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간으로 읽는 논어]
무토戊土: 민자건-산처럼 혹은 물처럼
민자건은 어려서 친어머니를 잃고 계모 밑에서 자랐다. 계모는 자기 뱃속으로 난 자식을 끔찍이도 챙겼다. 당연히 민자건은 박대당한다. 이때 사건이 벌어진다. 한겨울 민자건의 아버지가 민자건에게 마차를 몰게 하는데, 어린 민자건이 추위에 떨고 있는 게 아닌가. 이상하게 여긴 아버지가 상황을 살펴보니 계모가 친자식에게는 솜을 넣어 옷을 해주고 민자건에게는 갈대꽃을 넣은 옷을 입게 한 것이다. 민자건의 아버지는 화가 나서 계모를 내쫓으려 했다. 그러자 민자건이 이렇게 말했다나? “어머님이 계시면 저 혼자 춥지만, 어머님이 안 계시면 우리 형제 모두가 추워집니다.” 이 정도면 순임금의 불가사의한 효행(궁금하시면 찾아보시라^^)과 맞먹을 정도다.
아버지를 말리는 민자건의 모습. 이런 기특한 모습에 계모도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 민자건의 효행은 아직까지도 효행의 모범(!)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데 민자건의 이 마음은 꼭 무토의 마음이다. 태산처럼 믿음직스럽고 묵묵하고, 언행이 신중(!)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온후하고 아량이 넓은 모습.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고 信을 중시여기는 土처럼 모든 사람을 포용하고 중화와 중용을 지키고 편애하지 않는 성품. 산처럼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주관과 주체의식. 무토의 이 성향을 잘 보여주는 민자건의 일화가 있다. 하루는 공자가 민자건을 두고 이렇게 평가한다. “효성스럽구나. 민자건은! 남들은 그의 부모형제가 한 말에 끼어들지 못하니![子曰, “孝哉閔子騫! 人不間於其父母昆弟之言.”(先進 5)]” 부모형제와 민자건 사이에 남의 말이 끼어들 수 없을 만큼 信이 있었다는 말이다. 또 한번은 민자건에게 당대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계씨가 한 도시의 시장을 시키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민자건은 사신으로 온 사람에게 “나를 위하여 잘 거절 말씀 드려 주십시오. 만약 다시 나를 부르러 오는 자가 있다면 나는 반드시 (노나라를 떠나 제나라의) 문수(汶水)가에 있을 겁니다.[季氏使閔子騫爲費宰. 閔子騫曰, “善爲我辭焉! 如有復我者, 則吾必在汶上矣.”(雍也 9)]”라며 단호히 거절한다. 좋게 말해서 출세나 돈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주관을 묵묵히 지켰다고 볼 수 있지만 일면에선 답답하기 그지없을 노릇이다.
이건 무토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다. 높은 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듯 안목이 뛰어나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눈을 가졌지만 간혹 그게 지나쳐서 너무 이상적으로 느껴진다. 현실은 산꼭대기가 아닌데 산밑의 혼탁한 도시에 살다보니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기질을 갖는다는 지적은 무토의 이런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번은 노나라 사람이 장부라는 창고를 다시 짓자 민자건이 말한다. “옛 일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필 고쳐 지어야 하는가?” 그러자 옛것이라면 부단히도 좋아하셨던 우리 공자님 왈 “저 사람이 말을 하지 않을지언정 말하면 반드시 도리에 맞는다.[魯人爲長府. 閔子騫曰, “仍舊貫, 如之何? 何必改作?” 子曰, “夫人不言, 言必有中.”(先進 14)”고 하셨다. 옛것에 대한 존중도 중요하지만 현실과의 조율도 중요하건만 민자건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이런 성향이 지나치면 세속의 인연을 멀리하는 경우도 있다. 무토의 장점인 중용과 중화를 잃으면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 이런 무토의 숙제는 묵묵함인지 쓸데없이 발휘되는 자존심이나 아집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 자신의 무게를 덜고 時中할 수 있는 힘이다. 때론 산처럼 때론 물처럼!
_ 류시성(감이당 연구원)
무토하니 떠오르는 <나루토>의 시카마루. "귀찮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필요할 때에는 늘 제 역할을 하는 듬직한 캐릭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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