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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23

사건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 질문은 무엇인가? 커다란 궁전에 사람들이 모이고, 휘황찬란한 가구들이 놓이고, 교황이 왕관을 들고 있다. 나폴레옹은 앞으로 걸어나와 교황으로부터 왕관을 받아 자신이 직접 머리에 썼다고 전해진다. 이제 이 상황에서 무엇이 변했는지 생각해 보자. 사물이나 실체에서는 변한 것이 없다. 대관식이 있었다고 해서 그 궁전이 사라진 것도 아니고,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 수가 늘어난 것도 아니고, 의자가 탁자로 바뀐 것도 아니다. 사물이나 실체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그렇다고 성질이 바뀌었는가? 성질도 바뀌지 않았다. 건물의 무게도 그대로고, 사람들의 옷 색깔도 그대로고, 왕관의 모양도 그대로이다. 결국 대관식에서 분명 큰 사건이 벌어졌지만, 사실상 거기에서 사물도 성질도 변한 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대관식에서 사건은 도대체 어.. 2013. 2. 20.
나를 죽이고, 나를 살리는 '글쓰기' 글쓰기, 자유를 넘어선 자유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글을 통해 세상에 영향을 끼치고, 널리 이름을 알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책을 읽고 글 쪼가리를 조금이라도 쓰다 보면 혹시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희망이 쌓이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런 기대가 허망한 것이란 걸 곧 알게 된다. 당최 나에겐 그럴 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이 무엇보다 첫 번째 이유겠지만, 글쓰기의 세계가 그런 희망에는 도무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글을 쓰면 쓸수록 세상에 영향을 끼치거나, 이름을 알리는 것은 고사하고, 글쓰기만으로는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렵다는 걸 알게 되면서 마음은 더욱 후회막급이 된다. 글도 세상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정이 이럴진대 대체 .. 2013. 2. 6.
한겨울에 읽는 8편의 소설 - 세계문학을 만나다 ② 한겨울에 읽는 8편의 소설 - 세계문학을 만나다 ② 이야기는 ‘나’를 바꾼다 토마스 핀천, 『제49호 품목의 경매』(김성곤 옮김, 민음사) 에디파는 옷장이 달린 화장실로 들어가서 재빨리 옷을 벗은 다음 가져온 옷을 가능한 한 모두 껴입었다. 갖가지 색깔의 팬티 여섯 벌, 거들, 나일론 양말 세 켤레, 브래지어 세 벌, 바지 두 벌, 하프슬립 네 벌, 검은 웃옷 한 벌, 여름 드레스 두 벌, A라인 스커트 여섯 벌, 스웨터 세 벌, 블라우스 두 벌, 누빈 실내복, 하늘색 실내복, 헐거운 올론 드레스에다 팔찌, 핀, 귀고리, 목걸이 등을 몸에 걸쳤다. 다 걸치는 데만 몇 시간은 족히 걸림 직했고, 이윽고 그녀가 그것들을 다 껴입은 후에는 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전신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실.. 2013. 1. 29.
긴 겨울은 봄을 위한 필수 단계! -임수(壬水) 임수(壬水) 이제 드디어 금(金) 운동이 끝나고 수(水) 운동이 시작됩니다. 수 운동의 첫 단계를 표현한 것이 임수입니다. 이 시기엔 가을의 수렴 기운이 더 견고하게 응축됩니다. 사계절로 보면 겨울, 즉 쇠퇴의 단계이며 동시에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내년을 준비하는 것이죠. 임수는 하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돌아올 봄을 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을 챙깁니다. 새로운 생명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모으는 동작이 임수의 특징입니다. 그래서 자기 사주에 임자(壬字)가 있으면 부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본 것입니다. 천간에 임자가 3개 이상 있으면 거부(巨富)사주로 보는데 임의 기질이 주워 담으려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수 운동, 즉 응축의 시간을 거쳐야.. 2012.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