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3649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충분하다』 - 유머와 자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충분하다』 - 유머와 자비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다. 『끝과 시작』은 사실상 '경전'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사실 나는 '시'詩를 그다지 즐겨읽는 편이 아니었다. 정서적으로는 어쩐지 간지럽기도 하고, 이성적으로는 늘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이 쉼보르스카를 읽으면서 바뀌었다. 『충분하다』에 실린 시들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너무 과하지도 않고, 간지럽지도 않다. 제목 그대로 '충분하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적절함'이 주는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베어있다.(적절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유머와 자비」는 시인의 유고 중에 있던 미완성 시다. 거의 단점만 가지고 있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거의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장점으로 .. 2018. 11. 19. 아빠가 되었다, 다른 삶이 주어졌다 아빠가 되었다, 다른 삶이 주어졌다 아빠가 된다는 건, 어떻게 되는 건가? 나에게 그것은, 거의 다시 태어나는 정도의 변화였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 전반을 갈아엎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일이었다. 그것은 존재가 전혀 다른 장(場)에 놓이는 일이다. 예전에는, 아빠가 되기 전에는 ‘아이를 낳아 길러보아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콧방귀(흥!)가 나오곤 했다. 그 이야기는 마치 ‘공부엔 다 때가 있다’는 말처럼 옳기만 할 뿐 여전히 젊(다고 믿고 있)은(는) ‘나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공부에 ‘때’를 놓쳐봐야 정말로 공부에 ‘때’가 있‘었’음을 알 수 있듯, 진짜 부모가 되어 봐야 정말 ‘어른’이 된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법이다. 나의 경우엔 ‘어른’이 되.. 2018. 11. 16. 인공인간으로서의 주권 - 中 인공인간으로서의 주권 - 中 하늘은 하나(一)를 얻음으로써 맑고,땅은 하나를 얻음으로써 안정되며,왕후는 하나를 얻음으로써 천하의 정(貞)이 된다.이와 같이 무릇 하나는 귀한 것이다. ... 주권이 마땅히 하나이며 마땅히 나누어질 수 없음을 알 수 있음이 아니겠는가. 불씨 주권론을 번역해 내며 이 한 마디를 붙인다.─불파사(拂波士), 「「主權論弁言」」(1895) 홉스에 대한 노자적 해석그런데 여기서 번역자들의 의도를 살펴볼 수 있는 열쇠가 있다. 이는 다름 아닌 책 앞에 달려있는 변언(弁言)이다. 앞서 다카하시의 지적을 소개했듯이 이 변언은 본문에 대한 해제적 성격을 띠고 있지 않다. 그런데 이 변언은 다소 엉뚱하다 싶은 내용을 전하고 있다.하늘은 하나(一)를 얻음으로써 맑고, 땅은 하나를 얻음.. 2018. 11. 15. 한 사람의 생애가 재즈의 역사 - 『마일즈 데이비스』 한 사람의 생애가 재즈의 역사 - 『마일즈 데이비스』 현재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평탄하거나 또는 굴곡지거나, 어쨌든 매끈한 직선으로 이어진 듯 보이는 흐름 속에서 불쑥 솟은 봉우리들이 있다. 저건 또 뭔가 싶어서 자세히 살펴보면, 거기에 ‘천재’가 있다. 예술에 관한 이야기다. 히틀러가 ‘천재’라는 말을 전유한 이래로, 모든 인간은 선험적인 차원에서는 모두 평등하다는 이념이 일반화된 이래로 ‘천재’라는 말은 어쩐지 불편한 단어가 되고 말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예술에 있어서만큼은 ‘천재’가 있다는 걸 믿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길을 걸으며, 혹은 버스에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어떤 곡을 듣고서 이게 누구 연주이겠거니 생각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는 곡, 좋아하는 곡이어서 이미 여러번 들어본.. 2018. 11. 14. 이전 1 ··· 443 444 445 446 447 448 449 ··· 9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