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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

[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지워진 인간성을 되살리는 열쇠, 이야기

by 북드라망 2026. 7. 27.

지워진 인간성을 되살리는 열쇠, 이야기


도나 바르바 이게라의 SF소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김선희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2)는 뉴베리 상이 100주년을 맞이한 해의 대상작이다. 2061년, 지구가 혜성 충돌로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인류의 씨앗을 보존하기 위해 새로운 행성 '세이건(Sagan)'으로 향하는 우주선을 띄운다. 시력이 온전치 않은 열두 살 소녀 페트라 페냐는 과학자인 부모와 동생과 함께 긴 항해를 위해 동면에 들어간다(380년 정도 후에 깨어날 예정). 떠나기 전, (우주선에 타지 못하는) 페트라의 할머니는 멕시코의 전통 이야기꾼인 쿠엔티스타(cuentista)답게 수많은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작별을 고하고, 주인공 페트라는 할머니처럼이야기 전달자('쿠엔티스타')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동면에 들어간다.

그러나 항해 도중 우주선에서는 일종의 반란이 일어나 새로운 지배 세력인 콜렉티브(Collective)인간의 전쟁과 갈등은 모두 과거의 기억과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모든 승객의 기억과 개성을 지운 채 하나의 획일적인 사회를 만들려 한다. 동면 장치의 오류로 페트라는 기억을 잃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 되어 동면에서 깨어나고, 모두가 감정이 없고 과거를 잊은 채 살아가는 우주선 속에서 목숨을 걸고, 자신과 더불어 번호로만 불리며 하나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아이들에게 할머니로부터 들은 신화와 전설, 지구의 역사와 문학을 들려준다. 

이 책은 이야기가 어떻게 기억과 문화, 자유를 지키는 힘이 되는지를,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의 힘을 발휘하는지를, 이야기가 어떻게 절망 속에 다시 희망의 불을 지피는지를, 페트라의 시선에서 보여 준다. 페트라가 콜렉티브에 대항할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할머니의 옛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이 페트라의 힘이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도 어느 인터뷰에서 당신의 어린 시절 시골뜨기로 서울 명문학교에 입학해 저학년 때는 공부도 못하고 열등감에 시달렸을 때 "열등감을 이길 수 있었던 까닭은 내가 어머니에게 듣고 책으로 읽어 수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였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그애들이 모르는 세계를 알고 있다"는 것이 힘을 주었다고,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세계가 따로 있다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고 말이다.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은 인간이 찾는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살아 있음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는 바로 그 경험을 이어주는 가장 오래된 방식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 보고, 내가 태어나기 전의 시간을 기억하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함께 상상한다. 그래서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은 삶을 전하는 것이 된다. 『마지막 이야기 전달자』는 우리에게 결국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일지 모른다고, 우리는 이야기로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비로소 한 사람이 되는지도 모른다고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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