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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나를 안다는 것, 내 삶을 안다는 것 - '불편한 진실'과의 조우

by 북드라망 2011. 11. 17.
예전에는 친구와 다툴 때 곧잘 “넌 날 잘 몰라”라는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면에는 ‘난 이러이러한 사람인데 넌 사람 볼 줄 모르는구나?’하는 마음이 숨어 있었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저도 저를 잘 몰랐습니다. 애니어그램, 별자리, 혈액형, 동물점 등등. 당시 유행하는 심리 테스트는 꼭 해봐야 직성이 풀렸고 점성술에 관심이 많아 타로 카드 책을 사서 공부하기도 했지요. 그런데도 여전히 ‘나’라는 존재를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올해 초,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마주하고 싶다며 일년 과정의 공부를 호기롭게 시작했습니다. 수업에는 매번 암기를 해오는 쪽지시험이 있었지요. 1등은 못해도 상위권은 따 놓은 당상인 줄 알았는데(이것이 바로 몹쓸 환상이죠-_-) 결과는 하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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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부하는 시간을 얼마 들이지 않고도 1등이 되기를 바랐던 것을, 제가 암기력이 별반 뛰어나지 않다는 사실을요. 이것을 받아들이는 데 마음의 저항감이 어찌나 컸던지, 한동안은 수업 가는 날만 되면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회사 일이 바빠서, 몸이 아파서……. 머릿속은 핑계로 가득했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라며 격려해주신 분들 덕분에, 혹은 재시(재시험) 좀 그만 보라고 압박해주신 분들 덕분에 저는 도망치지 않고 계속 수업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찾고 있던 ‘나’는 제가 만들어 놓은 이미지에 불과했다는 것을요. 드라마 속 여주인공 같은 상(像)을 머릿속에 그리고 자꾸 거기에 저를 끼워 맞추려고 했던 불편한 진실을 이제서야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하하;;

이러한 상황을 마주한 후 저는 모르는 척하고 살거나, 불편하지만 받아들이거나 중 하나를 선택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눈 감아버리면 저는 ‘그냥 성실한 직장인’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불편한 제 모습을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결정했다고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아직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결심한 것은 최악의 상황이 와도 도망가지 않겠다는 것, 눈을 감아 버리지 않겠다는 것뿐입니다.

상처와 기억은 세상 밖으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그것들도 세상 속으로 흘러가서 바람이 되고 물이 된다. 미생물이 되고 참치가 되고 나무가 된다. 몸과 우주가 음양오행의 원리로 이루어진다면, 내가 한 행위나 말, 그리고 기억들도 다 그렇게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참회도, 후회도, 상처도 다 마찬가지다. 그런데 근대적 자의식은 이것들을 다 꽁꽁 묶어두도록 만든다. 마치 개인의 고유한 내면이 따로 있는 것처럼. 그래서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 하여, 시간이 지날수록 존재는 더더욱 무거워져 간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이 이런 것인가. 당연히 팔자가 바뀔래야 바뀔 도리가 없다.

불교에선 그것을 업, 카르마라고 한다. 그것이 몸을 만들고 습관을 만들고 다시금 동일한 팔자를 반복하게 한다. 윤회가 있다면 아마도 이런 것일 터. 하여, 팔자를 바꾸려면 무엇보다 나의 순환을 가로막고 있는 기억들을 꺼내놓아야 한다. 병이 들면 동네방네 알리라고 했다. 소문이 나야 낫는다고. 마찬가지다. 나를 가로막는 번뇌를 세상에 커밍아웃하라! ‘자기 몸의 연구자’가 되는 첫걸음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보라, 그리고 쓰라!

─ 고미숙, 『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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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케팅팀 만수
어쩌면 삶에는 불편한 진실을 둘러싼 싸움만 존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수 있는 힘, 우리는 그 힘을 갖기 위해 선인들의 지혜를 읽고 공부하는 게 아닐까요? 힘들고 괴로운 상황을 만드는 것이 내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안다면 몸도 마음도 더 편안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자신도 모르게 덧칠해 버리는 감정들을 벗겨내는 것, 그것이 앞으로도 제가 하게 될 공부이자 싸움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하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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