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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서당』천간 탐구편 ― 갑목 공자와 아홉 제자들 이야기

by 북드라망 2023. 11. 1.

『간지서당』천간 탐구편 ― 갑목 공자와 아홉 제자들 이야기


박장금 선생님의 신간 『간지서당』에서는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천간 특징을 공자와 그 제자들의 캐릭터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사주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이분들이 보여 준 언행이 그 천간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간지서당』의 천간 캐릭터들을 살짝 보여 드립니다.

 

1. 갑목형 인물, 살림 제일 공자

 

“아름드리 거목도 새싹에서 시작하며, 어떤 대단한 일도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누구나 시작은 미미하다. 하지만 아무리 미미해도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 공자는 척박한 토양에서 인(仁)의 새싹을 틔웠다. 그 새싹은 점점 자라 거목이 되었고 그를 중심으로 숲이 형성되었다. 지구에 나무가 없다면 다른 생명은 살아갈 수 없다고 한다. 인간만 해도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산소로 숨을 쉬고 있다. 예컨대, 아마존은 세계 산소의 20%를 방출하는 동시에 연간 약 10억 톤의 탄소를 흡수한다고 한다. 우리는 숲의 호흡으로 살고 식물을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공자 또한 거대한 숲을 형성했고, 그것은 여전히 우리의 정신적인 자양분이 되고 있다.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이 소중하듯 2천 5백 년 전에 공자가 조성한 인(仁)의 숲은 시공을 초월하여 우리를 숨 쉬게 하고 있다.”(『간지서당』, 40쪽)

 


2. 을목형 인간, 배움 제일 안회

 

“갑목은 강하고 진취적인 데 비해 을목은 유연하고 부드러운 모습이다. 하지만 을목은 갑목과 달리 모든 장애를 극복하면서 끝까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해 간다. 현실적인 면에서 보면 을목은 갑목보다 강해 보이는 면이 있다. 공자와 안회를 비교해도 딱 그렇다. 공자의 이상적 비전을 현실에서 배우고 익혀서 배움의 길을 실천한 것은 안회이므로. 공자에게 안회는 여러 방면에서 자신의 비전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 준 소중한 제자인 셈이다.
공자는 자신이 세운 정치적 비전을 이해하고 익히는 안회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회는 그 마음이 삼 개월 동안 인을 떠나지 않았다. 그 나머지 사람은 하루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이를 뿐’(「옹야」, 『낭송 논어』, 174쪽)이라며 기특해했으며, ‘가르쳐 주면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은 회일 것이다’(「자한」, 『낭송 논어』, 289쪽)라며 스승이 제자에게 보내는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공자는 을목의 강인한 생명력으로 지치지 않고 배우고 익히는 안회를 꿰뚫어 보았던 것이다.”(『간지서당』, 53쪽)


3. 병화형 인물, 실천 제일 자로 

 

 

“공자는 행동 전에 먼 수양할 것을 강조했는데, 자로가 속도조절을 하도록 만들기 위함이다. 안회와 자공이라면 충분히 생각한 후에 실천했겠지만, 성질 급한 자로는 단편적으로 생각해서 행동을 하다가 큰 사고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은 만물을 비추고 따듯하게 하지만 적재적소에 맞게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면 의도와 상관없이 모든 것을 다 태울 수 있는 성질을 가졌다. 공자는 병화의 맹렬한 불기운을 타고난 자로가 화력을 잘 조절하여 세상을 이롭게 하는 불이 되길 바랐을 것이다. 공자는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뗏목을 타고 바다를 떠다니련다. 아마도 나를 따를 사람은 유(자로)겠지?’ 했다. 자로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했다.”(『간지서당』, 70쪽)


4. 정화형 인물, 언변 제일 재여

“이렇듯 병화 자로가 행동이 앞선다면 정화 재여는 말이 앞선다. 정화는 열기를 품고 있기 때문에 그의 말에는 강력한 에너지가 함축되어 있다. 즉, 빛이 열이 되듯 그는 늘 확신에 찼고 말에 온몸의 기운이 실려 있었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이 재여는 무의식적으로 여름 불꽃이 계속될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현실적인 해결책을 떠올렸을 것이다. 삼년상을 치르면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재여는 기질상 공자의 의도를 이해하기보다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더 먼저였을 것이다. 하지만 배움이란 안회의 태도처럼 물러가 자신을 살펴보고 한 걸음 나아가 가르침대로 뜻을 발휘하여 확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재여는 불안감이 앞서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가 크게 다가왔을 것이고, 현실의 문제를 두고 3년 동안 상을 치른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을 것이다.”(『간지서당』, 84쪽)


5. 무토형 인물, 신뢰 제일 자장 

 

“『논어』에는 자장이 배운 내용을 허리띠에 적는 모습이 등장하는데, 그의 공부 열정이 느껴지는 깨알 같은 장면이다. 연구자 안핑친은 자장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신이 제멋에 겨워 뛰쳐나가는 일이 없도록 스승의 말씀이 묶어 주기를 바란 듯하다’라고 했다. 자장에게 공자의 가르침은 자신의 양기를 멈추게 하는 끈과 같았다.
그는 배움을 통해 파워풀한 양기를 조절하면서 많은 생명들을 살리는 풍요로운 산이 되어 가고 있었다. 훗날 자공은 자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아름다운 공로가 있어도 자랑하지 아니하며, 귀한 지위를 가졌어도 잘한다 여기지 않으며, 남을 업신여기지도 않고, 안일에 빠지지도 않으면서, 어디 고할 데 없는 이들에게 거만히 굴지 않는 자는 전손사(자장)의 행동입니다. 이에 대하여 선생님께서는 <그 공로를 자랑하지 않는 것은 그럴 수 있다 해도 그 백성들에게 폐단이 없게 하는 것은 어짊이다. 『시경』에 아름다운 군자시여, 백성의 부모로다 하였으니 그 어짊은 대학의 깊은 뜻이로다>라고 하셨습니다.’(왕숙, 「제자행」, 『공자가어』, 임동석 옮김, 동서문화사, 2009, 359쪽) 대놓고 벼슬과 명성을 향해 달리던 자장이 도를 향해 삶을 전환한 후 이룬 경지이다. 그는 마침내, 그가 그토록 원하던 통달의 경지에 이르러, 큰 산이 되었다.”(『간지서당』, 103쪽)


6. 기토형 인간, 양육 제일 자하 

 

“자하는 『시경』에 나오는 보조개, 눈동자 등 세부묘사와 흰 비단의 아름다움의 의미가 무엇인지가 궁금했던 것 같다. 공자는 뭔가를 그리려면 바탕인 흰 비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자하는 그림을 그리려면 바탕이 먼저 있어야 하듯, 삶에서도 예의 형식보다는 예의 정신이나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이것도 기토다운 발상이다. 대지와 같은 포용력을 가진 기토 자하였기에 바탕의 중요성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그림을 볼 때 세부묘사에 주목하는 게 보통인데, 바탕을 먼저 보다니, 기토다운 접근 아닌가! 기토는 양기의 극단에서 한 걸음 물러난 상태이다. 양기 절정의 순간에 멈출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성숙함을 내재했다는 뜻이다. 성장만 할 수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아는 자만이 멈출 수 있고, 그 멈춤을 통해 성숙함으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여 자유는 앞만 보고 달리던 기세를 멈추고 내면으로 향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자였고, 이것이 바로 기토의 내공인 것이다.”(『간지서당』, 116쪽)


7. 경금형 인간, 능력 제일 자공 

“남회근 선생의 해석에 따르면 공자가 자공을 그릇에 비유한 것은 ‘전형(典型)를 이루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람에게 ‘저 사람 물건이다’라고 할 때 어떤 방면에서 완성됐음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 자공은 본보기를 보여 줄 정도로 완성도 높은 인간이었고 공자는 자공을 옥으로 만든 귀한 제기, 호련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봄은 성장하는 때이므로 성질을 규정할 수가 없다. 예컨대 한참 자라는 아이들이 재능이 탁월하다 해도 규정지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반면 가을에는 결실을 맺는 시기이므로 단단한 형상을 빚어낼 수 있다. 경금 자공은 가을의 열매 맺는 기운으로 원숙한 인간형을 창조해 낸 것이다.”(『간지서당』, 131쪽)


8. 신금형 인물, 성과 제일 염구 

“어느 날 공자가 제자들에게 정치적 포부를 물었다. 그러자 염구는 작은 나라를 다스린다면 3년 안에 풍족하게 할 수 있지만 예악은 능력 부족이니 현명한 군자를 기다리겠다고 답한다. 결실의 기운을 타고난 염구는 물질을 다루는 데는 능숙했지만 무형인 예악은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던 것 같다. 가을에는 눈에 보이는 열매가 열리듯, 신금 염구는 성과가 보이는 일은 잘 처리했지만 예악처럼 성과가 날지 안 날지 알 수 없는 일에는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 염구에게 공자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염구는 스승에게 ‘저는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힘이 부족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러자 공자께서 ‘힘이 부족한 자는 중도에 그만두는데, 지금 너는 미리 금을 긋는 것이다’(「옹야」, 『낭송 논어』, 180쪽)라고 꾸짖으셨다.”(『간지서당』, 146쪽)


9. 임수형 인물, 지혜 제일 자유 

“공자조차 오판한 담대멸명의 진면목을 자유가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임수 기질을 잘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겨울 임수는 씨앗을 만드는 기운이다. 씨앗은 모든 계절을 거친 후 생명력을 하나로 통일시키는 기운이라 세상의 외적 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근원을 탐구하는 힘이 강하다. 이런 임수 기질을 타고난 자유는 외적인 것보다는 축적된 내면의 힘으로 세상을 보았다. 외모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담대멸명이 정도를 걷고 청탁을 하지 않는 모습에 주목한다. 기본에 충실한 담대멸명의 행위, 그것이 자유가 그를 군자로 판단한 기준이었던 것이다.
공자는 자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능해지려면 배워야 하며, 알고자 하면 물어야 하며, 잘하고자 하면 자상해야 하며, 넉넉해지려면 미리 준비가 있어야 한다. 능히 이렇게 하여 실행한 자는 언언(자유)이로다.'(왕숙, 「제자행」, 『공자가어 1』, 동서문화사, 2009, 359~360쪽) 공자는 자유의 임수 기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간지서당』, 158쪽)


10. 계수형 인물, 마무리 제일 증삼

 

“『주역』에 ‘무성유종’(無成有終)이라는 말이 있다. 완성이나 성취는 없으나 끝은 있다는 뜻이다. 끝은 성취나 완성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끝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다. 끝을 향해 가며 다시 시작한다는 뜻이 무성유종의 의미이다. 증자야말로 그 말에 딱 부합하는 인물이다. 그는 공자에게 ‘아둔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속적인 수행으로 공자의 도통을 이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는 아둔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속도가 다를 뿐이다. 음악의 빠르기로는 라르고(largo), 렌토(lento) 정도가 되겠다. 그의 느린 속도로 다져진 지혜는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 공자 사후 다른 제자들은 다른 나라에 가서 도를 전하거나 벼슬을 했다. 하지만 증삼은 자신의 고향에서 강학을 하여 뛰어난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는데 그중 공자의 손자 자사도 증삼에게 배웠다.
계수는 봄의 새싹이 움트기 전 씨앗과도 같다. 증삼은 스스로 씨앗이 되어 많은 제자들을 키워 낸 게 아닌가 싶다. 증삼의 인품에 감명을 받은 자유와 전손사 등은 그를 공자처럼 섬기고 싶어 했다. 하지만 증자가 원하지 않았기에 실행되지는 못했다.”(『간지서당』, 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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