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도 훈련해야 제대로 먹을 수 있다?
Q1. 성형수술을 하고 온 딸, 대화가 안 통합니다.
많이 공감되는 질문이다. 공부의 맛(?)을 본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공부하라며 이야기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음이 편해지고 내가 달라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은 공부하는 것을 신기해만 할 뿐 공부하러 오지는 않는다.
얼마 전 군대에 있는 동생에게 편지를 썼다. 신나게 놀던 철부지 동생은 군대에 가더니 어느새 미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제대하고 어떤 자격증을 준비를 해야 할지, 취업은 어느 쪽으로 해야 할지. 나는 동생에게 말해주었다. ‘희준아 네가 하고 싶은 거를 해, 공무원이 돼서 평생 노예로 살래?’ 등등. 최근에 배운 박노해 시인의 ‘(스무 살, 지금 네 손에는 무엇이 들렸느냐고 묻는) 스무 살의 역사’까지 인용하며 제대하고 연구실로 공부하러 오라고 말했다. 내가 사는 방식이 좋으니 동생도 나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편지를 읽고 동생은 엄마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누나는 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공부, 이게 참 좋은데~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네!
스님_공부하면서 자신이 좋으면 그걸로 모두
얻은 것입니다. 가족이나 주변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려고 하지 마십시오. 지금 시대는 사람들의 유전자가 쉽게 변하지 않는 조건에
처해 있습니다. 유전자는 갑작스런 고난(가난과 질병 같은)을 겪었을 때 변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전에 비해 힘든 상황에 처하기
드물기 때문에 유전정보가 변하려는 시도 자체를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려고 해도 전체적인 조건상 잘 되지
않습니다.
사람은 세 살 때부터 혼자 살고자 하는 ‘자의식’이 생깁니다. 하지만 당장은 혼자 살 수가 없으니 자의식을 숨기고 살다가 청소년기에
그 힘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겁니다. 이렇듯 사람이든 짐승이든 혼자 사는 것을 기본적 원칙으로 태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살님이 가족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많기도 하지만 이 원칙으로 보면 별로 없습니다.
딸의 행복까지 책임질 생각을 하지 말고,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을 하도록 훈련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 딸에게 영향을 주게
되어 10년이나 20년 뒤에 딸도 즐겁게 살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자식이나 외부환경에 휘둘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다면
자식들도 나중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딸이 이것저것 상의하지 않는 것이 속상하겠지만 공부하면서 즐겁게 사신다면 지금, 잘
교육하고 계신 겁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공부하면서 주변사람들에게 내 삶의 방식만 맞다고 주장했던 것 같다. 친구들을 만나도 ‘지금 너네 잘못 살고 있는 거야’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동생한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계속 불편했다. 상대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스님 말씀대로 내가 즐겁게 살면 그걸로 충분하다.
Q2. 木(목)기운이 없어서 그런지 용기가 나지 않아요.
스님_오행학설로 볼 때 6분의 1은 木(목)의
기운이 치우쳐진 채로 살게 됩니다. 오행은 목, 화, 토, 금, 수 그리고 상화까지 포함해서 총 6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구상의 인구를 대략 60억 명이라고 합시다. 그 중 남자인구인 30억 명만큼, 30억 번 동전을 던졌을 때 앞뒤가 나올 확률은 거의 비슷해집니다. 그래서 본인만 겁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확률상 6분의 1정도가 비슷한 성격을 갖고 태어납니다. 5억 명이 보살님과 비슷한 삶을 살고 있는 겁니다. 자신을 탓하지 말고 ‘일반적으로 木(목)의 기운을 가진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편하게 받아들이세요.
흔히 다른 사람들은 좋은 삶을 산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그들만의 넘어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木(목)기운이
강한 사람들은 본인이 할 일을 잘 챙겨서 합니다. 옆에서 보면 자기밖에 모른다고 할 정도로 말입니다. 제가 아는 지인의 딸이
木(목)기운이 강한데, 단 한 번도 남에게 음식이나 물건을 줘 본적이 없답니다. 그 대신에 남의 것을 탐하지도 않습니다. 반면
金(금)기운이 강한 사람들은 남에게 잘 베풀지만, 베풀면서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마음을 갖기도 합니다. 木(목)기운의 경우에는 잘
주지도 않지만 지배하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이렇듯 오행별로 장단점이 있을 뿐입니다.
지금부터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기질을 의도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해 보세요. 누구나 자신이 잘 하는 부분은 당연하다고 여기고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크게 느낍니다. 단, 한 번에 바꾸려고 하지 말고 조금씩 노력해야 됩니다. 갑자기 달라지려고 하면 원래의 기질과 많이 다르기 때문에 불안함이 커집니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습관도 책임지고 그에 따른 불이익을 감당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는 타고난 기질대로 살았지만 어른이 되면 ‘의도적으로 기질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Q3. 음식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체증을 느낍니다.
평소에도 잘 체하는 편이라 소화제를 항상
들고 다녔습니다. 공부하고 나서는 약에 의존하지 않으려고 약을 끊고 많이 걸어 다녔습니다. 그런데도 며칠 전에는 새벽 내내
구토를 했습니다. 그리고 음식만 체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체한 느낌이 듭니다. 예를 들면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조차
가볍게 넘기지 못합니다. 제 자신에게 늘 욕심내지 말자, 공부가 낯설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잘 되지 않습니다.
스님_ 일단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합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지만 특히나 예민한 사람이 있습니다. 본인은 신경쓰지 않는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의식하는 겁니다. 이렇게 항상 긴장하거나 생각이 많아지면 위장은 운동하지 않습니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바로 위 내시경으로 관찰하면 위장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결국에는 그대로 토하게 됩니다. 몸이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할 경우 설사를 하게 되고 더 심한 경우에는 토하게 됩니다. 음식의 문제가 아니라 아까처럼 몸이 긴장했을 때 설사하거나 토하는 겁니다.
이때에는 천천히 밥 먹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책이나 신문을 보지 말고 밥 먹는 행위에 집중하는 겁니다. 다른 것을 하면서 밥을 먹게 되면 쓸데없는 생각으로 위를 긴장시키게 됩니다. 오로지 밥을 씹을 때의 미각만을 느끼도록 해보세요. 50번, 100번이라도 좋습니다.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미각의 변화를 느껴야 합니다. 소화를 잘 시키기 위해서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밥을 먹는 행위 자체를 훈련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마음은 이래도 이렇게 드시면 안됩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드세요.
꼭꼭 씹어 소화를 잘 시키기 위해 훈련하는 것이 아니라 ‘밥 먹는 행위 자체를 훈련한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정화스님께서는 감정이 올라올 때 가만히 앉아 호흡을 세어보라고 하셨다. 미각을 느끼는 훈련도 이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한 순간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몸은 누워 있더라도 머릿속은 항상 복잡하지 않은가. 밥을 먹을 때 다른 생각하지 말고 밥만 충실히 먹는 훈련이 필요하다. 위에 부담이 되는 맵고 짠 음식을 조심하고, 단 음식과 미각 훈련을 통해 밥을 제대로 먹어보자!
글/정리_이소민(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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