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미화(감이당 대중지성)
차가운 수정과를 마셨는데, 어째서 콧잔등에서 땀이 날까? 앞에서 우리는 수정과가 겨울철에 먹는 음료라는 걸 배웠다. 몸을 데워주는 효과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수정과에 들어가는 주요 재료인 생강과 계피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다. 입에 익숙한 생강에 대해 먼저 공부해보자.
생강을 썰어서 말린 것은 건강(乾薑)이라고 부릅니다. 건강과 대추는 약을 지을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들어가는데요. 이걸 전문용어(?)로 강삼조이(薑三棗二)라고 합니다. 건강 세 쪽, 대추 두 개. 얘네들은 약과 함께 우리 몸에 들어가서 소화를 돕고 약의 독성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생강은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향신료 중 하나로 2천 년 전 중국에서 처음 약초로 소개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의 문헌인『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약용식물로 기록되어 있어, 일찍부터 재배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부엌에서는 주로 육류나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는 데 사용하고, 무가 들어가는 각종 요리의 양념으로도 빼놓지 않고 쓴다. 생강을 뜻하는 한자인 강(薑)은 풀 초(艸)와 굳셀 강(彊)이 합쳐진 글자이다. 맛과 향이 강한(彊) 풀(艸)이라는 뜻이다. 다음에 공부할 계피도 생강만큼 맛과 향이 강하다. 생강과 계피는 오래될수록 맛과 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강계지성(薑桂之性)이라는 사자성어도 생겼다. 늙어서 더욱 강직해지는 사람을 생강과 계피의 성질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생강(生薑)의 맛은 맵고 성질은 따뜻하다. 생강은 몸을 데워서 땀을 내고, 구토를 막고, 기침과 가래를 그치게 한다. 약으로만 사용되는 약재가 있고 상용할 수 있는 약재가 있는데, 생강은 음식으로도 먹고 약으로도 사용하는 대표적인 약재다. 어패류의 독도 풀어준다니 해산물 요리에 생강이 들어가는 근거를 알겠다. 냄새를 없애준다고만 알고 있었는데.
생강은 맵고 따뜻해서 차가움을 흩어내서 표면을 풀어낸다고 하니, 수정과를 먹고 콧등에 땀이 난 이유가 설명이 되는 것이다. 가벼운 감기에는 생강을 단독으로 복용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맵고 더운 성질의 다른 약재들에 첨가해서 땀 내는 데 이용한다. 표면이 풀어지면 굳게 닫힌 땀구멍이 열리면서 땀이 나오게 된다. 호오~, 그래서 초기 감기에 생강차를 마시라고 하는구나. 그런데 감기에는 왜 땀을 내야 하는 걸까? 감기에 걸리면 얼른 땀을 내라고 하는 이유는 감기를 가져온 기운을 속히 쫓아내기 위해서다. 사기가 아직 몸의 표면에 있을 때 재빨리 몰아내는 방법으로 땀내기가 으뜸이라는 뜻이다.
생강은 위를 덥혀 찬 기운을 흩어버리고, 속을 조화시켜 거슬러 오르는 기운을 내린다. 생강은 “토하는 병의 성약”이라고 했으니,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구토를 뜻하는 말이다. 위가 너무 차거나 뜨거우면 토하게 되는데, 위가 차가울 때 생강과 함께 사용하는 약이랑, 위가 뜨거울 때 생강이랑 같이 쓰는 약은 다르다. 위가 차서 생기는 토증에는 반하를 생강과 함께 사용하는데, 생강이 반하의 독을 풀어준다. 아무래도 위가 찰 때 사용하는 약이니까 반하도 생강처럼 따뜻한 약일 것 같다. 위가 뜨거워서 생기는 구토에 황련이나 죽여를 생강과 함께 쓴다는 것은 이 약들이 찬 성질을 가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찾아보니 반하는 뜨거운 약이고, 황련과 죽여는 찬 약이라고 나온다. 앗싸~,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는구나.
사용상의 주의도 있다. “생강은 음(陰)을 상하게 하고 화(火)를 돕기에 음허(陰虛)하여 내열(內熱)이 있는 경우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설명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생강이 속을 덥히는 성질이 있으니 원래 속이 뜨거운 사람은 먹지 말라는 뜻이다. 음허(陰虛)는 음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것은 몸속의 균형 상태가 이미 깨져 있는데, 음이 모자라는 쪽으로 균형이 깨진 것이다. 양은 뜨겁고 음은 차다. 음이 모자라면 양이 정상이라도 찬 성질이 부족하기 때문에 몸이 뜨거워진다. 음이 부족하니 몸은 상대적으로 뜨거울 테고, 뜨거운 상태에 생강 같은 맵고 따뜻한 걸 먹으면 더욱 뜨거워질 테니 먹지 말라는 의미다. 부족한 것도 넘치는 것도 병이 되는데, 음이 부족해서 양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태에 양을 더 보태면 불균형이 더욱 심해져서 또 다른 병을 만들게 된다. 몸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 건강한 신체에 이르는 길이다.
생강의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매워서 기운을 위로 올라가서 흩어지게 한다는데, 구토를 다스리는 것은 올라오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 아닌가? 올라가게도 하면서 내려가게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강은 뿌리줄기이다. 뿌리줄기는 줄기가 변태된 땅속줄기의 하나로 뿌리처럼 땅속으로 뻗어 나가며, 많은 마디가 생기고 각 마디에 막뿌리가 난다. 냉장고 안에서 오래된 생강을 찾아서 손질하다 보면 생강 마디에 질긴 뿌리끝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뿌리줄기는 되돌아가려는 성질이 있다고 한다. 줄기는 뿌리와 가지 사이를 연결하여 끌어올리고 잡아 내리는 작용을 동시에 한다. 뿌리는 땅속의 수분과 영양분을 흡수하므로 끌어올리는 기운이 강하다. 그런데 뿌리줄기는 뿌리의 상승력과 줄기의 소통력을 동시에 가지므로 상하좌우의 모든 움직임이 활발한 것이다. 생강이 여러 증상에 쓰이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생강의 매운 맛은 오행 중에 金기운에 해당하는데, 금기운과 연결되는 오장은 폐이다. 매운 맛은 몸을 덥힌다. 생강이 폐의 기를 데워서 가래 기침을 삭인다는 말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음식을 먹으면 다섯 가지 맛은 각각의 해당 장부를 향해 가는데, 매운 맛은 폐로 들어간다. 폐로 들어간 매운 맛은 폐의 금기운을 녹이는 화기운으로 작용하여 폐가 가진 불균형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오미(五味)가 몸에 작용하는 원리는 대개 이런 식이다. 장부가 가진 기운이 과도하면 덜어주는 맛을 선택하고 장부의 기운이 부족하면 보태주는 맛을 선택하는 것이다.
본초 공부의 시작으로 생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요약하자면, 생강은 맵고 따뜻하다. 그래서 생강을 먹으면 속을 따뜻하게 하여 땀을 내고, 기가 거스르는 것을 다스려 구토를 그치게 하고, 폐를 데워서 기침 가래를 삭인다. 생선회를 먹으러 가면 채 썬 생강에 젓가락을 가져가면서 한 번 생각해보시라. 생강이 내 입으로 들어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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