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용도가 2011년에, 읽기에 좋았더라
―줌파 라이히, 잭 케루악, 나탈리 앤지어
연말에 여기저기서 나오는 올해의 음반, 올해의 책 등등의 리스트에 묻어가는 의미로다가 저 역시 2011년에 읽어서 좋았던 책 3권을 가지고 왔습니다(고작 3권이냐!고 하셔도 그건 저도 어쩔 수가 없…). 이걸 꼽으려고 차분히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게 올해였던가 지난해였던가 뒤죽박죽이 되고, 그래서 그게 무슨 내용이었지? 하면서 제 안에서 엉키고 막 그래 버린 까닭에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들 위주가 되었습니다. 요래요래 저만의 리스트를 꼽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어떤 작가를 좋아했고, 어떤 느낌의 책을 계속 읽었고, 작년과는 그 리스트가 어떻게 달라졌고 등등이 보여 나름 재밌고 좋았답니다.
알리고 싶지 않지만 언제나 깨지고 열려 버리는 가족 이야기
가족을 떠올려 보세요. 뭐랄까 한숨이 절로…나도 모르게 눈에서는 땀이… 흠흠. 아직 결혼 전이라 부부관계에 대해서는 할..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이런 문장은 이해가 됩니다.
한편으로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입에서 절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또 한편으로는 어쩐지 쓸쓸합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함과 불화, 서로에게 가하는 요구, 그 에너지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딸 인생의 주변에서, 그애 결혼생활의 그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잡동사니로 가득 찰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도 싫었다. 그동안 소유했던 것, 책과 서류와 옷가지와 물건을 최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어느 시점까지 규모가 불어난다. 그는 이제 그 시점을 넘겼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 가족이라는 건 뭐랄까 입안에 들어 있는 뜨거운데 맛있는 음식처럼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곤란함을 우리에게 주는 동시에 물리적․감정적으로는 가장 가까우나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기에 굉장히 쉽게 포기해 버리게 되는 기묘한 인간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잡한 것 같지만 또 생각해 보면 가족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는 우리는 그래서인지 우리 모두 각자의 개개인이건만 ‘가족’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하는 말이나 대하는 태도가 모두 비슷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만난 줌파 라이히라는 작가의 글에서는 이렇게 뭉뚱그려지는 가족이 개인으로 떨어져 나와 묘사되는 장면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를테면 이런 문장은 정말이지…
아무튼요, 가족에 대한 책을 많이 봤지만서도, 이 책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소설에서 가족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뭐 제가 책을 그렇게 많이 안 봤다는 말이겠지요. 뭐, 그..그렇겠지요…….
미국 대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되는 책, 그러나 반납이 가장 안 되는 책!
엄..엄청 유명한 책인데(몇 년 전에 제가 이걸 저작권 문의를 했었던 기억까지 있어요) 비교적 늦게 읽었습니다(하긴, 안 그런 경우가 오히려 없는 듯;;). 그런데 너무 뭐랄까 이야기가 많이 되었기 때문인지 어째서인지 읽고 싶지 않아서 마음속 장바구니(?)에만 오래도록 넣어두고 있다가 최근 들어서야 보게 되었는데요. 아니 이건 뭐… 기분이 요상하다는 말밖에. 분명 잘 쓴 글은 아닌 것 같은데, 모든 게 너무나도 거친데(?) 계속 읽게 되고… 그야말로 손에서 놓기가 싫더군요.
이를테면 이런 문장.
또는 이런 문장.
혹은 이런 사람.
잭 케루악이 실제로 3주 만에 썼다고 하는 이 책은 소설의 내용과 말투와 캐릭터와 작가와 그 모든 게 서로 닮아 있습니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고 지쳐 쓰러질 것 같고, 미친 듯 보이면서 기묘하게 매력적이고, 즉흥적이고 정신없고, 그러나 자신을 젊음으로 규정하는 이들에게 망치와도 같은……. 청춘과 젊은이들의 바이블이니 전설이니 하는 말들 때문에 무의식 어딘가에서 괜히 밀어내고 있었던 마음이 언제 있긴 했었나 싶게 저 또한 샐과 딘의 좌충우돌 미국‘방황’기에 매료되어 서교동 제 방에서 이걸 읽는 내내 저는 덴버에 머물렀다가 뉴욕에 머물렀다가, 히치하이킹도 하였…다면 믿으시려나?^^;; 지도도 못 보는 제가 괜히 『거꾸로 달리는 미국』(유재현, 그린비)의 지도까지 뚫어져라 찾아보고 사진도 찾아보고 했으니 믿어 주세요(뭔 상관…). 참으로 여행기가 넘치고 넘쳐 범람하고 있는 이때에, 애초에 여행기라는 것이 왜 필요했던가, 젊은이들은 또한 그 작품에 왜 열광했던가를 이 책을 (안 보신 분들은) 보시면서 느껴 보셨으면 참으로 좋겠고 에또 마지막으로 이제는 제발,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는 여행기 책들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나의 무지가 나의 기쁨입니다!
올해 저 개인적으로 성과랄까, 변화랄까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저의 독서리스트가 전보다 약간 다양해졌다는 것? 저에게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편견들 중에 하나(과학은 어렵다, 나는 어려운 걸 싫어한다, 나는 과학을 싫어한다)가 간신히 겨우 사라졌다는 것? 아무튼 저는 뭐랄까 과학이 어떤 공식이나 어려운 이론들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물론 그게 크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워낙 오해만 하고 있던 분야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보통 과학자나 이론을 내놓는 사람들을 대중이 인식하는 이미지는 괴짜나 기인과 같은 느낌이 대부분인데,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거의 미치광이나 사회부적응자로 그려놓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만사에 딴죽을 거는 것을 취미활동으로 하는 저부터도 이런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한번도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바로 저의 무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장을 만나면,
저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정말로 믿고 싶어집니다. 우주를, 제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이런 문장을 만나고 나면,
우주의 모든 것은 서로가 있음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어디까지나 ‘근거’에 기반해서 믿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막 세상이 그야말로 원더풀하게 느껴집니다. 아 물론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긍정하고 사랑하고 아름답게 우찌우찌하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작동방식이 너무나 정교하고 자연스러워서, 바로 그것이 너무 경이롭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생각하죠, 과학이 이렇게 놀랍고 아름다운 거였음을. 이렇게 다른 종류의 기쁨을 주는 것이 가능한 학문임을. 너무 거창해질까봐 그만 적겠습니다만, 아무튼 저는 이 책을 시작으로 원소와 주기율표와 물리학 등등을 사랑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라고 해봐야 갱장히 쉬운 책들을 읽는 것부터 하고 있습니다만). 공부할 게 많아서, 알고 싶은 게 점점 많아지고 있는 서른 살의 다용도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반대로 알아갈 게 너무 많기에 오늘도 햄볶아요…♡
―줌파 라이히, 잭 케루악, 나탈리 앤지어
편집부 다용도
연말에 여기저기서 나오는 올해의 음반, 올해의 책 등등의 리스트에 묻어가는 의미로다가 저 역시 2011년에 읽어서 좋았던 책 3권을 가지고 왔습니다(고작 3권이냐!고 하셔도 그건 저도 어쩔 수가 없…). 이걸 꼽으려고 차분히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게 올해였던가 지난해였던가 뒤죽박죽이 되고, 그래서 그게 무슨 내용이었지? 하면서 제 안에서 엉키고 막 그래 버린 까닭에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들 위주가 되었습니다. 요래요래 저만의 리스트를 꼽아 보고 있으려니, 내가 어떤 작가를 좋아했고, 어떤 느낌의 책을 계속 읽었고, 작년과는 그 리스트가 어떻게 달라졌고 등등이 보여 나름 재밌고 좋았답니다.
알리고 싶지 않지만 언제나 깨지고 열려 버리는 가족 이야기
가족을 떠올려 보세요. 뭐랄까 한숨이 절로…나도 모르게 눈에서는 땀이… 흠흠. 아직 결혼 전이라 부부관계에 대해서는 할..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어쩐지 이런 문장은 이해가 됩니다.
“인생의 짝을 찾는다고 그렇게 헤매고서, 그 사람과 아이까지 낳고서, 아밋이 메건을 그리워한 것처럼 매일 밤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렇게 절실하게 혼자 있길 원한다는 건 끔찍하지 않은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고, 그조차 점점 줄어든다 해도 사람을 제정신으로 지켜주는 건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이.”
한편으로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입에서 절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또 한편으로는 어쩐지 쓸쓸합니다. 그래서, “그는 다시 가족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 복잡함과 불화, 서로에게 가하는 요구, 그 에너지 속에 있고 싶지 않았다. 딸 인생의 주변에서, 그애 결혼생활의 그늘에서 살고 싶지 않았다. 더구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잡동사니로 가득 찰 커다란 집에서 사는 것도 싫었다. 그동안 소유했던 것, 책과 서류와 옷가지와 물건을 최근에 정리하지 않았던가. 인생은 어느 시점까지 규모가 불어난다. 그는 이제 그 시점을 넘겼다.” 이런 문장을 읽으면, 가족이라는 건 뭐랄까 입안에 들어 있는 뜨거운데 맛있는 음식처럼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곤란함을 우리에게 주는 동시에 물리적․감정적으로는 가장 가까우나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하기에 굉장히 쉽게 포기해 버리게 되는 기묘한 인간관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복잡한 것 같지만 또 생각해 보면 가족에 대해서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는 우리는 그래서인지 우리 모두 각자의 개개인이건만 ‘가족’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하는 말이나 대하는 태도가 모두 비슷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만난 줌파 라이히라는 작가의 글에서는 이렇게 뭉뚱그려지는 가족이 개인으로 떨어져 나와 묘사되는 장면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요, 이를테면 이런 문장은 정말이지…
“아버지는 식사 뒤엔 언제나 설거지를 도맡았는데, 식후 15분 동안 서있으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루마와 달리, 그녀의 어머니나 다른 어떤 사람과도 달리, 아버지는 그릇에 비누칠을 모두 할 때까지 물을 틀어놓지 않았다. 접시와 냄비를 헹굴 준비를 다 할 때까지 기다렸고, 그때까진 스펀지 문지르는 소리만 조용히 들렸다.”
아무튼요, 가족에 대한 책을 많이 봤지만서도, 이 책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소설에서 가족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뭐 제가 책을 그렇게 많이 안 봤다는 말이겠지요. 뭐, 그..그렇겠지요…….
미국 대학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되는 책, 그러나 반납이 가장 안 되는 책!
엄..엄청 유명한 책인데(몇 년 전에 제가 이걸 저작권 문의를 했었던 기억까지 있어요) 비교적 늦게 읽었습니다(하긴, 안 그런 경우가 오히려 없는 듯;;). 그런데 너무 뭐랄까 이야기가 많이 되었기 때문인지 어째서인지 읽고 싶지 않아서 마음속 장바구니(?)에만 오래도록 넣어두고 있다가 최근 들어서야 보게 되었는데요. 아니 이건 뭐… 기분이 요상하다는 말밖에. 분명 잘 쓴 글은 아닌 것 같은데, 모든 게 너무나도 거친데(?) 계속 읽게 되고… 그야말로 손에서 놓기가 싫더군요.
이를테면 이런 문장.
“그들은 함께 거리를 달려가며 별별 일에 다 끼어들었다. 나중에는 아주 애처롭고 슬프고 허무한 관계가 됐지만, 처음에는 서로 매달리다시피 하면서 춤추듯 거리를 돌아다녔다. 나는 내 관심을 끄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그랬던 것처럼 휘청거리며 그들을 쫓았다.”(1권, 18쪽)
또는 이런 문장.
“너무나 많은 걸 좋아하고, 모든 게 뒤죽박죽이고, 이 별에서 저 별로 바꿔 가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별똥별을 쫓아다니는 나…”(1권, 205쪽)
혹은 이런 사람.
“그는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 즉 정처없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에게 취해 있었다. 모두가 그를 알았다. 그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거나 때로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했다. 그는 일년 내내 이런 인사를 하고 다녔다.” (1권, 91쪽)
잭 케루악이 실제로 3주 만에 썼다고 하는 이 책은 소설의 내용과 말투와 캐릭터와 작가와 그 모든 게 서로 닮아 있습니다. 모든 게 뒤죽박죽이고 지쳐 쓰러질 것 같고, 미친 듯 보이면서 기묘하게 매력적이고, 즉흥적이고 정신없고, 그러나 자신을 젊음으로 규정하는 이들에게 망치와도 같은……. 청춘과 젊은이들의 바이블이니 전설이니 하는 말들 때문에 무의식 어딘가에서 괜히 밀어내고 있었던 마음이 언제 있긴 했었나 싶게 저 또한 샐과 딘의 좌충우돌 미국‘방황’기에 매료되어 서교동 제 방에서 이걸 읽는 내내 저는 덴버에 머물렀다가 뉴욕에 머물렀다가, 히치하이킹도 하였…다면 믿으시려나?^^;; 지도도 못 보는 제가 괜히 『거꾸로 달리는 미국』(유재현, 그린비)의 지도까지 뚫어져라 찾아보고 사진도 찾아보고 했으니 믿어 주세요(뭔 상관…). 참으로 여행기가 넘치고 넘쳐 범람하고 있는 이때에, 애초에 여행기라는 것이 왜 필요했던가, 젊은이들은 또한 그 작품에 왜 열광했던가를 이 책을 (안 보신 분들은) 보시면서 느껴 보셨으면 참으로 좋겠고 에또 마지막으로 이제는 제발, 서로가 서로를 복제하는 여행기 책들은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나의 무지가 나의 기쁨입니다!
나탈리 앤지어의 『원더풀 사이언스』(지호, 2010)
올해 저 개인적으로 성과랄까, 변화랄까 할 수 있는 점은 바로 저의 독서리스트가 전보다 약간 다양해졌다는 것? 저에게 있는 셀 수 없이 많은 편견들 중에 하나(과학은 어렵다, 나는 어려운 걸 싫어한다, 나는 과학을 싫어한다)가 간신히 겨우 사라졌다는 것? 아무튼 저는 뭐랄까 과학이 어떤 공식이나 어려운 이론들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물론 그게 크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방식을 말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뭔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실 모든 공부가 그렇겠지만 워낙 오해만 하고 있던 분야라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보통 과학자나 이론을 내놓는 사람들을 대중이 인식하는 이미지는 괴짜나 기인과 같은 느낌이 대부분인데,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거의 미치광이나 사회부적응자로 그려놓는 경우가 많은데 세상만사에 딴죽을 거는 것을 취미활동으로 하는 저부터도 이런 고정관념에 대해서는 한번도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 바로 저의 무지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문장을 만나면,
“과학자들은 우주의 모든 것이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리라고 믿는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에게 끊임없이 놀라움을 가져다준다. 임마누엘 칸트는 ‘우주에 관한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저는 정말 입이 떡 벌어지고 맙니다. 그리고 정말로 믿고 싶어집니다. 우주를, 제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또 이런 문장을 만나고 나면,
“결합은 생명의 또다른 이름이다. 이 모든 결합들, 온갖 결합의 무리들은 각자 맡은 일이 무엇이든 서로 힘을 다해 이 우주가 단 하루라도 더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준다.”
우주의 모든 것은 서로가 있음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어디까지나 ‘근거’에 기반해서 믿게 됩니다. 그리고 갑자기 막 세상이 그야말로 원더풀하게 느껴집니다. 아 물론 감정적으로 모든 것을 긍정하고 사랑하고 아름답게 우찌우찌하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작동방식이 너무나 정교하고 자연스러워서, 바로 그것이 너무 경이롭게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때 저는 비로소 생각하죠, 과학이 이렇게 놀랍고 아름다운 거였음을. 이렇게 다른 종류의 기쁨을 주는 것이 가능한 학문임을. 너무 거창해질까봐 그만 적겠습니다만, 아무튼 저는 이 책을 시작으로 원소와 주기율표와 물리학 등등을 사랑하기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라고 해봐야 갱장히 쉬운 책들을 읽는 것부터 하고 있습니다만). 공부할 게 많아서, 알고 싶은 게 점점 많아지고 있는 서른 살의 다용도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서 반대로 알아갈 게 너무 많기에 오늘도 햄볶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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