丁火 - 나를 견디게 해주는 삶의 작은 불꽃들
블라디미르 쿠쉬, <밀레의 자각>
이 세상 모든 도강(渡江)은 오직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는 것만을 목표로 삼는다. 어느날 그렇게 다리를 건너다, 문득 삶이 강을 건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 것만을 목표로 산다는 것. 그것은 저것과 이것 사이의 하프타임 같은, 아주 격렬한 전반전을 끝내고, 예측할 길 없는 후반전을 기다리며 쉬고 있는, 그런 불안한 휴식이다. 삶을 뒤집어 보자. 어쩌면 나는 내 삶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이 긴장된 하프타임을 건너기 위해 불현듯 불어 닥친 내 삶의 시간, 어떤 공백을 견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삶이란 아주 긴장된, 하지만 별 목적 같은 것은 없는 공백과 같은 것이다.
이 목적 없는 공백에서 삶을 견디게 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그저 뭔가를 하려하는 것이다. 지하철을 타며 별 쓸모없는 책을 들어 글을 읽으며 긴 시간을 보내거나, 밥을 먹고 잠자기 전 그 무료한 시간을 아내와의 실없는 농담으로 채우거나, 정거장 앞에서 건너편 간판들을 하나씩 읽으며 입술을 만지작거린다거나 하는 것, 애들을 웃기는 농담을 고안하느라 하루 종일 고심하는 것, 운동으로 흘린 땀방울을 맛보며 런닝을 후련히 벗는 것, 점심 때 묻은 셔츠의 김치 국물을 염려하며 온 종일 노심초사하는 것, 이런 것들이 나를 견디게 하는 나의 삶의 불꽃들이다. 불꽃들은 시도 때도 없이 태워지거나 사라든다. 이 삶의 불꽃, 정화(丁火)는 내 삶의 시간을 견디게 한다.
_ 약선생(감이당 대중지성)
만화 『원피스』의 불꽃남자 에이스, 후회없는 삶을 사는 사람은 멋지다!
※ 간지데이 정화 특집 마지막 편입니다. 다음 달은 무신월(戊申月)입니다. 천간 무토에 관한 다양한 글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무토 일간이신 분들은~ 채널 고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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