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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20

필사筆寫, 노트와 펜은 마음의 훈련장 필사筆寫, 노트와 펜은 마음의 훈련장 '필사'는 말 그대로 '베껴쓰는' 것이다. 이 단순한 일에도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한다면 사실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필사가 가진 '단순함' 덕분인지 때문인지, 어쨌든 '단순'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요소가 한가지만 들어와도 필사 작업 전체가 무의미한 일이 되거나 안 하는 게 더 좋은 일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내용에 집중하면 '속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그런데 그것도 한계가 있다. 필사는 눈으로 쫓으며 책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동작'을 요구한다. 눈은 원본의 글자들을 쫓아야 하고, 동시에 내가 쓰고 있는 글자들이 잘 써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히 주로 쓰는 쪽의 손과 팔을 이용해서 노트에 글자를 옮겨가야 .. 2017. 12. 18.
육아일기_감기, 곤경을 넘어서는 힘과 지혜를 얻길 _엄마 감기, 곤경을 넘어서는 힘과 지혜를 얻길 (요 앞편에 아빠도 말했듯이)결국 가족이 모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아기가 생후 6개월이 되면 엄마에게서 받아 나온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계속 가지고 있다가 6개월에 갑자기 바닥나는 게 아니라 출생 후부터 서서히 떨어지다가 6개월 무렵이면 면역력이랄 게 거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산 직후 나오는 ‘초유’에 면역 성분이 풍부한 것이고, 그렇기에 초유라도 꼭 아기에게 먹이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완분(완전분유수유. 분유만 먹음) 아기인 우리 딸도 다행히 초유는 겨우 먹었다. 내가 나름 면역력이 약하지 않은 체질이기 때문에 아기도 어느 정도 그런 영향을 받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지만 생후 6개월이 되면 언제라도 감기에 걸릴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 2017. 12. 15.
카프카, 어느 투쟁의 기록 어느 투쟁의 기록 나는 벽을 사랑하여요 “아아,” 하고 쥐가 말했다. “세상이 날마다 좁아지는구나. 처음만 해도 세상이 하도 넓어서 겁이 났었는데. 자꾸 달리다 보니 마침내 좌우로 멀리 벽이 보여 행복했었지. 그러나 이 긴 벽들이 어찌나 빨리 마주 달려오는지 어느새 나는 마지막 방에 와 있고, 저기 저 모퉁이엔 내가 달려 들어갈 덫이 놓여 있어.” - “넌 오직 달리는 방향만 바꾸면 되는 거야” 하며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었다.(카프카,「작은 우화」) 카프카의 유고 중에는 쥐가 벽을 만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 쥐는 무척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요. 허방 속에서 허우적댈 수는 없기에 기대어 설 수 있는 벽을 만나 반가워했지만, 오히려 그 벽에 훅 압사될 지경에 놓입니다. ‘아, 어쩌지?’ 그때 갑자기 .. 2017. 12. 14.
존 윈덤, 『트리피드의 날』 식물원에서 트리피드를 말하다 존 윈덤, 『트리피드의 날』식물원에서 트리피드를 말하다 나의 부모님은 식물을 좋아하신다. 아주. 집 앞 마실이건 가벼운 공원소풍이건 캐리어 챙겨든 장거리여행이건 간에, 두 분과 함께라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불시에 가르침이 치고 들어오고(“저기 저거, 뭔지 아니? 저건 우묵사스레피나무란다”), 느닷없는 퀴즈의 고비들을 숱하게 넘겨야하기 때문이다 (“자, 어제 저 나무 이름 가르쳐줬지? 맞춰봐.”). 그리고, 재작년 어느 날의 나처럼 이랬다가는 끝장이다. “오목이었나 볼록이었나. 아... 볼록사슬 어쩌구 칡나무?”짠, 이제 우묵사스레피나무가 보일 때마다 놀림당하기 연간회원권을 획득하셨습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제주도 여행 스케줄에 부모님이 유료 식물원 방문을 꾹꾹 욱여넣으신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도 남.. 2017. 12.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