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를 얼마나 알까』
풀어쓴이 정화스님 인터뷰
1. 『우리는 우리를 얼마나 알까?』의 부제는 ‘마음대로 풀어 쓴 『섭대승론』’입니다. 부제처럼 이 책의 내용은 『섭대승론』을 바탕으로 스님께서 풀어쓰신 책인데요. 『섭대승론』과 『섭대승론』의 저자인 무착 스님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착 스님은 인도 북서부 간다라국의 프라쟈프라(현재 파키스탄 페자르)에서 태어나(생몰연대는 대략 AD390~480년 경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설일체유부(정신계와 물질계를 구성하는 ‘75가지의 요소[法]’가 실재한다고 주장한 불교의 부파)로 출가했습니다.
출가한 이후 교파의 가르침을 학습하고 선정수행에 매진한 결과 욕망을 여읜 선정의식(삼매)을 체화했으나, 『반야경』에서 주창한 공(空)을 이해할 수가 없어 절망감에 싸인 날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아라한과를 성취한 빈두루 스님을 만나게 되고, 그의 가르침에 따라 수행한 결과 심신탈락의 경지, 곧 자아의식이 사라진 해탈의 경지를 이루게 되면서 자리(自利)의 바탕이 되는 자수용지(自受用智)를 성취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미진한 구석이 있는 듯하여 더욱 가열차게 선정수행을 한 결과 삼매 상태에서 미륵보살을 만나 그의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깊은 삼매 상태란 의식이 발현되는 인지의 배선망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며, 미륵보살을 만났다는 것은 무착의 지성[불성]이 미륵보살로 나타나 자신의 의문점을 풀어주었다고 하겠습니다. 『대승기신론』 등에서는 이와 같은 경험을 마음이 만든 사건인 줄 모르고 실재의 사건이라고 여긴다면, 귀신의 장난에 놀아난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삼매 상태에서 미륵보살을 자주 만나 그의 가르침을 들었다는 것은 공(空)에서 세계상(有)이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세계상(有)이 조건 따라 사라지는(空) 경험을 하게 되면서 공도 공이 아니며 유도 유가 아닌 것을 체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종이라는 이름에 해당되는 종이로서의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닥나무, 햇빛, 물, 흙, 사람의 노력 등이 더해진 결과 종이라는 이름을 갖는 종이가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현상으로서의 종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有), 실체로서의 종이는 없다(無)는 것입니다(이와 같은 인연의 관계망을 초기 불교경전에서는 연기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으며, 『반야경』 계통에서는 공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고, 유식 계통에서는 만들어진 심상, 곧 종이라는 개념을 실재시하는 것은 착각[변계소집성]에 지나지 않고 그와 같은 착각이 상속되는 것은 기억정보가 상속되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 지혜의 활동이 된다고 했습니다. 착각된 기억정보를 지혜정보로 전환하는 것이 수행이며, 온전히 전환되면 부처의 지혜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삼매 체험을 통해 연기, 곧, 유식을 관통하는 지혜를 성취하게 되면서, 곧 자리의 자수용지와 이타(利他)의 타수용지(他受用智)를 성취하게 되면서, 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을 조직적으로 정리한 책이 『섭대승론』이라는 것입니다.
2. 이 책에서 많은 개념어들을 통해 ‘대승’의 사상에 대해 풀어주고 계신데요. 독자들이 ‘대승’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개념들은 어떤 것일까요. 아울러 이런 사유수행을 통해 닿아야 할 ‘대승’의 경지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도 간단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대승이란 생명계 전체가 하나의 큰 수레와 같다는 것입니다. 하나하나의 생명활동이 우주의 역사와 생명의 역사가 종횡으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지요. 수많은 우연이 필연과 같은 흐름에 개입되면서 필연이 우연으로 변하고 우연이 필연을 낳기도 하면서 생명흐름이 상속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가지면서도 그 속에 생명계의 역사가 들어 있기에, 하나의 생각도 생명계의 역사를 드러내는 사건이 됩니다. 자아는 ‘중첩된 자아’(無 我)이면서 ‘되어 가는 자아’(無常)라는 것입니다. 아집이 부질없는 집착이며 번뇌의 뿌리가 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말이 뜻하는 것은 잘못 설정된 자의식과 자존심으로 상처받기에는 자신의 생명활동이 너무나 존귀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대승경론에서는 분별된 자아에 기초해 자신을 보고 있는 인지습관을 내려놓고, 대승으로서의 자신을 보는 사유를 생각생각으로 이어 가는 지혜수행이 다른 무엇보다 앞서 실천해야 할 삶의 덕목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지혜수행으로 인식의 토대를 바꾼다는 측면에서는 체득해야 할 경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유의 내용으로 보면 일상이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최상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라는 사유를 이어 가는 것이므로, 지혜수행이 완성된 삶의 덕목을 실천적으로 드러내는 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3. 책의 후반부로 가면서 깨달음이 ‘자리이타’의 보살행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말씀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데요. 깨달음을 통한 인식의 전환이 허무주의나 상대주의로 빠지지 않고 보살행으로 이어지는 원리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낱낱 생명체가 자신의 유전자를 상속하기 위해서는 이기적 행위를 하기만 해도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은 수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자신의 유전자가 원활하게 상속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타적 행위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생명계가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것을 천명한 부처님의 연기법을 바탕으로 유식 등의 가르침을 학습하고 수행에 매진했던 보살 수행자는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완성하는 것이 수행의 시작이며 끝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수행공덕을 나누는 것이 수행자의 덕목이지만, 이 일이야말로 생명계의 생명 원리인 연기법과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4. 깨달음을 얻고 자리이타의 보살행으로 나아가는 데, 수많은 난관이 있을 듯합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수행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독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시공간을 무한히 확장하여 생각할 수 있게 된 현생인류, 곧 추상적 사유를 언어화할 수 있게 된 현생인류는 기억정보를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 왔지만 그와 동시에 불안도 증대하게 됐습니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는 데도 무수한 우연이 개입되므로, 준비된 대로의 미래를 맞이할 수 없게 됨으로써 얻게 된 트라우마와 같다고 하겠습니다(큰 충격으로 짧은 순간에 이루어지는 기억회로의 변환과는 달리,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된 불안회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렇기는 해도 사건을 언어화해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있는 힘도 증대됐으므로, 곧 생각을 반조할 수 있는 생각의 기능도 증대됐으므로 미래의 사건이 자신의 원대로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객관화하여 지켜볼 수도 있게 됐습니다. 일어나고 사라지는 마음현상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면서 흘러가게 할 수도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 힘이 있기에 심상에 현혹되지 않고 자신을 다독여 주는 습관을 기를 수 있습니다. 심상에 현혹되는 것은 마음을 잃는 것과 같고 심상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들뜨지 않는 것은 마음을 챙기는 것과 같다고 하여, 반조하는 수행을 마음챙김이라고 부릅니다.
마음챙김을 바탕으로 6바라밀 수행(특히 인욕바라밀)을 닦아 뇌에 있는 갈망회로와 억제회로를 적의적절하게 조율할 수 있게 되면, 불필요한 욕망으로 자신과 공동체를 힘들지 않게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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