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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거망동 금지! 주변을 살피고 신중하게 행동하라! - 천뢰무망괘

by 북드라망 2014. 9. 11.

함부로 행동하지 않으면 편안하다




천뢰무망

오늘 만나볼 괘는 ‘천뢰무망’으로 위쪽은 건괘(☰), 아래쪽은 진괘(☳)로 되어있다. 괘를 해석할 때에 계급으로 보기도 하는데, 천뢰무망의 위쪽은 양(陽)들의 집단이고, 아래쪽은 음 속에서 강한 힘을 가진 양이 등장했다. 위쪽은 건실하고, 아래쪽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인 것이다.


1효는 큰 뜻을 품고 어지러운 상황을 쇄신하고자 한다. 부패한 관리들이 수두룩하다면 일이 잘 풀리겠지만, 상층부의 힘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이를 간과하고 일을 벌이면 경거망동이 되고 만다. ‘망’(妄)은 ‘망령되다, 헛되다’ 등의 뜻이 있는데, ‘경거망동’(輕擧妄動)에도 같은 글자를 쓴다. 즉, 이 괘의 이름은 ‘경거망동 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온 것이다.
 


괘사


无妄元亨利貞 (무망원형이정)
‘무망’은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其匪正 不利有攸往 (기비정 불리유유왕)
바르지 않으면 재앙이 있으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지 않다.


‘무망’괘는 하층부가 지각변동을 일으켰기에 상황이 몹시 어지럽다. 혼란기에는 상황에 맞게 대처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이를 ‘시중’(時中)이라 한다. 시중이란 시작해야 할 때 시작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나서며, 거두어야 할 때 거두고, 마무리해야 할 때 마무리하는 것이다. 뭐든지 타이밍에 적절하게 맞는 게 중요한데, 무망괘에서는 타이밍에 맞춰 바르게 행동하면 크게 형통하다고 보았다.
 

천뢰무망은 타이밍에 맞춰 바르게 행동하면 행통하다


彖曰 无妄 剛自外來而爲主於內 (단왈 무망 강자외래이위주어내)
단에서 말하길 무망은 ‘강’이 밖으로부터 안으로 와서 안의 주인이 되니

動而健 剛中而應 大亨以正 天之命也 (동이건 강중이응 대형이정 천지명야)
움직여 굳건하고, ‘강’이 중정해서 응하여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하니 하늘의 명이라.

其匪正有眚 不利有攸往 (기비정유생 불리유유왕)
바른 것이 아니면 재앙이 생기고 가는 바가 이롭지 않다는 것은

无妄之往 何之矣 (무망지왕 하지의)
경거망동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간다면 어디로 가겠으며

天命不祐 行矣哉(천명불우 행의재)
천명이 돕지 않으면 행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단전」에서는 무망괘가 ‘강’(剛)이 밖으로부터 안으로 와서 주인이 된다고 하였다. ‘강’은 지상에서 펼쳐지는 양(陽)이다. 즉, 상괘인 건괘를 뜻한다. 위쪽괘를 바깥이라 보고, 아래쪽괘를 안으로 보기 때문에 이렇게 해석하는 것이다. 이는 곧 하층부의 일을 건괘가 관장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하괘는 행동력이 있고 상괘는 강건하다. 5효가 가운데 자리에 맞게 위치해 하괘에 호응해주니 하층부는 마음을 ‘바르게’하여 움직여야 한다. 전체의 입장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하늘의 작용인 것처럼, 상괘와 한마음이 되어 일어나는 것 또한 ‘하늘의 명’이다. 그러므로 ‘바르다’는 것은 전체의 입장을 살펴 거기에 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사로운 욕심은 독이 되므로 경계해야 한다.


질주본능에 브레이크를 걸고 신중하게 행동하라.


하괘는 의욕이 충만하다. 앞뒤 보지 않고 경주마처럼 질주하기 쉬운데,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상괘다. 윗사람들을 무시하고 하면, 윗사람들이 괘씸히 여겨 돕지 않는다. 그러면 되는 일이 없다. 여기서의 윗사람들은 실제로 윗사람들일 수도 있고, 조상님들일 수도 있고, 천지신명일 수도 있다. 그래서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행해질 수 없”다고 하였다.


효사


初九 无妄 往吉 (초구 무망 왕길)
초구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가면 길하다.


「상전」에서는 “경거망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동하는 것은 뜻을 얻는다”라고 하였다. 1효(초구)는 음으로 구성되어 있는 하층부에 갓 들어온 유능한 인재이다. 그가 보기에는 분위기가 너무 침체된 상태인지라 쇄신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그러나 섣불리 행동하면 상층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1효는 이럴 때일수록 신중해야 하며, 상층부와 화합하여 침체된 것들만 부분적으로 변혁해야 한다.



六二 不耕穫 不菑畲 則利有攸往 (육이 불경확 불치여 즉이유유왕)
육이는 밭 갈지 않더라도 수확을 하며, 개간하지 않더라도 밭을 얻는다. 가는 바가 있으면 이롭다.


2효(육이)는 하층부의 중심적인 존재다. 1효가 시도하는 변화가 엄청나서, 이것을 막지 않고 잘 이끌어주면 1효 덕분에 자신도 이득을 보는 상황이다. 「상전」에서는 “밭 갈지 않더라도 수확하는 것은 아직 넉넉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것은 1효로 인해 얻는 콩고물(!)이 그렇게 크지는 않다는 뜻이다. 어쨌든 2효는 1효와 호흡을 맞추어 변혁을 꾀해야 한다.


六三 无妄之災 (육삼 무망지재)
육삼은 경거망동하지 않아야 하는 재앙이다.


或繫之牛 行人之得 邑人之災 (혹계지우 행인지득 읍인지재)
간혹 소를 매어놓으면 행인이 얻게 되어 읍인이 재앙을 당하게 된다.


천뢰무망괘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이 있으니, 그는 3효다. 1효의 행동력으로 2효는 득을 보지만, 3효는 별다른 주목도 이득도 받지 못한다. 그래서 불만도 많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쉽다. 만약 3효가 불만을 갖고 반항한다면 이것을 경거망동이라고 본다. 3효는 큰 잘못을 하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큰 손해를 보는 자리이다. 예전에는 소가 집의 큰 재산이었다. 3효가 경거망동을 하면, 소를 매어놓아도 다른 사람이 몰고 가버리는 큰 손해가 생기게 된다. 소를 잃는다는 것은 가장 귀중한 것을 잃는다는 의미이니 3효는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九四 可貞无咎 (구사 가정무구)

구사는 가만히 참고 있으면 허물이 없다.


4효는 군주인 5효의 바로 아래 자리이다. 상층부 입장에서는 1효가 도모하는 일이 경거망동으로 보이기도 하고, 상층부에 도전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1효의 몸부림(!)은 결과적으로 다 같이 잘되자는 의미이므로, 이들을 너무 제약해서는 안 된다. 4효는 하층부를 지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참으면 허물이 없다고 한 것이다.  


九五 无妄之疾 勿藥有喜 (구오 무망지질 물약유희)
구오는 경거망동하지 않아야 하는 질병이니 약을 쓰지 말아야 기쁨이 있다.


5효는 ‘천뢰무망’괘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이다. 양의 자리에 양으로 있고, 2효와 서로 응하는 상황이다. 재미있는 것은 ‘경거망동 하지 않아야 하는 병’에 걸렸다는 부분이다. 하층부에서 불어오는 변혁의 바람을 일종의 병으로 본 셈인데, 이 병은 약을 쓰지 말아야 좋다고 한다. 어떤 경우는 약을 먹지 않고 온전히 몸으로 버텨야 더 건강해지기도 한다. 약의 도움을 받은 만큼 의존도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니 5효는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느낌이랄까.



上九 无妄行有 无攸利 (상구 무망행유 무유리)
상구는 경거망동하지 않아야 하는 상황에서 가면 재앙이 생겨 이로울 바가 없다.


6효는 지금 어딜 가면 안 된다. 가장 아끼는 3효가 위험한 상황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3효를 달래고 설득하기 위해 자리를 지켜야 한다. 만약 6효가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고 가버리면 3효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곤궁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


‘천뢰무망’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경거망동이다. 흔히 “경거망동 하지마!”라고 말은 무언가를 경솔하게 행동하려 할 때(혹은 했을 때) 듣게 된다. 경솔하다는 건 급하다는 뜻이다. 상황이 좋지 않으면 좋게 만들고 싶어서, 상황이 좋으면 더 좋게 하려고 조급해진다. 이럴 때 개인의 욕심에 사로잡히면 주변 사람들을 모두 힘들게 만든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만약 주역점을 쳐서 ‘천뢰무망’괘가 나왔다고 치자. 그렇다면 질주를 잠시 멈추고 생각을 해봐야 한다. 지금 경거망동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바르게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주변을 살피고 전체 흐름을 보며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말을 들어도 막상 어떤 상황에 닥치면 그렇게 못 할 때가 많다. 이 괘는 그런 ‘질주본능’에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신중함’은 드물고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한 삶의 지혜인 것이다.


이민정(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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