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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재 ▽/아기가왔다 : 포토에세이33

[아기가왔다] 아이에겐 자연이 잘 어울린다 아이에겐 자연이 잘 어울린다 나는 마케팅 용어로 사용 되는 '자연주의', '천연' 같은 말들을 싫어한다. 아니, 그걸 넘어서 혐오한다. 인간을 포함해 자연스럽게 태어난 모든 걸 망쳐 놓고선 먹고 마시고 바르는 것들은 '안전한' 자연적인 걸 쓰겠다는 그 뻔뻔스러움에 도무지 익숙해지질 않아서다. 아이에게도 자연적인 것만 골라 입힌다거나 먹인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도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을 입히고 먹이는 편이다. 그래서 전혀 의식을 못했다. 아이가 얼마나 자연적인지, 비-인간적인지 말이다. 이번주 초에는 강원도 함백, 고미숙 선생님의 고향 마을에 다녀왔다.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그야말로 산골이었다. 몇걸음만 가면 흙을 밟을수 있고, 그렇게 몇결음만 가면 물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 2019. 8. 9.
[아기가 왔다] 어허, 이놈이! 어허, 이놈이! '아기가 왔다'라고 써 놓고 보니 과연 우리 딸을 여전히 '아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이 든다. 아직 36개월도 안 되었으니 '아기'라면 아기지만, 덩치만 놓고 보자면 아직도 말을 잘 못하는 게 이상할 정도다. 우리 딸이야 원래 아빠가 하는 행동을 다 따라하는 편이었지만 두어달 전만 하더라도 신체능력의 한계(팔이 짧다든가, 점프를 못한다든가, 옆으로 걷기를 못한다든가 그런 것들)로 잘 따라하지 못하는 것들투성이였다. 뒷짐지고 걷기도 그랬다. 걸음을 막 배우던 때에는 양팔이 균형 잡는 데 동원되어서 못 따라하고, 잘 걷게 된 다음에는 걷는 법을 잊은 듯 뛰어다니느라 못 따라했다. 이제는 아빠가 뒷짐을 지고 걸으면 저도 따라 뒷짐을 진다. 건방지게. 그래서 아빠는 요즘 부쩍 조.. 2019. 8. 2.
[아기가 왔다] 안돼, 하지마, 가만히 있어 안돼, 하지마, 가만히 있어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어느 정도냐면, 걱정할 게 아무 것도 없으면 마음 속의 재료들을 그러모아 걱정을 만든다. 재료마저 없으면 재료를 구해다가 걱정을 만든다. 뭐라고 해야할까, 일이 안 되거나, 망하거나 하는 사태가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사람이 보기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위험하고 어렵고 힘든 일이 되고만다. 그것은 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라면 당연히 해내는 일들도 어찌나 위험하고 어렵고 힘들어 보이는지, 나도 모르게 '안 돼!', '하지마', '가만히 있어' 같은 말들을 자주하게 된다. 물론 그래선 안 된다. 아이란 원래 위험을 넘어서면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런 중에 그나마 다행인건 우리 딸이 아빠의 만류와.. 2019. 7. 26.
[아기가 왔다] 강아지풀 세 개 강아지풀 세 개 요즘 딸과 함께 산책을 나가면, 아빠는 강아지풀을 찾느라 여기저기 두리번 거린다. 딸이 집을 나서면서부터 강아지풀을 찾아달라고 몸짓, 손짓, 이상한 소리를 섞어가며 요구하기 때문이다. 얼른 찾아서 손에 쥐어줘야 좀 편하다. 그런데 문제는 어째서인지 아파트 단지 안에는 강아지풀이 없다. 그리하여 가로수가 있는 대로변으로 나가야 한다. (또 한번) 어째서인지 강아지풀은 대로변 가로수 아래에 많다. 강아지 풀을 발견해서 하나를 뽑아주면, 딸은 손가락 세 개를 편다. 세 개를 달라는 말이다. 얼마 전까진 두 개로 만족했는데, 어느 순간 '세 개'를 배우더니 그 다음부터는 기본이 세 개가 되었다. 두어 개 찾아서 뽑아주기도 힘든다. 네 개가 되면 어찌하나 싶다. 2019.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