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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배려의 인문학17

[약선생의 도서관] "그 한 부분에 머리를 내던져 적어도 금이라도 가게 하자" 전락의 훈련, 철저한 제로 - 나쓰메 소세키의 『갱부』 - 소세키의 강연 중 「문예의 철학적 기초」라는 제목의 강연이 있다. 이 강연은 마흔 살이 된 소세키가 동경미술학교 문학회 개회식에서 진행한 것이다. 강연이라지만 요즘 같은 그런 대중 강연은 아니었던 듯하다. 강연 내용에는 만만치 않은 논리들이 촘촘하게 스며들어 있다. 소세키 입장에서도 그랬던지, 강연 후에 소세키가 녹취록을 정리하고 보니 들고 간 강연 원고보다 두 배나 긴 글이 되고 말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오래전에 이 글을 읽을 때는 그리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아마 소세키 강연의 백미는 ‘자기본위(自己本位)’를 묘파한 「나의 개인주의」이지 않느냐하는 편견 아닌 편견이 자리 잡고 있어서인지 모르겠다. 인간 인식의 불행은 집합적 대상의 어느 한.. 2016. 9. 6.
[약선생의 도서관] 『노인과 바다』 속의 플라톤, 『프로타고라스』 "플라톤의 반플라톤주의" 플라톤의 『프로타고라스』 대서(大暑)의 태양이 뜨겁다. 태양(日)을 머리에 인 사람(者)의 형상도 끔찍한데, 그것도 크다(大)고 하니 도무지 속수무책인 절기다. 그래도 온종일 에어콘 옆에서 먼지바람만 삼키는 신세가 처량하다. 알고도 들이킬 수밖에 없는 처지라 차라리 비극적이라고 해야 한다. 회사일이고 뭐고, 바다에 나가 한바탕 첨벙거리고 싶을 뿐이다. 그렇다고 꼭 시원함 때문만은 아니다. 어느 바다나 그곳은 내 몸을 발 없이 위로 뜨게 해주는 곳이다. 나는 니체가 중력의 악령에서 벗어나라고 했을 때 머리에 맨 먼저 떠올리는 곳은 바로 한바탕 첨벙거리며 떠있을 이 바다다. 그러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그리는 바다는 그리 시원한 바다는 아니다. 노인 산티아고는 거대한 청새치와.. 2016. 7. 26.
[새연재_약선생의 도서관]발터 벤야민의『일방통행로』 도취의 기술 벤야민의 『일방통행로』 '약선생의 철학관' 프랜차이즈 1호, 이 열렸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지요? 그간 연재를 쉬시며 함께 공부하는 벗들과 같이 읽은 책 혹은 어떤 이끌림으로 혼자 읽게 된 책들에 관해 이야기해주실 예정입니다. (아직 조금 남았지만) 병신년은 약선생님에게 있어 인성과 식상의 해! 약선생님의 인성(책)과 식상(글)이 저희 북드라망 블로그에서 맹활약할 것이니, 앞으로 많은 기대 바랍니다. :D 연말연시는 언제나 술자리로 넘친다. 어른이라면 누구든지 술이 주는 비(非)-일상을 찾아 서로 만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술 끊은 나도 이런 관성을 모두 거스르지 못하고, 몇몇 모임에는 참석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참 묘한 기분에 빠진다. 아마도 ‘취한다’라는 알 수 없는 사태 때문일 것이다.. 2016. 1. 12.
"좋은 것은 끝이 있고, 끝이 있는 것은 좋은 것이라네" 약선생의 철학관을 끝내며 돌연한 출발 프란츠 카프카의 글에 「돌연한 출발」이라는 단편이 있습니다. 하인에게 명령하는 걸로 봐선 주인공인 ‘나’는 귀족일 것입니다. 큰 성에서 편안히 지내던 귀족은 어느 날 하인에게 마구간에서 말을 끌어내 오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먼 데서 트럼펫 소리가 울려오기도 하지요. 아마 저 멀리 전쟁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릅니다. 혹은 축제일지도요. 그러나 하인은 주인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합니다. 심지어 트럼펫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죠. 그도 그럴 것이 주인님은 항상 정해진 때, 정해진 목표가 있을 때만 말을 찾았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전혀 영문을 모르는 명령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인이 묻습니다. “어딜 가시나이까? 주인나리” 당연히 하인은 주인이 어딜 가는지 물어야 했습.. 2015.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