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소금, 겨울철 내 몸을 '짜는' 비법


생명의 씨앗, 소금

 

오선민(감이당 대중지성)

 

소금은 블랙홀

 

김장철이다. 생각만 해도 혀뿌리 부근이 찡해지면서 침이 고일만큼 시원하고 아삭한 김장김치. 이런 김치만 있으면 겨우내 반찬 걱정이 없다. 그래서 집집마다 김치를 조금이라도 더 맛있게 담그기 위한 비법 한두 가지 쯤은 있고, 입맛에 따라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그런데 입맛에 상관없이 이구동성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배추를 잘 절이는 일이다. 그러다보니 배추 절이는 비법 중엔 희한한 것도 심심찮게 있다. 예를 들면 대식구를 거느렸던 조선시대 명문가들에서는 배추를 절이는 아낙네들 입에 창호지를 붙였다고 한다. 배추는 음기가 강한 재료라고 여겼는데 절일 때 수다를 떨면 입에서 탁한 양기가 뿜어져 나와서 배추의 음기를 상하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손 없는 날을 골라 배추 잎의 두께에 따라 각각 농도가 다른 소금물에 배추를 절였기에 하루가 아니라 3일, 5일, 7일, 혹은 9일간 김장을 담갔다고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비법 중에서도 으뜸은 좋은 소금을 쓰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치가 썩지 않고 익게 하는 것이 바로 소금인데, 좋은 소금을 쓰면 김치가 맛있게 익고 질 낮은 소금을 쓰면 쓴맛이 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은 소금은 김장을 맛나게 담그는 비법 중에 비법일 수밖에. 

 

그런데 어떤 것을 좋은 소금이라고 할까? 보통 김장에 좋은 소금이란 최소 3년 이상 간수를 뺀 서해안 천일염을 말하는데 간수를 빼는 이유는 간수가 좋지 않은 쓴맛을 내기 때문이다. 집에서 간수를 빼려면 소금자루 바닥 양쪽으로 벽돌 두 개를 괴고 벽돌 사이에 간수 받는 그릇을 놓은 뒤,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곳에 두면 된다. 그런데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잡냄새가 나거나 공기가 탁한 곳에 소금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소금은 잡냄새나 중금속 같은 공기 중 오염물질들을 흡착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볶거나 구워서 간수를 날린 소금도 공기 중에 오래두면 다시 습기와 오염물질을 빨아들여 간수가 생긴다. 그래서 곰팡이가 피는 습한 구석이나 나쁜 냄새가 나는 곳에 소금을 놓아두기도 한다. 또 상가에 다녀오는 사람에게 소금을 뿌리는 이유도 소금이 좋지 않은 기운을 모두 빨아들일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간수는 좋지 않은 물질을 빨아들여 생긴 것이므로 몸에도 해롭다. 소금이 고혈압에 좋지 않다고 말하는 이유도 간수 때문이다. 이렇듯 소금은 주변의 기운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성질이 있다. 마치 블랙홀처럼. 소금의 이러한 성질은 음양오행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다섯 가지 맛이 잘 짜여있어서 짠맛

 

금처럼 귀해서 소'금'이라고~

    금처럼 귀해서 소'금'이라고~(^^)

 

짠 맛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 중에 수(水)에 속한다. 그런데 수(水)의 성질을 계절에 비유하자면 한겨울이므로 한겨울 만물의 모습을 보면 水의 성질을 짐작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겨울을 어떻게 나는가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는 겨울이 되면 겹겹이 껴입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움직임을 줄여 음식 등으로 섭취한 에너지를 최대한 안으로 저장하려 한다. 사람만 그런 것이 아니다. 겨울에 나무 가지 끝을 보신 적이 있는지? 여기엔 아주 작은 꽃 봉우리 같은 것이 있다. 작은 잎처럼 생긴 것이 차곡차곡 포개져 서로 꼭 붙어 웅크리고 있는... 이것을 겨울눈이라 하는데 나무는 이런 모양으로 가지 끝에 다음해 띄울 싹의 씨앗을 꽁꽁 싸매어 놓는다. 이것을 보면 겨울엔 나무도 사람처럼 몸을 웅크려 움직임을 줄이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려 애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차가운 수(水)의 성질을 지닌 짠 맛 역시 혀와 입안을 수축시키며 몸을 겨울나무 모드로 전환 시키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매운 맛처럼 열을 내고, 기운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기운을 안으로 끌어들여 강하게 응축하고, 아래로 내리는 성질을 지닌 것이다.

 

‘짜다’라는 말의 유래 역시 이러한 기운과 무관하지 않다. 짠 맛은 쓴맛, 신맛, 단맛, 매운 맛을 끌어당겨 짜임새 있게 응축해서 나온 맛이기 때문이다. '짜다'라는 말은 오미가 잘 짜여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래서 소금을 넣으면 단맛은 더욱 달게, 맵거나 쓴맛은 더욱 맵거나 쓰게 한다. 이렇게 이질적인 기운이 강하게 응축되어 무거워진 짠맛은 오장 육부 중 가장 아래쪽에 있는 신장 방광으로 내려가 작용을 한다. 그래서 약을 지을 때 소금으로 법제한 약은 위로 오르는 열기를 가라앉힐 뿐만 아니라 약의 기운을 끌고 신장방광으로 내려가 작용하도록 한다.

 

속에서 타고 있는

 

짠맛의 약재는 차가운 수(水)의 기운을 지녀서 몸 안에서 쓸데없이 들떠 돌아다니는 열기를 가라앉힌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짠맛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화(火)의 성질을 띠게 된다는 점이다. 즉 아주 짠 약재는 오히려 화(火)를 돋우어 기운을 끌어올린다. 이것은 수중지화(水中之火) 때문이다. 짠맛이 화기로 변하는 것이 ‘물 속의 불’ 때문이라니 도대체 무슨 말일까? 여성에게는 남성호르몬이 있고, 남성에게도 여성호르몬이 있다. 또 밤이 가장 길고 음기가 극에 달했다고 하는 동지에도 ‘양’이 있다. 그런데 동지의 ‘양’과 같이 가장 미약해 보이는 ‘양’이야말로 맹렬한 추위를 밀어내고 온기를 불러오는 씨앗이다. 인디언의 한 부족은 11월을 ‘모든 것이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했다. 푸른 기운도, 움직이는 것도 모두 죽어 흰 눈에 묻힌 것처럼 보이는 11월의 들판에서도 응축된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수기(水氣)로 일컬어지는 짠 맛 속에도 꺼지지 않고 응축된 화기(火氣)가 있는데 이 화기(火氣)가 극단으로 밀리면 꽉 눌린 용수철처럼 튀어오를 힘이 생긴다. 그래서 짠맛이 매우 강한 약재는 오히려 화기(火氣)를 도와 기운이 위로 오르게 할 수 있다.

 

짠맛 밖에 없어 보이는 소금 속엔 단맛, 신맛, 쓴맛, 매운 맛이 있고 수기(水氣)만 있어 보이는 소금 안엔 작지만 강한 화기(火氣)가 있다. 또 소금은 뜨거운 햇빛에 의해 바닷물로부터 분리되어야 비로소 수기(水氣)를 지닌 소금이 된다. 이렇듯 성질이 다른 기운이 있어야만 응축되고, 또 응축되어야만 다음 국면을 맞이할 수 있는 새로운 힘이 생긴다는 것은 눈 여겨 봐야 할 점이다. 우리는 보통 익숙한 일을 하고자 하고, 비슷한 생각을 반기며,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벗이 되고자 한다. 이질적인 것이 주는 불편함을 견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질적인 것이 주는 불편함이야말로 우리의 기운을 응축하는 힘이 되고 이런 힘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짠 음식을 먹으면, 신의 응축작용이 완화되어 수극화하는 힘이 떨어지게 되어, 심·소장의 화기가 치성해지기도 한다." (류시성·손영달, 『갑자서당』, 북드라망, 129쪽)

 



각설하고, 다시 소금의 화기(火氣)에 대해 보도록 하자. 당종해는 본초문답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촉 땅의 수퇘지를 기르는 사람들은 반드시 소금을 먹여 키우는데, 소금을 먹이면 암퇘지를 많이 거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명문의 화를 돕는 것이니, 대함(大鹹 : 아주 짠 것)한 것은 양기를 돕는 증거가 된다. 또 아이의 오줌은 자음강화(滋陰降火 : 음을 돋우고 화를 끌어내린다)하지만 아이오줌을 끓여 만든 전작화석(前作秋石)은 매우 짜서 명문의 화를 도와 발기시킨다. 이처럼 함미가 후厚한 것은 상승하는 화의 작용을 하는 것이다.” 명문의 화라는 것은 신장의 양기이므로 정력을 일컫는다고 할 수도 있는데 촉나라 사람들은 소금으로 명문화를 돋워서 수퇘지의 생식력을 증대시킨 것이다.

 

한편 본초강목에는 "소금은 달고 짜며 찬 것으로 독이 없다. 주치로는 위와 명치 아픈 것을 치료하고 담과 위장의 열을 내리게 하고 체한 것을 토하게 하고, 설사할 수 있게 하며 지혈도 할 수 있다. 또한 복통을 그치게 하며 뼈골을 튼튼하게 하고 피부병을 치료하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묵은 음식을 소화시킨다." 라고 기록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소금은 식욕 촉진, 소화 촉진, 그리고 속이 답답한 것을 풀고 뱃속의 덩어리를 터뜨리며 부패를 방지하고 냄새를 없애며, 온갖 상처에 살이 나게 하고 피부를 보호해 주기도 하며 또한 대소변을 통하게 하며 오미를 증진한다. 이를 문지르며 눈을 씻으면 잔글씨를 보게 되며 해독하고 피를 차게 하며 건조한 것을 윤택하게 한다."고 했다. 그야 말로 거의 만병통치약이란 말이다. 하지만 간수를 빼지 않은 소금을 많이 먹으면 신장에 부담을 주고, 혈압이 높아지며 뒷목이 뻣뻣해지고 열이  뜬다. 그래서 간수를 충분히 뺀 소금이나, 죽염과 같이 고열에 잘 구운 소금을 써야 한다. 또 너무 진한 소금으로 눈을 씻으면 오히려 눈을 상하게 하므로 맛을 보아 너무 짜거나 싱겁지 않게 농도를 맞추어 써야 한다.

 

‘거의’ 만병통치약

 

이처럼 소금은 어떻게 쓰는 가에 따라 그 작용이 달라지므로 소금의 성질에 대해 제대로 알면 삶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체했을 때 미지근한 물에 소금을 진하게 타서 마시면 토하거나 설사를 하며 체기가 가신다. 고기를 먹거나 과식을 하여 속이 더부룩할 때도 죽염을 먹으면 속이 편안해진다. 또 음주 전후에 먹으면 숙취를 크게 줄일 수가 있다. 아랫배가 뭉치고 묵직하게 내려앉는 느낌이 드는 등의 부인과 질환에도 오랫동안 잘 구운 소금을 먹으면 배의 멍울이 풀리며 편안해진다. 이것은 소금이 들떠서 돌아다니는 열기를 끌어내리거나 명문화를 돕기 때문이다. 야채도 소금물에 씻으면 좋다. 소금의 유용한 성분은 야채 안으로 스며들고, 농약 같은 중금속을 소금이 흡착해서 씻겨 나가기 때문이다. 또 소금은 염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크다. 다래끼가 났을 때 소금물로 눈을 씻으면 가라앉고, 인후염에도 코로 소금물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뱉어내면 염증이 가라앉는다. 염증 부위에 직접 소금을 써도 좋지만 죽염같이 오랜 시간 잘 구운 소금을 먹어도 염증이 가라앉는다. 그런데 소금이 염증을 가라앉히는 원리는 항생제가 세균을 죽이기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김치의 발효를 떠올려 보면 알 수가 있다. 소금은 항생제처럼 배추에 있는 균을 모두 죽이는 것이 아니라 염도를 발효균이 활동하기 좋게 만들어 발효균을 증가시킴으로서 김치를 썩게 만드는 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즉 염증을 일으키는 균을 박멸하고 소독하는 것이 아니라 몸 안의 균이 활발히 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염증을 일으키는 균이 설 자리를 잃게 하는 것이다. 


소금의 짠맛은 오행 중 수(水), 그러니까 계절로 비유하면 한 겨울의 성질을 가졌다고 했다. 잎이 모두 떨어지고 팔랑거리던 나비도 극성스런 모기도 모두 죽어버리는 겨울. 겨울은 태어나고, 자라고, 열매 맺었다가 죽는 생명의 리듬 중 죽음에 해당한다. 그러나 동시에 해가 잘 드는 나무껍질 속에서 잠자는 곤충 알, 땅 속에 묻힌 나무 씨앗을 의미하기도 한다. 알, 씨앗은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이야 말로 생명력이 응축될 대로 응축되어 이듬해 봄을 부르는 존재들이다. 수의 성질을 가진 소금 역시 우리 몸이 열과 기운을 안으로 끌어들여 에너지를 짜임새 있게 응축하여 필요할 때 펼쳐 쓸 수 있도록 한다. 응축시키는 겨울의 힘이 튀어오르는 봄의 힘과 맞닿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겨울이지만, 또 눈 속에 묻힌 씨앗을 기어코 땅을 뚫고 올라오게 만드는 것이 겨울의 힘이다. 이 힘으로 우리 몸을 다시 '짜' 보자(^^).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겨울이지만, 또 눈 속에 묻힌 씨앗을 기어코 땅을 뚫고 올라오게 만드는 것이 겨울의 힘이다.

  이 힘으로 우리 몸을 다시 '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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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신금이 2012.11.25 17:02 답글 | 수정/삭제 | ADDR

    소금에 대해서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어요~ 네가지 맛이 합쳐져서 짠맛이 된다니 정말 그럴싸해요^^;

    • 북드라망 2012.11.26 11:07 신고 수정/삭제

      저는 입맛 없을 때 짠 음식이 당길 때가 있는데 소금이 오행 중 수의 기운을 가졌기 때문이었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지요. 수의 기운이 모자라도 너~무 모자란 저인지라...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