다. 행동이 야단스럽지 않고 은근해서 과묵할 것 같기도 하지만, 의외로 안 끼는 곳이 없다.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자기 일이 아니더라도 슬쩍 등장해 말과 손을 보탠다. 깊은 저음의 목소리 때문일까? 참견하고 끼어들어도 촐싹대지 않는다. 그의 마음에는 풍랑이 치지 않을 것만 같다.그를 봐온 지 수 년이 지났건만, 규창의 마음속에 불이 들끓는다는 걸 인터뷰를 하며 처음 알았다. "열이 받았다", "뜨겁다", "혈기가 왕성했다", "악에 받쳤다", "치열하다" 자기 얘기를 할 때도, 시.. 2024.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