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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인문의역학! ▽/본초서당

복닭복닭, 삼복을 나는 기술

by 북드라망 2012. 6. 14.
삼을 품은 닭(삼계탕)

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수정과랑 감기 이야기를 길게 하다 보니 짧은 봄은 스쳐 지나고 벌써 날이 더워졌다. 가족들 입에서 맛있는 것 타령이 자주 나온다. 여기서 맛있는 것이란 입에 쩍쩍 붙는 남의 살을 의미한다. 뭔가 고기 종류가 먹고 싶다는 말이다. 손이 많이 간다는 핑계로 봄에 나물류도 충분히 먹이지 못하고 김치 종류만 식탁에 올렸더니 아이와 남편이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날이 더워서 입맛이 없네, 제대로 먹는 것이 없으니 기력도 없네, 힘이 없어서 맨날 피곤하네…. 육식을 향한 절절한 요구를 끝내 외면하지 못하고 나는 닭을 사러 나갔다. 감자 많이 넣고 매콤하게 닭볶음탕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홀랑 벗고 누운 통통한 닭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백숙을 할까? 기운이 없다는데 닭만 먹어서는 부족할 테지? 자연스럽게 삼계탕용 약재들이 세트로 진열되어 있는 곳에도 손이 갔다. 인삼, 황기, 대추, 찹쌀이 닭 한 마리랑 끓여먹을 분량으로 들어있었다. 몸보신 좀 해야겠다 싶어서 닭과 약재를 함께 사서 끓여먹었다. 촉촉하게 땀을 내며 한 그릇 먹었더니 속도 든든하고 저녁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졌다. 역시 속이 허할 때는 뭔가 특별한 것을 좀 먹어줘야 하는가 보다. 가족들의 성화가 얼마간 잠잠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뭐?! 뱃속에 들어가면 똑같아진다고? 절대, 네버 아니다!!^^ 뱃속에 들어가기전, 입에서부터 이건 달라도 너무 다르다. 고기의 감미로운 맛. 아~! 벌써 이쯤에서 배가 고파온다.


더위 아래 엎드리다

삼계탕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삼복(三伏) 시즌이 되면 꼭 먹어줘야 하는 음식처럼 인식이 되어버렸다. 삼복더위에는 왜 삼계탕을 먹을까? 삼복은 오행설에 기초하여 중국의 진나라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삼복은 1년 중 육체적으로 힘든 농번기이며, 더위가 가장 심하여 땀을 많이 흘려 심신이 허해지고 입맛을 잃기 쉬운 시기이다. 이러한 삼복더위에 보신을 위하여 알 낳기 전의 어린 암탉인 연계(軟鷄) 뱃속에 찹쌀, 밤, 대추, 마늘을 넣고 푹 끓여 먹는 것을 연계백숙(軟鷄白熟)이라 하고, 연계백숙에 인삼을 더하여 ‘계삼탕’이 되었다. 그런데 인삼을 귀하게 생각하여 인삼을 앞에 넣어 ‘삼계탕’이라고 이름을 바꿔 부르게 되었다.

절기(節氣)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1년의 기후 변화를 24개로 나누어 놓은 것으로 주나라 시기의 화북지방을 기준으로 만든 것이다. 이를 세종 시기에 우리나라에 맞게 개선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24절기의 보조 노릇을 하며 각종 행사의 지침을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잡절(雜節)이다. 삼복은 이러한 잡절의 하나로 음력 6~7월에 3번 있다. 복날은 보통 10일 간격으로 있으며, 하지 후 셋째 경일(庚日)을 초복, 넷째 경일(庚日)은 중복, 입추 후 첫 경일(庚日)은 말복이라 하여 삼경일(三庚日)이라고도 한다. 날짜를 천간지지(天干地支)로 표시하여 천간 자리에 경(庚)이 들어간 경오(庚午), 경진(庚辰), 경인(庚寅), 경자(庚子), 경술(庚戌), 경신(庚申)일을 경일(庚日)이라고 한다. 복날은 이러한 경일들 중에 하지와 입추 사이에 두 번이 들고, 입추 직후에 한 번이 드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맞다. 초복에 우리 저러고 놀았다. 시냇가에 나가서 맨몸으로 놀고 개 혹은 닭을 미친듯이 먹었다. 가끔 동네삼촌들이 뱀을 잡아서 구워먹는 것을 목도한 것도 거의 이때쯤이 아니었나 싶다. 삼복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의 차가운 음기가 대지로 내려오다가 여름철의 뜨거운 양기에 눌려 엎드려 있다는 뜻이다. 음양오행으로 보면 여름은 불(火)에 속하고, 가을은 쇠(金)에 속한다. 화가 극성한 여름에는 화가 쇠를 눌러서 쇠가 굴복해 엎드린다는 것이다. 쇠마저 불기운에 엎드릴 지경이니 인간은 더욱 무기력해지고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천간(天干: 십간) 중 경일을 복날로 삼은 까닭은, 경(庚)은 오행으로 볼 때 金이며,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경일에 금기운인 닭을 먹어서 불기운을 잡는다는 뜻이다.
   
무더운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체력 소모가 크고 식욕이 떨어져 영양부족이 오기 쉬운데, 자양분이 많은 것을 먹음으로써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보양하였다. 닭(酉)을 방위와 십이지(十二支)로 연결시키면, ‘酉’는 정서 쪽으로 ‘가을’이고 오행으로는 ‘金’에 해당한다. 金의 색은 흰색이다.  닭의 속살도 흰빛이라 金이니 쇠기운을 더 보탤 수가 있다. 푹푹 찌는 무더위 중에 金기운 있는 날에 金기운 있는 닭을 먹고 더위를 극복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뜨거운 불기운에 차고 단단한 쇠기운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담은 음식이 삼계탕인 것이다.
  
닭의 양기탱천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는 닭을 때를 아는 가축이라고 기록하였다. 닭은 울음으로 새벽을 알리고 빛을 예고하는 양(陽)적인 존재로,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음귀(陰鬼)를 쫓아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혼례와 같은 중요한 행사나 새해 그림에 닭이 쓰인 까닭은 닭이 시작의 의미를 가진 길상의 상징이자 잡귀를 쫒아내는 벽사의 의미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닭의 피는 부적을 쓸 때도 긴요하게 쓰인다. 진붉은 빛을 띠는 닭피는 정화력, 축귀력, 생명력을 상징하고 있어 부적의 효험이 크다고 여겼다.

닭은 유교 문화에서도 오덕(五德)을 갖춘 동물로 여겨졌다. 닭의 벼슬은 관을 쓴 머리를 상징하여 문(文), 날카롭게 뻗친 발톱은 무(武), 적을 봐도 물러서지 않고 싸우는 성격은 용(勇), 먹을 것을 함께 나누는 행동은 인(仁), 때를 맞추는 습관은 신(信)이다. 장모가 사위에게 씨암탉을 먹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오랜 풍속이다.『주역』에서 닭은 양조(陽鳥)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산모에게 닭을 먹이는데, 닭이 양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닭은 양기가 넘치는 동물인데 알을 낳는 씨암탉이니 자손을 많이 낳으라는 뜻이다. 게다가 장모가 사위에게 바라는 덕목(닭의 오덕)마저 들어 있으니 씨암탉 먹고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라는 친정어머니의 염원이 담겨있는 것이다.

한방에서 닭에 대한 문헌 내용을 찾아보면 『본초강목』에서는 양(陽)을 보하여 속이 차가워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였다. 또한『동의보감』에서 닭고기에는 독이 약간 있으나 허약한 것을 보호하는데 좋기 때문에 식사요법에 많이 쓴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닭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오장을 안정시키고 몸을 따뜻하게 하는 작용이 있다. 그러나 닭날개가 바람을 일으키고 닭뼈가 속이 빈 것을 이유로, 풍이 있는 사람과 뼈에 열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당치 않다고도 전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대개 털빛이 붉은 닭고기의 기운은 心으로 들어가고, 털빛이 흰 닭고기의 기운은 肺로, 털빛이 검은 닭고기의 기운은 腎으로, 털빛이 누런 닭고기의 기운은 脾로 들어가는데 어느 것이나 다 肝으로 돌아서 간다."고 하였다. 닭은 오장을 충실하게 하지만 그중 특히 간으로 들어가 간(肝)의 양기(陽氣)를 도움으로서 체내의 부족한 양기를 보충하는 효과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계피에서 설명했듯이, 닭의 金기운이 木기운을 자극하여 간의 작용을 돕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프라이드 치킨이 아니라고 투정을 부리는 저 어린 놈의 쉐이! 사위나 오면 잡는 씨암탉을 잡아다 줘도 저 모냥이다. 맞다. 씨암탉의 천적은 역시 사위다. 할매의 마음도 저 어린 놈의 쉐이보다는 내가... 먹고 싶다.^^


닭고기는 근육 섬유가 가늘고 연한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지방이 근육 섬유 속에 섞여있지 않아서 맛이 담백하고 소화 흡수가 잘된다. 닭고기는 그 부위에 따라 성분과 빛깔이 다르다. 가슴 부분은 살이 희고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다. 다리 부분은 살이 붉고 독특한 풍미를 지니고 있다. 근육을 키우려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면서 꾸준히 닭가슴살을 먹는다. 지방은 배제하고 단백질을 섭취해서 피부 아래에 근육의 모습을 섬세하게 만들기 위해서이다. 요즘엔 지방이 없어 퍽퍽한 닭가슴살이 인기라고는 하지만, 닭다리의 쫄깃함과 바꾸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닭가슴살은 흰색이지만, 닭다리살은 붉은 빛이다. 火의 색인 붉은색 닭다리가 금기운을 자극하여 엎드린 금기운을 살리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그래서 그런가? 닭다리를 많이 먹으면 몸이 차가워지고 풍이 생길 수 있다고 하니 너무 많이 먹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

안팎의 온도를 맞춰라

날이 더워지면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근처에 다른 계절보다 20-30% 많은 혈액이 모인다. 체표 주변에 혈액이 몰리면 땀의 배출이 쉬우므로 체온을 조절하기는 좋지만, 땀을 흘린다는 것은 진액과 기운을 함께 소모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땀 배출은 몸에 무리를 주게 된다. 땀은 땀샘이 열렸을 때 나오는 것이고, 땀샘의 개폐는 폐가 담당하고 있다. 위기(衛氣)는 폐의 기운으로 사기로부터 피부를 지키고 있다. 위기의 조절기능이 조화를 잃게 되면 주리(땀샘)를 조이는 힘이 약해져서 필요 이상으로 땀이 나오게 된다. 위기는 몸의 표피를 담당하는 양기(陽氣)이다. 양기가 부족하게 되면 피부의 주리를 조절하는 힘이 떨어져서 땀이 줄줄 새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땀은 혈과 마찬가지로 영양물질이며 노폐물 운반물질이다. 오버해서 말하면, 땀과 혈은 빛깔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양기 부족으로 땀을 많이 흘리면 영양의 손실을 입게 되어 몸은 더욱 약해진다.

비위의 작용으로 음식물에서 얻어지는 기운이 영기(營氣)인데, 영양물질과 함께 경맥과 혈맥 내부를 흐르는 몸속의 운동에너지이다. 땀이 흘러서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영기도 같이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땀을 많이 흘려서 기운이 빠진다는 것은 다량의 영기 손실과 위기의 조절 기능 저하를 동시에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脾)는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통혈(通血)작용을 하기 때문에 비가 약하면 혈의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 비는 위와 함께 짝을 이루어 보통 비위라고 붙여서 말한다. 혈액이 피부 쪽으로 몰리면 몸 안의 혈액량이 줄어든다. 혈액이 열을 끌고 체표면으로 몰리면 몸속은 열이 부족해서 냉한 상태가 된다. 이렇게 되면 비위의 활동력도 저하되어 소화력이 떨어지고 먹고 싶은 욕구도 줄어들어 자극적인 맛에 끌리게 마련이다. 많은 양의 땀배출과 입맛이 없어 제대로 먹지 못하는 증상이 만성피로를 부른다. 이른바 여름을 타는 것이다.

몸의 표면은 외부의 열을 받아서 뜨겁고, 날이 덥다고 차가운 음식들을 즐겨 찾는 바람에 몸의 내부는 더욱 서늘해진다. 속이 차가우면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설사도 잦아진다. 이렇게 되면 몸의 기운은 떨어지고, 더위를 이기는 저항력이 약해져서 몸의 표면은 점점 더워진다. 이럴 때 삼계탕을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면서 기운이 생기고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저항력도 생긴다. 안을 데워서 바깥의 뜨거움과 균형을 찾는 방법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다. 삼계탕의 재료들이 갖는 따뜻함을 섭취하여, 몸이 뜨거운 외부 기운과 안팎의 조화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몸속의 양기를 끌어 올려 몸밖에 더위와 맞짱도 뜨고, 안팎의 온도차에서 생기는 불균형을 잡아주어 여름 감기 같은 질병도 예방하기 위해서 별식으로 삼계탕을 먹었다. 여름에 충분히 땀을 흘려주어 노폐물도 빼내고 체온도 조절하는 한편, 과도한 땀으로 인한 기력손실을 양기를 함유한 음식으로 보충해주어야 한다. 『황제내경』에서는 여름에 땀을 흘리지 않으면 가을에 학질에 걸린다고 하였다.
   
똑같이 삼계탕을 먹어도 더위에 이길 수 있는 저항력이 생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삼계탕을 먹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더더욱 더위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원래부터 속에 열이 많기 때문이다. 속에 열이 많은 사람은 닭의 양기와 인삼의 양기가 속의 열을 더욱 강하게 하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인삼을 넣은 삼계탕은 속을 덥게 하여 땀을 내주고 양기도 보해준다. 그러나 열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인삼은 빼고 황기를 넣은 백숙을 먹는 것이 좋다. 인삼과 황기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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