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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다른 아빠의 탄생』 후기 _ 엄마들의 뒷담화편

by 북드라망 2019. 10. 1.

『다른 아빠의 탄생』 후기 _ 엄마들의 뒷담화편



『다른 아빠의 탄생』을 쓰면서 세 명의 아빠는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한 회식을 가지며 무척이나 친밀해졌습니다. 이 남성들의 관계는 언뜻 아줌마들의 우정을 연상시킬 만큼 수다의 향연(이라 들었...)입니다. 허세와 짠내를 오가는 아빠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엄마들도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빠들의 초고가 마무리되고, 수정 작업에 들어갔던 초여름의 어느날 북드라망 사무실에서 엄마들이 만났습니다. 그 수다의 현장을 공개합니다.


**물방울(우자룡 아빠의 아내), 곰도리(곰돌이 아니고 곰도리를 닉네임으로 쓰시는, 진성일 아빠의 아내), 김(정승연 아빠의 아내), 몜(녹취 작업을 도와준 과거 북드라망 편집자K)



아빠들 글에 비친 자신의 모습 혹은 아빠의 모습에 대하여


김: 먼저 각각의 아빠들의 글에 비친 본인의 모습, 또는 아빠들의 모습에 대해서 엄마들의 생각은 어떠셨는지, 간략한 느낌을 말씀해 주실까요. 


물방울: 저는 우선 좀 놀라웠던 것 같아요. 그냥 뿌옇게 생각하고 있었던, 명확하진 않게 순간순간에 떠오르는 이미지로 그렸던 남편의 모습들이 있었는데, 그런 게 좀 확 드러나도록 썼던 것 같아요. 한마디로 하면 ‘자기 모습에 대해서 되게 용기 있게 썼구나’, ‘자기를 많이 성찰한 글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자신도 겁쟁이라고 첫 글에 썼지만, 남한테 보여 주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렇게 글로 솔직하게 표현할 거라고 생각을 못했었는데 그 부분이 확 드러나 있어서 무엇보다 용기 있는 글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곰도리: 저는 오히려 청량리[진성일]가 글을 쓴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그동안 겸서 육아일기나 또 문탁넷에서도 이런저런 글들을 많이 썼던 걸 봐왔던 터였는데요. 청량리는 본인이 쓴 글을 보여 주는 걸 정말 너무 좋아하거든요.(웃음) 본인은 설레는 마음으로 밤새 쓴 걸 아침에 제가 읽어보게 식탁이나 이런 데 이렇게 놔둬요. 그러면 일어나서 기대에 찬 얼굴로 “읽었어?” 하면서... (일동 웃음) 그간 보면 제가 좋아하는 취향의 글이건 아니건 간에 기본적으로 남편 글은 이렇게 약간 좀 뭐라고 해야 할까요...? 소년 같은, 그러니까 재기발랄함이 있는 것 같거든요. 그래서 보면 되게 재미있고 약간 유쾌하고 술술 읽히고 그랬는데, 이번 글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보면서 내가 이 사람을 좀 억압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떤 프레임에 자기를 두고서 아빠 역할, 엄마 역할 이런 걸로, 본인이 부족했던 부분들을 가지고, 아빤데 엄마 역할을 못했다, 이렇게 쓴 대목을 보면서 자기를 가둔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어요. 제가 생활 속에서 본 청량리는 아빠와 엄마 역할에 제한을 두지 않고,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글 속에서는 느껴지는 청량리는 스스로에 대해 부족하고 아쉬워하는 부분이 많구나 싶어서 미안하고 안타까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또 지나면 잊어버리고 자기 방식으로 지내지 않을까요? (웃음)  


김: 저도 물방울 선생님 의견과 비슷한데 좀 명확해지는 느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두루뭉술하게 이 사람이 나에 대해서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거니라고 예측하고 있던 부분이나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한 거나... 물론 정군은 자기 자신에 대한 걸 자주 드러내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좀 정리되고 있구나, 라는 느낌은 확실히 들더라구요. 근데.. 참.. 저에 대한 거는.... 아, 좀 내가 그런 성향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훌륭한 사람인가….(웃음)


물방울: 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는 정말 할 말 많아! 


곰도리: 정말 훌륭하시고! 


물방울: ‘훌륭하다고 얘기하고 싶다’, 이 말 나는 진짜, 그런 말 한마디라도 써 주지, 좀. (일동 웃음) 


김: 아, 그게 아니라 저야말로. 평소에 내가 그렇게 억압을 했나... 싶어져서..  조금이라도 나쁜 말을 쓰면 억압이 들어올 것 같았나? 아니면 너무 올바름을 강요했나? 제가 사주에 관이 좀 세서 약간 규격화돼 있는 걸 좋아하고 그렇게 가는 방향이 있는 건 사실인데 뭘 또 그렇게까지인가… 해서. (일동 웃음) 확실히 글로 쓰니까 정돈된다? 붙박혀진다? 이런 느낌은 좀 확실히 다르구나, 그런 생각은 들었어요. 게다가 또 정군 같은 경우에는 이전부터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그런 본인 욕구도 있고, 제 바람도 있고, 또 주변에서 곰샘이나 이런 분들이 그전에 저희 블로그에 육아일기 썼을 때부터 정군한테 ‘어, 너는 이걸로 써서 작가를 하면 너무 좋겠다’고 그러신 게 있어서, 그렇다 보니 맨날 글 쓰고 나서 글이 너무 안 나온 것 같아, 막 이런 식으로 말하는...  제가 볼 땐 본인의 역량 안에서 충분히 잘 쓴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이 있었죠.  


저는 글에 비친 엄마들의 모습을 아빠들의 글에서 보는 것이 글의 재미였던 것 같아요. 전에도 잠깐 말씀드린 적 있지만, 자룡샘과 물방울샘은 제일 친구 같달지 서로, 욕하시고…(웃음).


물방울: 정말로 저는 그 얘기 하고 싶어요. 육두문자는… 딱 한 번 써 봤고. (일동 웃음) 그 외에는 그냥 약간 제 말투가 좀 센 게 있어요. 남편뿐 아니라 어떤 사람에게든요. 그런데 남편이 느끼기에는 그게 항상 욕 같은가 봐요. 저는 책에서, ‘자기가 맞았다.’ 이런 표현을 할 때, 아~~ 이건 진짜 진실을 얘기하고 싶다! 제가 누구를 때려요! 제가 어떻게 그 사람을 때릴 수가 있어요? 그 덩치를? 그래서 아, 이 사람은 그냥 저의 말투의 에너지만으로도 그렇게 작아지고 있었구나, 라는 거를 이번에 새삼 느끼게 되더라고요. 제 말투가 좀 뭐랄까 미사여구나 친절하게 배려하는 말투가 아니다 보니까....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보면 소비사회에 살다 보니까 과도한 친절? 그런 거에 알게 모르게 너무 익숙하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거침없이 얘기하는 것이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어요! 제가 육두문자는 딱 한 번! 썼습니다! 그리고 패진 않았다! 팰 수 있는 덩치가 아니다!




김: 저희는 두 분 보면서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남미 커플 같다고 얘기했는데요….^^ 되게 열정적인 커플이시다,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곰도리: 술 마실 때 특히 그 열정이 뿜뿜하죠.


물방울: 왜? 난 취해 있어서 모르지...


곰도리: “조용히 해라, 그 입 닫아라!”


물방울: 아, 이런 말툽니다.


김: 아~ 좀 알 것도 같아요. 왜냐하면 물방울샘은 무인(戊寅) 일주신데, 자룡샘은 기토(己土) 일간에 기기 병존이야. 그러니까 되게.


몜: 되게 세심하시겠네요. 저는 자룡 선생님이 되게 글을 솔직하게 쓰시고 표현을 너무 잘하셔서 되게 자기표현을 잘하시는 분이신 줄 알았는데 오늘 처음 뵀지만 너무 조신하시달까….


물방울: 네 그런 사람이에요. 조신하고 남한테 보이는 이미지 되게 중요한 사람이었는데 진짜 글에 용기를 많이 낸 것 같아서 저는 그 부분만으로도 정말 글을 쓰게 해 주신 분들에게 넙죽 절하고 싶어요.


김: 문탁샘[이희경]이 받으셔야죠. 절은. 제가 이 책 기획을 말씀드렸을 때 바로 자룡샘을 떠올리고 추천해 주셨으니까. 또 원래 자룡샘이 글을 잘 쓰시니까 그렇게 하셨겠죠. 어쨌거나 사주를 보고 확실히 딱 느낌이 왔달까. 약간,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 기운 배치가 너무 다르니까 그렇게 느끼실 수도 있겠다. 


몜: 그럼 무토와 기토 이렇게 만나신 거예요?  


김: 응, 무토와 기톤데 자룡샘은 아무튼 다 오밀조밀하고 이런 느낌이었고, 물방울샘은 다 되게 큰 막 양기운 막 발산하는 그런 기운이셔 가지고….


물방울: 아이 알림장도 제가 안 챙겨요. 남편이 11시에 들어와서 확인하고, 가방 다 쌌는지 확인하고.


곰도리: 좋은 거네! 


김: 근데 그에 반해서 청량리샘이랑 곰도리샘은 뭔가 이렇게 균형감이 있다고 그럴까, 다 같이하시는 느낌이 되게 강했는데….


곰도리: 맞아요. 그런데 또 애기 키우고 하면서 글에도 나왔던 것처럼 둘이 서로 개인으로서 같이 만나고 이럴 기회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부모님한테든 어디든 맡길 데가 없어서 단둘이 하루종일 어디 여행 가거나 이런 적이 아직까지 하루도 없어요.


물방울: 단둘이 여행을 가? 아~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거지? 


곰도리:  당연히 그야 그렇지. 


(일동: 어우~) 


물방울: (손뼉 치며) 사랑한다, 사랑한다! 애정한다, 애정한다!


몜: 순간 그런 거 있죠? ‘단 둘이 자?’ 이런 느낌. 


(일동 웃음) 


물방울: 뭐, 충분히~ 낯설다.


곰도리: 그래서 뭔가 서로가 좀 그래 봤으면 하는 시간들이 오히려 우리는 좀 필요하긴 한 것 같아요. 애기들이나 뭐 서로 할 일이 많아서 그러다 보니까 일 중심으로 뭔가 얘기가 되고, 오히려 저도 그래서 물방울샘 부부 싸우는 거 보면 부러울 때도 있긴 해요. 저희가 또 성향상 싸우진 않아요. 확 부딪치지 않고 각자 생각하고, 내가 봤을 때는 내가 지금 현재 마음이 어떻고 저떻고 이렇게 말을 하지,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확 화이팅해 버리고 그렇게 끝내는 게 가끔은 부러울 때도 있죠.


물방울: 글에 마녀로 그려지면 돼. 마녀로 그려지면 할 수 있는 일이야. 


김: 아니에요. 선생님. 자룡샘이 전혀 그렇게 쓰시지 않았잖아요. 맞다! 처음 만났을 때 물방울샘의 복장, 또각또각 하이힐과 배꼽티,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물방울: 쑥스럽다.


김: 그리고 그런 얘기도 자룡 선생님만 쓰셨잖아요. 내가 이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가~.


곰도리: 그러게. 맞아요. 청량리는 그런 얘기 너무 별거 없었어. 


물방울: 그걸 쓰기 조금 부끄러워했던 것 같아. 


곰도리: 그런 게 좀 의외였어. 


김: 청량리샘과 곰도리샘은 고교 동창이셨다가 우연히 같은 대학의 고교 동문회에서 만나셔서 친구로 한참 지내시다가 결혼을 하신 거였죠. 


곰도리: 네.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되게 밋밋하게 하지 않고 나름 연애도 재밌게도 했는데. 글에선 정말 너무 무미건조한, 약간 시작부터 왠지 뭔가 서로 갱년기 부부처럼 (일동 웃음) 그렇더라고.


김: 아무튼 물방울샘과 자룡샘 커플의 그런 다이내믹함은….


곰도리: 부러웠어요.


김: 네, 저도 부러웠어요. 


물방울: 아, 가방을 쌀 때 모습을 이 사람들이 봤어야 했는데.... 이따만 한 가방을 끌고 오더니 애한테 “아빠 이제 안 들어와!” 이런 걸 보고 속이 터져 보시죠. 애한테 저런 얘길 왜 하나….


김: 근데 진짜 그때 들어올 땐 어떻게 들어오신 거예요?


물방울: 그러니까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김: 그렇게까지 하고 나가셨으면 들어오실 때 어떻게 들어오셨을지 궁금하던데요....


몜: 돈 떨어지면 들어오는 거 아니에요?


물방울: 저희 남편이 정말 쉬운 스타일이 아니에요. 예컨대 “당신 참 잘했어” 이렇게 얘기를 하면, “나를 평가하려고 하지 마” 이렇게 말하는, 약간 뭐 이런 스타일이에요. 자기모순도 많았고요. 글에도 나와 있잖아요. 진보적인 모습과 가부장적인 모습, 이런 게 다 섞여 있어서. 신혼 초에 되게 황당했던 건 청소를 너무 안 하는데, 글에도 청소 얘기 나오잖아요, 청소를 너무 안 하니까 제가 어떻게 좀 같이 해보려고 “해주세요” 하기도 해보고, “해!” 하기도 해보고 여러 방법을 동원했죠. 그런데 “해!”라고 하면 안 하고, 왜냐하면 명령이니까 안 하죠. “해주세요” 하면 “나는 여성이 보호본능 일으키면서 얘기하는 스타일 너무 싫다”, 이러는 거예요. 그러니까 뭘 하나 말하기가 되게 어려웠어요. 어쩌면 제가 하는 말이 거의 잔소리라 아무말도 듣기 싫었는지도.... 남편은 잔소리를 전혀 안 해요. 아마 그 이야긴 저에게도 그러지 말라는 신호일 텐데 저는 그런 거 고려하지 않고 이야기하거든요, 아마 집을 나갔던 그때도 그랬던 거 같아요. 그리고 한 5일쯤 지난 후 어느 술집에서 카드 쓴 게 문자로 오더라구요. 그 때가 책에서 나오는 (강력한 충고를 해주는) 친구랑 술을 먹었던거 같은데...  그 다음날인가...  술먹고 돌아다니는 게 걱정이 돼서 ‘들어와요’라는 문자를 보냈죠. 그랬더니 저녁에 들어왔어요.  


(본문이 굉장히 깁니다. 더 보실 분은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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