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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걷다보면] 은영들, 물소리길을 걷다 은영들, 물소리길을 걷다 우수에 나선 물소리길 대동강 물도 녹으며 봄이 온다는 우수(雨水)다. 물소리길의 강물도 다 녹았을까. 그래서 양평 물소리길을 골랐다. 양평 주변을 흐르는 강을 따라 조성된 둘레길인데 총 여섯 개의 코스로 조성되어 있고, 경의중앙선과 연결되어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재작년 1월에 걸었을 때는 혼자였는데 이번에는 동행을 찾았다. 인문약방 프로그램 에서 함께 공부했던 조은영님, 나와 이름이 같다. 죽전역에서 수인선을 타고 왕십리역에서 경의중앙선으로 환승해서 아신역까지 두 시간, 검색은 그랬다. 하지만 실제 경의중앙선은 지나가는 기차를 보낸다고 5분씩 대기하는 역이 몇 개나 되었다. 30분 지각, 일찌감치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던 은영님을 만났다. 우수라지만 날씨는 여전히 쌀쌀했다. 아신.. 2023. 4. 27.
[행설수설] 송첸의 티벳, 문성공주의 당제국을 품다 송첸의 티벳, 문성공주의 당제국을 품다 *이 글은 강의의 일부 내용입니다. 티벳에 문자와 불교를 보급한 송첸캄포 지난번에 티벳의 민족 신화는 잘 들으셨죠? 원숭이, 나찰녀, 관세음보살로 이루어진 조합이 티벳 민족의 시조인 조상들을 낳았어요. 이후 그들로 형성된 열 두 개의 부족이 지도자를 내려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렇게 인도에서 온 왕자 같은 분이 하늘에서 떨어져서 얄룸 왕조라고 하는 최초의 왕조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다음 33대 송첸캄포가 등장하면서 티벳 역사가 전면적으로 바뀝니다. 일단 수도가 얄룸 계곡에서 라싸 평원으로 옮겨져요. 지금 우리가 아는 라싸 시대를 연 대제가 송첸캄포인 거죠. 그런데 송첸캄포가 위대한 건 얄룸 왕조에서 토번 왕국이 됐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이거를 다 통일하려면 군사적 힘만.. 2023. 4. 26.
[메디씨나 지중해] 이사 이야기 이사 이야기 마라갈 주민이 되다 내가 바르셀로나로 공부하러 가게 되었다고 공표했을 당시, 많은 지인이 나를 찾아가겠노라고 약속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꼭 짚어야만 했는데, 내가 공부하게 될 학교가 행정구역상 ‘바르셀로나‘에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내가 살았던 기숙사 캠퍼스는 시내에서 기차를 타고 사십 분은 나가야 나오는 산에 있었다. 밤이면 멧돼지가 출몰하고, 낮이면 수의대 학생들이 양과 말을 치는 그런 캠퍼스에… 덕분에 나는 지난 일 년 반 동안 바르셀로나 도심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살았다. 내가 찍는 일상 사진은 초록빛 자연의 색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한국 지인들에게 이 야생(?)의 캠퍼스를 소개할 기회는 끝내 오지 않았다. 올겨울부터 한국 손님들이 하나둘씩 바르셀로나를 방문하기 시.. 2023. 4. 25.
[나이듦 리뷰] 만국의 늙은이여, make kin, not babies!! 만국의 늙은이여, make kin, not babies!! 내가 늙으면 누가 나를 돌봐주지? 한 5년 전쯤인가? 그러니까 어머니를 돌본 지 3년 정도 되던 어느 날이었는데 떨어져 사는 아이 둘과 간만에 함께 밥을 먹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독박돌봄의 고단함을 한도 끝도 없이 펼쳐놓았고 그 끝에 “내가 늙으면 도대체 누가 나를 돌보지?”라는 질문을 꺼내놨다. 그러면서 딸에게 모계 돌봄의 전통^^을 이어받으라고 은근히 압력을 가했다. 딸은 이런 저런 저항을 시도했지만 결국 굴복, 내가 딸을 20년 키워준 만큼 이후 최소 20년은 나를 돌봐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옆에서 우리 둘의 ‘티키타카’를 지켜보며 낄낄거리던 아들 녀석은 그것을 ‘9.15 OO 효녀 선언’이라 이름 붙였다. “자식에게 아첨은 .. 2023.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