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삼인삼색 아빠들의 아이를 기르고 나를 키운 분투기, 『다른 아빠의 탄생』 톺아보기!

삼인삼색 아빠들의 아이를 기르고 나를 키운 분투기, 

『다른 아빠의 탄생』 톺아보기! 



『다른 아빠의 탄생』에는 성장과정도 성격도 하는 일도 전혀 다른 세 명의 아빠들이 ‘아빠’가 되어서 맞닥뜨린 고민과 갈등―아빠란 어떤 사람인가, 아이는 또 어떤 존재인가, 가장이란 뭔가, 남편이란 또 뭔가 등등―을 자신들의 일상 속에 싸안고 어떻게든 풀어 나가고자 노력한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 몇몇 장면들을 미리 보여드립니다. 이 다 큰 남자들의 성장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지금 바로 가까운 서점을 클릭해 주세요. ^^



1. 아빠가 된다는 건 어떤 일일까?


- 아빠가 된다는 건 어떤 일인가? 나에게 그것은, 거의 다시 태어나는 정도의 변화였다. 그러니까 지 금까지 살아온 방식 전반을 갈아엎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일이었다. 그것은 존재가 전혀 다른 장(場)에 놓이는 일이다. 예전에는, 아빠가 되기 전에는 ‘아이를 낳아 길러 보아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절로 콧방귀(흥!)가 나오곤 했다. 그 이야기는 마치 ‘공부엔 다 때가 있다’는 말처럼 옳기만 할 뿐 여전히 젊은(젊다고 믿고 있는) ‘나에겐’ 아무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중략) 나의 경우엔 ‘어른’이 되는 걸 일부러 지연시킨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냥 좀 꺼려졌다고 할까. ‘어른’이 되어서 기꺼이 내 일에 ‘책임’을 지는 것보다는 영원히 소년으로 남는 편이 더 멋지게 보였으니까. 그런데, 당연하게도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세상 돌아가는 일도 좀 보이고, 배도 좀 나오고, 담배도 늘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나니, 거기 남아 있는 것은 여전히 풋풋한 소년도 아니요, 굳센 어른도 아닌, 늙은 소년뿐이었다. 그러다가는 영영 아무것도 아닌 채로 한세상 끝날 것 같다는 위기감이 나를 덮쳐 왔다. 그리하여 열심히 내면의 성장을 도모해 보았지만, 그럴수록 세상이 내게 보여 주는 것은 허무하고, 또 허무한 아수라장. 그건 아마 내 마음이었을 것이다. (중략) 그래도 그런 중에도 사람이 숨이 붙어 있으면 어떻게든 살게 되는 것인지 나는 꾸역꾸역 연애도 했고, 소설도 좀 읽었고, 도무지 귀에서 겉돌던 흑인음악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아득바득 용을 쓰던 참이었다. 바로 그때, 아빠가 되었다._『다른 아빠의 탄생』 39~40쪽(정승연, 「2장 아빠가 되었다, 다른 삶이 주어졌다」 중에서)


- 나중에 아이가 이 글을 본다면 ‘계획하지 않고’ 낳았다고 섭섭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태어난 아이를 지켜보는 일은(단, 예쁘게 방긋 웃고 있을 때만) 절로 미소가 나올 만큼 행복을 준다. 부성애란 이런 것인가? 내가 아이에게 모든 것을 해줄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훌륭한 인물로 키워야겠다고 다짐하며 책으로 육아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삐뽀삐뽀 119 소아과』라는 성경과 같은 반열의 책이 있다. (중략) 틈날 때마다 이 책을 읽었고, 『성문종합영어』도 완벽하게 한 번 못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두 번 이상을 통독했다. (중략) 책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 수유, 수면, 표준발육치에 대한 점검 등. 당시에는 그것이 아이를 위한 최고라고 생각했었다._『다른 아빠의 탄생』 215~216쪽(우자룡, 「2장 아빠는 처음이라」 중에서)


2. 아이를 키운다는 건 어떤 일일까?

- 우리 집 아이의 주양육자가 된 다음부터 ‘밖에서 돈 버는 일’을 맡고 있는 친구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돈도 벌어 보고, 지금은 애도 키워 보고 있는데, 집에서 애 보는 게 열 배는 더 힘들어.” 맞다. 이것만큼은 여러 번 다시 생각해 보아도 역시 진실이다. (중략) 직업 활동에 빗대어 보자면 ‘육아’란 근무시간 내내 관리감독자를 바로 옆에 두고 일을 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날에 따라서는 쉴 틈도, 농땡이를 부릴 여유도 없다. 그만큼 강도가 높다. 정서적인 면은 어떤가? 그 역시도 마찬가지다. 그날그날 아이의 컨디션에 따라서 ‘상전님’이 부리는 온갖 투정과 짜증과 간섭과 침탈과 강짜와 뻗댐과… 같은 것들을 온몸으로 받아 내고 이겨 내야 한다. (중략) 그런 날이면 그저 부양육자가 얼른 돈 버는 일을 마치고 귀가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데, 막상 부양육자가 귀가하고 나면 순간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육아라는 게 이렇게나 불쾌한 일이다. (중략) 아이와 딱 붙어서 일상을 보내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밀물과 썰물이 오가는 것처럼 불쾌감과 희열감이 교차한다. 그 감정의 교차, 낙폭이 결국 아이와 내가 맺고 있는 관계의 강도를 말해 준다. 그 안에 있을 때는 잘 의식하지 못하지만,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이게 참 대단한 일이다. 나는 세상 그 누구와도 이렇게 ‘쎄게’ 부딪혀 본 적이 없다는 걸 아이를 돌보면서 깨닫게 되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가 다른 친밀한 관계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_『다른 아빠의 탄생』 75~77쪽(정승연, 「5장 공짜로 아빠가 되는 건 아니다」 중에서)


- 첫째 아들에게 스파링 상대가 되어 등을 뚜드려 맞으면 아프긴 하다. 가르쳐 준 수학 문제를 자꾸 틀릴 때면 답답하긴 하다. 아들과의 오목에서 지면 승부욕이 생기긴 한다. 둘째 딸이 자기가 그린 그림을 계속 보라고 하면 지치긴 한다. 사자놀이로 등에 올라타거나 비행기놀이로 다리에 매달리면 힘들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화가 나진 않는다. 아이들과 같이 놀고 있을 때는 나로부터, 아빠 역할로부터 조금은 ‘거리 두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 놀이가 재밌을 때 아빠로서 아이와 노는 게 아니라 재밌기 때문에 아이와 놀고 있는 거다. (중략) 아빠 역할로부터 거리를 둔다는 의미는 아빠와 아이라는 거리에서 아빠를 지움으로써 아예 거리를 ‘0’으로 만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번 아이와 놀 때마다 그렇지는 않지만, 순간 그럴 때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장면 중에 인듀어런스 호와의 도킹 장면이 있다. 쿠퍼 일행이 탄 착륙선이 반파된 채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인듀어런스 호로 접근한다. 모선 아래에 도착하자 쿠퍼는 인듀어런스 호의 회전속도에 맞춰 착륙선도 강제로 회전시킨다. 화면에서 착륙선이 서서히 멈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착륙선과 인듀어런스 호의 속도가 같아져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아이와 놀 때도 아이의 속도에 맞춰 도킹할 필요가 있다. 아빠 역할의 거리 두기는 어쩌면 아이의 속도에 맞춰 도킹하는 것과 같은 건지도 모른다._『다른 아빠의 탄생』157~158쪽(진성일, 「5장 그저 지구 주위를 맴도는 달」 중에서)


3. 가장(家長)은 무엇일까? 직업이란 또 무엇일까? 



- 내가 이렇게 뚜렷한 확신이 없으면서도, 게다가 돈도 되지 않을 가능성이 팔구 할이 넘어가는 이 일을 인생의 다음 경로로 생각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아내 덕이다. 무엇보다 나는 ‘아빠’이지만, 여느 많은 아빠들과는 다르게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훨씬 자유롭기 때문이다. 나도 돈을 벌기는 하지만, 내가 당장 돈을 벌지 않는다고 해서 집안이 휘청거리거나 생계를 걱정하거나 할 일은 없다. 물론 나는 그런 상황을 마음껏 누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자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벌써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한창 직장 생활을 하거나 자기 사업을 하고 있는 ‘남자’이자 아빠인 친구들과는 얼굴을 본 지도 오래되었다. 생활 패턴이 워낙에 다르기도 하거니와 요즘 같아서는 만나 봐야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 할지도 잘 모르게 되고 말았다. (중략) 인생이 이렇게 바뀌었다. 앞으로도 보통의 한국남자와 같은 형태의 인생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 같다. 30대 후반, 남들 같으면 한창 일하고 경력의 완숙기로 넘어가기 시작할 나이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경력을 마감해 버렸으니 쌓아 온 것들이 그래도 조금쯤 아쉽기는 하다. 사소하게는 직장에서 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얻을 수 있는 기대감, 작은 일들을 마무리해 나가면서 느낄 수 있는 성취감, 동료나 상사에게 인정받을 때의 기쁨 같은 것들 말이다. 더불어 여느 아빠들과는 다른 내 인생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의문 같은 것들도 있다.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_『다른 아빠의 탄생』 87~88쪽(정승연, 「6장 아빠가 해온 일 앞으로 하고 싶은 일」 중에서)


- 우리 아버지 세대는 그러했으나 요즘은 아빠들만 직업을 갖는, 돈을 버는 시절은 지났다.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맞벌이를 해야만 한다. 그러나 직업에 있어서 나는 어떤 경계에 있다. 돈 버는 일 대신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맞벌이라 할 만큼의 경제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다. 이참에 아내에게 전업주부를 선언해 버릴까? 아니야, 밖에서 돈 버는 일이 차라리 속 편할지도 몰라. 그 와중에 드는 생각. 아빠는 꼭 밖에서 돈을 벌어야 하나, 아내보다 적게 버는 남편은 인정받지 못하나, 제대로 된 실력이 없으면 직업으로 삼질말아야 하나. 아,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 괴로워서 나는 줄타기를 한다. 돈으로 직업을 구별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돈이 나를 규정해 버릴까 봐 두렵다._『다른 아빠의 탄생』 173쪽(진성일, 「6장 천직 대신 천 개의 직업으로」 중에서)


- 나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쉬는 날 없이 강의를 계속했다. 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입시 시즌이 어느 정도 끝난 12월과 1월 두 달 정도였다. (중략) 아들과 재미있게 두 달 정도를 지낸 후인 2월 중순, 아침부터 같이 놀다가 저녁에 강사 총회와 회식이 잡혀 나가려고 하자 평소에 떼쓰고 우는 일이 거의 없던 아들이 대성통곡을 하며 현관에 드러누웠다. 아빠랑 같이 놀고 싶다며 나가지 말라고 소리쳤다. 겨우 아들을 떼어 놓고 나오던 발걸음이 너무도 무거웠다. (중략) 바로 종합반 수업 이외에 단과로 진행되던 주말 수업을 없애고, 주 5일 근무만 하기로 결심했다. 종합반 수업도 후배와 동료 강사에게 많은 부분을 넘겼다. 주말은 온전하게 가족과 함께하기로 결정했고, 함께 야구하고 레고 조립하고 부루마불 주사위를 던지며 주말을 보냈다. 강의를 덜 하기로 결정한 후 줄어드는 수입에 대해 걱정했었다. 그러나 기우였다. 버는 돈은 3분의 1 정도 줄었지만 쪼들리지는 않았다. 세밀하게 가계부를 쓰지는 않지만, 수입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불필요한 사치를 줄이니 가계 수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오히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아들과 소소한 재미를 찾는 일이 너무 좋았다. 독박육아를 하던 아내와의 관계도 좋아졌다. 심지어 내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도 힘 있게 에너지를 전달해 줄 수 있어 더 좋았다._『다른 아빠의 탄생』 227~229쪽(우자룡, 「3장 한 발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아빠가 되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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