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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공지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북토크 후기

by 북드라망 2024. 12. 17.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북토크 후기

오월연두(인문공간세종)

 

오선민 작가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일상의 애니미즘 북토크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처음 마주친 건 아기 토토루와 가오나시였다. 하야오 감독님이 친히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보내셨나 했는데 알고보니 기헌 샘의 손 작품이란다. 두 친구 덕분에 북토크가 한층 활기찬 느낌이었다. 북토크 강의실 뒤에는 작가님이 책을 집필하면서 참고했던 지브리 스튜디오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관련된 책들도 같이 전시되어 있었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탈 것, 먹는 것 등을 비롯해 작품에 삽입되지 않는 수많은 스케치들을 모은 책도 있었다. 한 권의 책이 나오고 하나의 영화 작품이 나오는데 보이지 않는 수많은 시도와 참고 문헌이 필요함에 새삼 존경하는 마음이 들었다. 북토크는 사회자의 책에 관한 퀴즈로 시작되어 작가님의 미니 강의와 열띤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미니 강의에서 작가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왜 보게 되었으며 작품에서 애니미즘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뽑아내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셨다. 어느 날 작가님이 “귀신이 있을까요?”라고 친구한테 물었는데 친구가 “모르죠.”라고 답을 했다고 한다. 눈에 안 보이니까 없다라고 말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모른다는 답변은 작가님께 ‘있다’와 ‘없다’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작가님은 또한 집에 있는 물건들도 많이 버린 것 같은데 뒤돌아보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많이 쌓여 있는 걸 보고 물건도 혼자 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과연 없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만물에 영이 있다’는 에드워드 타일러의 ‘애니미즘’으로 연결되었다고 한다.

만물을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이웃집 토토로>의 메이의 집 마루 아래는 검댕이들이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구멍이 있는데 거기에 쓰레기(유리병)가 그려져 있다. 그걸 보고 작가님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심하게 많이 그린다고 생각하셨다고 하셨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신들의 온천장에서 온천물을 만드는 가마우지 할아버지의 보일러실에는 수북히 쌓여 있는 담배 꽁초, 치약, 칫솔, 퉁퉁 불어있는 책도 그려져 있다. 그런 것들은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그래서 안 보이는 것들인데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눈에 안 보인다고 없다고 할 수 없고,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세상이 틀린 것은 아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감독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은 조실부모하고 고생하다 남을 좀 돕고 그리고 학교 가고 밥을 먹는다. 그렇게 고생하고 하는 일이 학교 가고 밥 먹는 일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센은 돼지로 변한 부모를 구하고 나서 학교에 간다.) 그의 애니메이션에는 청소하고 밥 먹고 빨래하는 장면이 매우 공들여 그려져 있다.(<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쫓기는 와중에도 파즈는 빵과 달걀, 사과를 가방에 챙기고, 해적단 도라와 아들들은 엄청나게 먹는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은 사건일 뿐 오늘 하루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하야오 감독의 메시지를 오 작가님은 ‘일상’이라는 키워드로 길어오셨다고 한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을 세미나를 통해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했던 게 1년 전인데 그때의 이야기들이 한 권의 책으로 나오다니 너무 반가웠다. 일상이 흔들릴 만큼 큰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사건을 겪는 과정에서 일상을 놔버리는 게 아니라 제대로 살아나는 게 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능력,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의 쓸모를 보여주는 게 애니미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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