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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리뷰대회 당선작] 계속 그렇게 사실 거예요?

by 북드라망 2022. 5. 24.
제2회 북드라망-북튜브 ‘한뼘리뷰대회’가 지난 5월 8일 마감되었습니다~! 당선(링크)되신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 26편의 응모작 중에서 당선작들을 모아 오늘부터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계속 그렇게 사실 거예요?

1등 - 조혜영

 

 

나는 건강 검진을 2년에 한 번 꼬박꼬박 받는다. 검진 결과 고지혈증 수치가 정상의 범위보다 올라갔고 내시경으로 본 위장에는 염증이 있다고 했다. 처방받은 약을 두 달간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챙겨 먹고 다시 갔을 때 의사는 운동은 적당히 하느냐, 술은 줄였느냐,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느냐고 물었다.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죄지은 기분으로 멋쩍게 웃는 내게 의사가 말했다. “그래서 계속 그렇게 사실 거예요?” 농담이라 생각해 웃어넘겼는데 이번에 이희경 선생님의 이반 일리치 강의를 읽고 나니 책도 나에게 묻는 것 같았다. “계속 그렇게 살 거야?”

 

책에서 저자는 세 번의 강의를 통해 이반 일리치(Ivan Illich, 1926~2002)의 사상을 풀어낸다. 우리 주변의 예를 들어 설명해 준 저자 덕분에 이해하기 어렵던 일리치의 말이 조금은 가깝게 느껴졌다. 평생 자율적인 인간으로 살기를 원하며 이웃과 함께 사는 삶을 꿈꿨던 일리치는 우리 사회를 이루는 도구를 이야기하고 그것의 반생산성에 주목한다. 이때 도구는 간단한 도구부터 기계, 건물, 기술과 제도까지 포함하는 용어이고 반생산성은 도구가 일정 시점을 지나면서 수단에서 목적으로 변하여 인간 삶을 억압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성장이나 학교, 병원의 반생산성을 일리치의 저서를 인용하여 보여주는데 그중에서도 나는 세 번째 강의인 <병원이 병을 만든다> 부분을 읽으며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았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건강이라는 화두는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정보가 넘쳐나는데 사람들은 정작 내 몸의 건강이 무엇인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따라하기에 바쁘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의하는 건강은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안녕의 상태는 개인마다 다를 텐데 우리는 의학 전문가가 정한 정상의 기준으로 건강을 재는 것에 익숙해졌다. 그 기준을 벗어나면 비정상으로 보고 의료서비스로 관리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의료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정상이 되면 건강하다고 상상하면서 건강을 죽음으로부터 보호해 줄 으로 여기게 되었다.

 

일리치는 이것을 의원병, 의사 때문에 생겨난 병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의료행위로 인해 생겨나는 부작용을 포함하여 건강의 정상 범위에 들어가라는 사회적 명령을 따르려고 애쓴다거나 죽음을 치료의 실패나 치료의 중단으로 여기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의료제도가 몸의 증상을 통해 병을 진단하기보다 정상을 기준으로 비정상을 규정하고 병을 만들고 있다는 말은 충격적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에 생긴 건강에 대한 불안으로 건강 검진을 맹신하고 의료시스템만 잘 따르면 건강하리라고 믿었던 내 모습에서 일리치가 말하는 의원병이 보였다.

 

 

저자는 건강에서 양생으로! 자기계발에서 자기 돌봄으로!”라는 슬로건을 말하면서 제도가 제시하는 정상의 건강만을 추구하지 말고 양생을 통해 자신을 돌보는 능력을 회복하자고 한다. 양생의 예로 치병을 들었는데 병과 싸우는 투병과 달리 치병은 병을 다스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양생은 병의 상태를 잘 살피고 자기 몸에 집중하면서 병과 더불어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기 돌봄은 어떤 것일까?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고 치료받지 말라는 것일까?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약 먹던 내 행동은 자기 돌봄이 아니었나? 저자는 의료제도에 무작정 따르다 보면 자율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고 한다. 의료제도 없이 살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자고, 그것이 자기 몸의 주도권을 찾아오는 것이며 자기 돌봄이라고.

 

내 몸의 건강을 의료제도에 맡겼던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상의 기준으로는 알 수 없는 내 몸의 변화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의 몸은 완전할 수 없고 죽을 때까지 변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저자는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생로병사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처방받은 약을 잊지 않고 챙겨 먹는 것으로 내 몸에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면 자기 몸의 주도권을 잃게 된다. 내 몸을 지키는 것은 의료제도가 아니라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사회적으로 규정한 정상이 되기 위해 운동이나 건강보조식품과 같은 도구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매일 아침 몸을 깨우고 관찰하고 내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나를 돌보는 방법이다. 전문가에게 맡겨 두었던 내 건강의 판단을 스스로 하는 것이 내 삶에 대한 자율성을 갖는 것이고 자기 돌봄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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