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171 페터 한트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 과거는 사라지지 않지만, 떠날 수는 있다 페터 한트케,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 - 과거는 사라지지 않지만, 떠날 수는 있다 ““여기 다시 온지 얼마 안 돼서 그래”하고 나는 그가 가고 난 뒤 혼잣말로 소리쳤다. 외투를 걸친 채 욕실로 들어가 나 자신보다는 거울을 더 들여다보았다.”(14쪽) ‘혼잣말’에는 전제가 있다. ‘말’이 사실은 ‘상호적’이라는 전제다. 그럴 것이 ‘말’은 ‘의미’의 묶음이다. 그래서,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전달 받는다. 이를 두고 ‘소통’이라 부르는데, 이 시도는 대개는 실패한다. 오죽하면 정치인이고 연예인이고, 세상 전부가 ‘소통하자’고 달려든다. 다시 ‘혼잣말’을 살펴보자. 1인칭 화자(이하 주인공)는 소설의 3/2, 그러니까 클레어와 베네딕틴 모녀를 만나기 전까지 끊임없이 혼자 말한다. ‘말’을 .. 2020. 2. 1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