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서비스직
아이를 낳아 기르기 전까진, 동네 놀이터에 서너살 짜리 꼬맹이들과 보호자들이 오후 서너시만 되면 어째서 그렇게 많은 것인지 잘 몰랐다. 딱히 학교를 다닐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놀이터에 무슨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 딸의 행태를 보고서야 알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바로 어린이집 하원시간이었다. 딸은 무슨 계약서라도 있는 것처럼 어린이집이 끝나면 '노이터, 가자'라고 하는데, 가는 건 어렵지 않으나 날씨나 아이의 건강상태에 따라 갈 수 없는 날엔 참 괴롭다. 그런 날엔 거의 질질 끌고 가야하거나, 온갖 감언이설로 꼬드겨야 하는데... 그러고 있자면 내 업무(육아)의 형태가 서비스직으로 바뀌었다는 걸 깨닫곤 한다. 말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몸도 커져서 번쩍 들어옮기기도 부담스럽고, '싫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무시해서도 안 되기 때문에 (아빠의) 입을 많이 써야 한다. '집에 가자. 아빠가 슈퍼 딸기 씻어놨어'라든가, '집에가서 술래잡기할까?'라든가, '집에가서 아빠 잡아먹어'라든가 뭐 그런 식이다. 아이 기르기의 어려움은 매번 새롭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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