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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아기가왔다 1

육아일기_감기, 곤경을 넘어서는 힘과 지혜를 얻길 _엄마

by 북드라망 2017. 12. 15.

, 곤경을 넘어서는 힘과 지혜를 얻길



(요 앞편에 아빠도 말했듯이)결국 가족이 모두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아기가 생후 6개월이 되면 엄마에게서 받아 나온 면역력이 떨어진다고 한다. 계속 가지고 있다가 6개월에 갑자기 바닥나는 게 아니라 출생 후부터 서서히 떨어지다가 6개월 무렵이면 면역력이랄 게 거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산 직후 나오는 ‘초유’에 면역 성분이 풍부한 것이고, 그렇기에 초유라도 꼭 아기에게 먹이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완분(완전분유수유. 분유만 먹음) 아기인 우리 딸도 다행히 초유는 겨우 먹었다. 




내가 나름 면역력이 약하지 않은 체질이기 때문에 아기도 어느 정도 그런 영향을 받지 않을까 기대하긴 했지만 생후 6개월이 되면 언제라도 감기에 걸릴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열이 높은 감기만은 아니기를 바랐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7개월이 넘어 딸이 먼저 감기에 걸리고 이어서 아빠가 걸리고 끝으로 엄마가 걸렸다. 엄마나 아빠가 먼저 감기에 걸려서 아기에게 옮기는 것만 생각했는데, 딸이 먼저 감기에 걸릴 줄이야(아기가 감기에 걸리지 않고 엄마나 아빠 어느 한쪽만 감기에 걸리면 그 사람은 격리조치에 취해지고, 나머지 한 명은 무시무시한 독박육아에 들어가야 했는데, 둘 다 ‘애고애고’ 소리를 내며 아기를 돌볼지언정 독박육아는 면하게 되었다)


아무튼 일주일 전쯤 낮에 놀던 딸의 작디작은 콧구멍에서 맑은 콧물이 주륵 흘러내렸을 때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싶었다. 체온을 재보니 다행하게도 열은 없고 콧물 외에는 먹는 거나 노는 패턴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아서 하루이틀 더 두고 보기로 했다(잠자는 패턴에는 변화가 생겼는데, 콧물이 본격적으로 흐르기 전인데도 1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깼었다. 아마 몸이 편치 않아서 그랬으리라). 그러다 콧물 양이 점점 많아지고, 또 콧물감기를 그대로 두면 아기의 경우 중이염으로 쉽게 발전한다고 하여 소아과에 가서 처방을 받았다. 의사샘은 이 시기 아기들이 원래 엄마에게서 받아 나온 면역력은 떨어지고 새 면역력은 생겨나지 않아 감기에 잘 걸리고, 또 그렇기에 자칫 합병증으로 발전하기도 쉽다면서, 지금 상태보다 더 나아간 상태(기침이 나거나 열이 있거나)가 되면 바로 병원에 오라고 하셨다. 지금 상태 정도면 처방해준 약을 먹이고, 안정을 취하게 하면서 좀 두고 보면 1~2주 정도 뒤에 나을 거라고 하셨고.


(아무튼 그래서 내심 우응순 샘이 선물해 주신 예쁜 옷을 입고, 감이당+남산강학원 학술제에 놀러 가서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려던 계획은 무산되었다. ㅠㅠ 송년회에는 꼭 가기 위해 몸을 만드는 중이다.)


코가 막혀서 분유를 먹을 때도 힘들어하던 딸은(평소에는 중간에 트림을 시키려고 분유병을 빼면 난리난리를 치는데, 숨이 막히니까 자기가 스스로 고개를 돌려 분유병을 빼곤 했다) 3일간 처방받은 약을 먹고 평소처럼 이유식도 분유도 잘 먹으며 아직까지는 순조롭게 낫고 있는 중이다. 


소아과 의사들의 말에 따르면 감기는 아기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학습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감기에 걸리는 게 나쁜 일이 아니고, 오히려 어릴 때 감기에 자주 걸린 아기가 이런 학습의 결과로 커서는 감기에도 덜 걸리고 설령 걸려도 잘 떨쳐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살면서 감기 한 번 안 걸릴 수는 없는 일이기에, 언제고 딸이 감기에 걸릴 거라고 생각했고, 부디 너무 심하게 앓지만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보다 내가 딸에게 늘 염원하듯 중얼거리며 말하는 것 중 하나는 어떤 감기에 걸려도 그걸 겪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물론 엄마니까 딸이 어떤 어려움이나 곤경에 처하면 뭐라 말하기 어려운 마음아픔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딸이 어려움을 다 피해가거나(그런 삶이 있을 수 없다는 건 차치하고), 좋은 길로만 가길 바라지 않는다. 나는 우리 딸이 어려움이나 곤경을 넘어가는 체력과 지혜를 가지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체력과 지혜는 그냥 얻어지지 않는다는 걸, 나이 많은 엄마는 안다. 하여, 딸이 수많은 감기를 겪으며 수많은 코막힘과 신열과 부은 목과 몸살로 매번 아프겠지만, 그 아픔을 잘 겪어서 다음 번의 아픔은 조금은 더 ‘잘’ 지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아픔을 겪는 딸을 보며 내가 겪어야 할 마음아픔은 또 나의 것으로 내가 잘 처리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우리 딸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아기들이, 감기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잘 학습하게 되기를, 그래서 다음 번 감기에 또 걸릴지라도 합병증으로 진행되는 일은 없기를, 잘 먹고 잘 자면 금방 떨쳐내는 힘을 가지게 되기를 소망한다.


_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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