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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7

[마산에서 온 편지] 씨앗이 뿌려지던 날들 씨앗이 뿌려지던 날들 강가에나무(마산 토박이) 옛집 옆으로 난 골목엔 딸 셋에 아들을 막내로 둔 집이 있었다. 그 집 셋째 딸이 나랑 동갑이었다. 이제 막 문을 연 병설유치원의 첫 입학생으로 함께 다녔으니, 친구네는 그전부터 거기 살았을 것이다. 위로 세 살, 다섯 살 터울의 오빠를 두었던 나는, 어린 날엔 그것이 얼마나 큰 나이 차이였는지 오빠들의 놀이에 낄 엄두를 도통 내지 못했다. 성별이 다른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딸 많은 친구네 집을 내 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친구네 집은 골목에서 다섯 개 정도의 좁은 계단을 올라가야 대문이 있었다. 나는 계단 아래서 고개를 위로 바짝 쳐들고 친구를 부르기 시작했다. “친구야, 놀자~ 친구야 놀자~.” 아무 대답이 없으면 안에서 들어오라는.. 2026. 5. 11.
필경사 바틀비, 시스템에 균열의 씨앗을 심다 장치와 생명체, 그 균열과 연결의 이중주 (1) 『필경사 바틀비』는 『모비딕』의 작가로 더 알려진 허먼 멜빌의 단편소설이다. 1851년 출간된 『모비딕』과 후속작들이 실패하고 설상가상으로 출판사에 화재가 나서 그의 모든 작품이 불타 버렸다. 멜빌은 절박한 마음으로 『필경사 바틀비』를 쓰기 시작한다. 시련은 자신이 서 있는 지반을 한 걸음 물러서서 보게 한다. 세상에 던져져 있지만 큰 벽에 둘러싸인 듯한 느낌. 『필경사 바틀비』는 그러한 단절감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19세기 중반의 월가(Wall Street)는 실제로 큰 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고 한다. 원주민들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세워진 이 벽이 월가라는 이름의 유래가 되었다. 바틀비의 책상이 있는 창가도 오래된 벽.. 2015. 10. 21.
소금, 겨울철 내 몸을 '짜는' 비법 생명의 씨앗, 소금 오선민(감이당 대중지성) 소금은 블랙홀 김장철이다. 생각만 해도 혀뿌리 부근이 찡해지면서 침이 고일만큼 시원하고 아삭한 김장김치. 이런 김치만 있으면 겨우내 반찬 걱정이 없다. 그래서 집집마다 김치를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담그기 위한 비법 한두 가지 쯤은 있고, 입맛에 따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입맛에 상관없이 이구동성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배추를 잘 절이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배추 절이는 비법 중엔 희한한 것도 심심찮게 있다. 예를 들면 대식구를 거느렸던 조선시대 명문가들에서는 배추를 절이는 아낙네들 입에 창호지를 붙였다고 한다. 배추는 음기가 강한 재료라고 여겼는데 절일 때 수다를 떨면 입에서 탁한 양기가 뿜어져 나와서 배추의 음기를.. 2012. 11. 22.
소설, 첫눈에 반(反)해 보라! 소설(小雪), ‘All in 음(陰)’의 시절 김동철(감이당 대중지성) 첫눈, 알 수 없는 설렘 사람마다 첫눈에 대한 느낌은 조금씩 다르나 ‘설렘’에 있어선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첫눈은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촉발한다. 도대체 눈이 뭐길래? 눈을 맞으며 그저 황홀해하기만 했을 뿐, 왜 눈에 마음을 빼앗기는지 생각해본 적은 별로 없다. 보통 첫눈이라 하면 연인과의 만남이나 어떤 소원 혹은 기적을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첫눈 오는 날 우리 만나자”라는 멘트를 서슴없이 날린다. 이런 행태가 유치해 보일지 몰라도, 나름 의미가 있다. “올해 첫눈은 반드시 애인과 함께 할 거야! (불끈)”와 같이 첫눈은 우리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맞이하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맞이하려는 대.. 2012.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