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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다른 아빠의 탄생』 지은이 인터뷰 2

by 북드라망 2019. 9. 27.

 『다른 아빠의 탄생』 지은이 인터뷰 2

4. ‘아빠’의 입장에서 이 책을 어떤 독자들에게 권해 주고 싶으신가요? 그 이유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우자룡] 사실 이 책을 쓰면서 누구와 함께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의 40여 년 인생을 정리한다는 느낌으로 시작했고 나름대로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만큼 삶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권하고 싶은 독자를 말해 달라는 질문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이리저리 치이고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는 모든 40대 남성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제가 40대가 되고 보니 인생의 2막을 시작해야만 하는 시기더군요. 어린 학생들과 소통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직장 생활이 이제 몇 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몇 년 더 있으면 원장이 되어 학원 경영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직업을 찾아야하는 상황입니다.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는 40대들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임원이 되거나 퇴사하거나 전직을 하거나.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책에 적은 것처럼 저는 변화의 당위를 큰 무게감으로 느끼지만 안개 속 같은 불안감과 혼란함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택에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고민하는 것처럼 이 책을 쓴 사람도 고민하고 있구나, 나만 나의 불확실한 미래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는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별것 아닌 한 중년 남자 사람의 이야기니까요. 또한 자신이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가진 아빠들과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힘을 빼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힘이 줄어드는 나이입니다. 가부장적 ‘가장’의 허세, 직장에서의 허세, 친구들 사이에서의 허세. 힘을 빼고 조금은 가볍게, 이기려 하지 않고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아빠들을 글을 통해 만나고 싶습니다. 운동을 배우면 코치가 항상 하는 이야기 ‘힘을 빼고’는 참 실천하기 어렵습니다. 힘을 빼면 고수가 되지요. 삶의 고수가 되는 길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정승연] 조금 역설적이지만, 한참 육아 중인 여느 어머니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모 모두가 육아를 할 수 없다면, 저는 아빠가 주양육자가 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이유는 책에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보면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대다수죠. 말인즉 여전히 엄마의 ‘독박육아’가 대세라는 말입니다. 여성‘만’ 육아를 하게 만드는 이 관습적 구조가 문제인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이 과정이 완전히 손해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히려 육아를 안 하는 너희들이 손해일 수도 있다는 걸요. 어쩐지 위로가 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성일] 담론이 사라진 요즘 사회에서 특히나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특별한 게 없습니다. 아버지 세대들과는 달리 권위도 없으니 가족 안에서 아빠는 그저 돈 버는 사람 정도로 취급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건축인’인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아틀리에’ 설계사무실을 다니는 아빠들이요. 그쪽 분야의 월급이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에요. 사회는 아빠들을 돈 버는 사람으로 보는데, 정작 자신은 돈도 별로 못 버는 형편인 거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아틀리에’ 설계사무실에는 꼭 돈만 보고 회사를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도제 시스템은 건축계에서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지만, 그래도 ‘아틀리에’ 설계사무실을 다니면서 배울 걸 찾는 건축인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 아빠들은 아이들처럼 계속 배우면서 자랍니다. 

저는 아빠들이 스스로 자신은 돈 버는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자주 그림을 그리곤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걸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거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아빠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는 듯합니다. 

5. 마지막으로,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아빠들의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아이들은 아빠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혹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가요?^^

   

[우자룡] 글을 좋아하는 아이라 출간 직후 집어 들고 읽게 되리라 예상해 봅니다. 못 읽게 숨겨 놓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있어요. 얼마 전 3학년 10살이 되고 나서 ‘아빠, 저 이제 10대니까 이유 없는 반항을 해보겠어요.’라고 이야기해서 엄청 웃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아마도 아들은 아빠가 글에 쓴 대로 이제 아빠의 품을 떠나겠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고분고분 말 잘 듣지 말고 너의 인생을 찾으라고 썼으니, 이제 아들이 말을 듣지 않아도 할 말이 없겠어요. 그 다음 아들이 사춘기에 접어든다면 탄생의 비밀을 물어볼 것 같습니다. 피임에 실패한 무계획적 탄생에 대해 더 알아보려 하겠지요. 그때가 되면 책에 쓰지 못했던 더 많은 19금 이야기들을 아들에게 해줄 생각입니다. 


하지만 나이를 조금 더 먹으면 자신이 아빠를 성장시켰다는 뿌듯함을 아들 스스로가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글을 보면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제 성장에 많은 영향을 준 아들의 회사 가지 말라는 투정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겠지요. 10년 정도 뒤에 벌어질 상황이니, 책에 적힌 에피소드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추억’을 되새기는 일도 가능하겠고요.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는 너무 전형적인 ‘가족’의 상을 그리는 것 같아서 좀 그렇지만, 아들이 아빠가 된 후에 이 책을 놓고 함께 이야기 해보고 싶어요. 저도 그랬듯 아들도 아빠가 된 다음에야 아빠의 마음과 행동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정승연] ‘우리 아빠가 나를 위해 이런 책까지 쓰다니!’ 같은 반응은 절대 사양합니다. 저는 ‘아빠가 내 덕분에 책도 썼구나! 나 아니었음 어쩔 뻔 했어’ 같은 반응을 보여 주길 기대합니다. 책에도 썼지만, 저는 저희 딸이 부모에게 부채의식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자기 ‘덕분에’ 엄마 아빠가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때문에 고생했다고 생각하지 말고요. 그래서 제 존재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엄마·아빠의 큰 복이었다고 여기길 바랍니다.


[진성일] 일단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를 가정해 봅니다. 그때가 되면 아이들도 자신들의 유아 시절을 대부분 잊고 지내겠죠? 부모에 대한 감정도 많이 무뎌졌을 겁니다. 뜬금없지만 전 가끔 부모님의 일상 이야기나 당신들의 옛날이야기를 녹음해 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과거에 매여 있거나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죠. 하지만 돌아갈 과거가 없다는 것 또한 안타깝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의 과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부모-자식의 관계가 좀 더 풍부해지는 듯합니다. 언제나 나이가 많은 부모의 위치가 아니라, 실수도 하고 사고도 치고 즉흥적이고 엉뚱하기도 한 부모를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부모가 자라고 그 밑에서 또 자란 나를 보게 되죠. 아, 이런 건 부모보다 내가 더 낫구나 싶을 때도 있고, 나보다 더 엉뚱한 면을 보면 내 아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합니다. 그래서 전 부모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종종 재밌구나 싶기도 합니다.  


이 책도 아이들에게 뜻밖의 재미난 에피소드였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과거이야기를 만나서 거꾸로 과거의 자신들과도 만나게 되는 순간이 된다면 어떨까요? 잠깐이나마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우리의 식탁이 작은 타임머신이면 재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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