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의역학: 십이운성을 알아보자 ➀
만세력을 보다가 궁금했던 것! 바로, 육친과 지장간 사이에 있는 글자들이었습니다. 알아보니 이 글자들을 일컫는 말은 '십이운성'이었습니다. 이름만 들어서는 도통 뭔지 감이 오지 않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십이운성'에 관해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붉은색으로 표시된 영역에 나오는 글자의 의미가 궁금하셨다면?
십이운성의 기원
천간 10글자, 지지 12글자로 사주를 세우게 됩니다. 자주 말씀드렸지만 천간은 하늘의 기운이며, 지지는 땅의 기운입니다. 천간의 오행은 방위가 있지만, 방위에 한정되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지지는 방위와 오행의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습니다. 각 오행의 사이에는 '토'가 들어가 매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진술축미(辰戌丑未)이지요. 십이운성은 목화금수의 사기(四氣)가 네 개의 방위를 순환하면서 어떻게 기가 성하고 쇠하는지,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입니다.
십이운성보다 먼저 등장했던 것은 '왕상휴수사' 이론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기운, 즉 계절과 방위에 따라 나타나는 기의 흐름을 설명한 것이지요. '왕'(旺)은 왕성하다는 의미입니다. 기세가 가장 정점인 것을 표현하는 단계죠. '상'(相)은 성장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왕'(旺)이 왕(王)이라면, '상'(相)은 재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휴'(休)는 정점을 지나 기세가 서서히 쇠락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왕이 자리에서 물러나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수'(囚)는 '왕기'(旺氣)와 맞서는 상황입니다. 감옥에 갇혀 억압받고 있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死)는 '왕기'(旺氣)의 강력한 기세로 크게 약화되어서 기가 흩어진 상태로 보시면 됩니다.
즉, 왕상휴수사는 자연의 리듬(춘하추동)의 변화를 우리 삶에도 적용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화기(火氣)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오행 중 화(火)는 계절 상 여름에 속하지요. 그러니 여름이 '왕'(旺)의 단계입니다. 가을이 되면 '수'(囚)의 단계가 되고, 겨울이 되면 '사'(死)의 단계가 됩니다. 봄은 '상'(相)이지요. 그렇다면 '휴'(休)는 언제인지 궁금하시죠? 보통 여름과 가을 사이를 장하(長夏)라고 부릅니다. 바로 이때! 여름과 가을 '사이'가 됩니다. 또, 목기의 경우는 봄이 '왕'이 되고, 겨울이 '상'이 되겠지요. 이렇듯 오행의 기운이 그것을 가장 잘 펼칠 수 있는 시기가 '왕'이 됩니다. 이는 당(唐)나라 시기를 거치며 불교의 십이인연법(十二因緣法)의 영향을 받아 십이운성(十二運星)으로 확장되지요.
자, 정리하자면 천간은 하늘이 펼쳐진 기운이므로 방향에 특별히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지지는 땅에 펼쳐지는 기운이므로 오행과 방향이 '함께' 영향을 준다는 것. 그래서 계절의 변화가 지지에는 중요하며, 이를 왕-상-휴-수-사의 다섯 단계로 표현했다가 후에 12단계로 확장한 것이 '십이운성'인 것입니다. 십이운성을 통해서 나의 일간(타고난 기운)과 지지의 관계를 살펴보게 됩니다.
십이운성의 의미와 해석
십이운성은 포(胞), 태(胎), 양(養), 생(生), 욕(浴), 대(帶), 관(冠), 왕(旺), 쇠(衰), 병(病), 사(死), 장(藏)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세 단계는 생·왕·장입니다. 생은 태어남을 의미하고, 왕은 왕성함을, 장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3대 전환점으로 보았습니다.
*기운별 해당하는 십이운성표
오행 |
胞 |
胎 |
養 |
生 |
浴 |
帶 |
冠 |
旺 |
衰 |
病 |
死 |
裝 |
木 |
申 |
酉 |
戌 |
亥 |
子 |
丑 |
寅 |
卯 |
辰 |
巳 |
午 |
未 |
火 |
亥 |
子 |
丑 |
寅 |
卯 |
辰 |
巳 |
午 |
未 |
申 |
酉 |
戌 |
金 |
寅 |
卯 |
辰 |
巳 |
午 |
未 |
申 |
酉 |
戌 |
亥 |
子 |
丑 |
水 |
巳 |
午 |
未 |
申 |
酉 |
戌 |
亥 |
子 |
丑 |
寅 |
卯 |
辰 |
이 표는 왕에 해당하는 지지를 목은 묘, 화는 오, 금은 유, 수는 자로 넣고 순서대로 표시한 것입니다. 지지의 방위에서 자, 오, 묘, 유는 중심이 되기 때문에 왕으로 본 것이지요. (십이운성표는 학설마다 약간씩 다른데, 저는 『자평학 강의』를 참고하였습니다.)
첫번째, 포(胞)입니다. 십이운성의 시작을 무엇부터 보는지에 대해서는 학설에 따라 다릅니다. 여기에서 '포'는 형체가 없고 기만 존재하는 상태이므로 '절'(絶)로 보기도 했습니다. 한 과정의 끝이 곧 새로운 단계의 시작이라는 세계관이 들어간 표현이지요.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느냐에 따라 '십이장생법'(생을 중시)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포태법'(포를 중시)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포(胞)는 일간과 극하는 관계에 있는 지지에 해당됩니다. 아직 형체가 자리 잡히지 않고 기(氣)만 있는 상태입니다. 워낙 고요한 상태이다 보니 작은 물방울이 하나만 떨어져도 큰 파장을 일으키게 되지요. 그래서 외부의 힘과 압력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연주(年柱)에 이 기운이 깃들면 어려서 부모와의 인연이 약하다고 보고, 월주에 이 기운이 깃들면 대인관계가 쉽지 않다고 봅니다. 일주에 이 기운이 들면 타인에게 동요되어 이끌리기 쉽다고 보고, 시주에 깃들면 말년이 외롭다고 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포의 기운이 강하게 담겨 있는 사주라면 흔들림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인내심'을 크게 늘리는데 힘써야 좋다고 합니다.
두번째, 태(胎)입니다. 천지만물이 처음으로 움트는 것과 같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기운'이 움트는 단계이므로 아직 형체가 생기기 전입니다. 역시 일간을 극하는 지지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연주(年柱)에 이 기운이 들면 선대(先代)에 발달한 가문이라고 보았고, 월주에 들면 부모 대에 변동이 많다고 보았고, 일주에 이 기운이 들면 중년을 넘겨야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고, 시주에 이 기운이 들면 물려받은 가산(家産)을 지키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태의 기운이 강하게 깃들어 있다면 장차 크게 뜻을 세우나 실천의 힘이 다소 약하니, 신념을 지키고 이끌어나가는 힘을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세번째, 양(養)입니다. 육친으로는 관성에서 인성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있는 기운에 해당됩니다. 여기까지도 아직 어머니의 뱃속에 있는 형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은 조용하고, 순응하며 안정을 배우는 상태라 할 수 있으며, 그 움직임은 아직 미동(微動)의 기운입니다. 그래서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과 두려움이 크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싫어한다고 봅니다. 연주에 이 기운이 깃들면 부친 혹은 자신이 양자가 되기 쉬우며, 월주에 깃들면 주색으로 인한 혼란이 생길 수 있는 운이라 보았고, 일주에 깃들면 부모와의 인연이 희박하다고 보았고, 시주에 깃들면 자손의 덕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양의 기운이 강하게 깃들어 있다면, 결단성이 부족하므로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방향으로 정진하라고 합니다.
네번째, 생(生)입니다. 다른 말로는 장생(長生)을 의미합니다. 이제 때가 되어서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러므로 일에 있어서도 의욕이 생기는 때이고, 신념을 품고 목표를 정하는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연주에 이 기운이 깃들면 선대가 융성하기 좋다고 보았고, 월주에 깃들면 인품이 높다고 보았고, 일주에 깃들면 부부가 화합하는 운이라 보았고, 시주에 깃들면 자손이 영화롭다고 보았습니다. 장생의 기세를 강하게 얻은 사람은 장차 큰 뜻을 펼 수 있다고 보았으므로, 어려서부터 굳건한 뜻을 세워두고 힘을 쏟는 게 길하다고 합니다.
실전 풀이를 해봅시다!
오늘은 십이운성 중 네 가지를 살펴보았는데요, 직접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왼쪽의 예시를 보면, 일간이 을목입니다. 을목과 지지의 관계에 따라 십이운성이 결정됩니다. 먼저 일주에 있는 묘목(卯木)은 '관'(冠)에 해당되며 '건록' 혹은 '임관'이라고도 합니다. 이것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설명해드릴 예정이므로 패스~ 다음으로는 오화(午火)가 보입니다. 을목과 오화는 위에서 했던 '생'(生)의 관계입니다. 예시 사주의 주인공은 월주와 시주에 '생'의 기운이 깃들었네요. 이렇게 생이 월주와 시주에 들었을 때에는 "인품이 높고, 자손이 영화로운 운"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설명을 위해 단편적인 예를 들었지만 십이운성의 기운이 육친의 '무엇'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또 추가적인 설명도 있습니다.
이렇듯 무언가 시작하고, 왕성해지며, 쇠락하고, 끝을 맺음과 동시에 새롭게 시작하는 자연의 리듬과 인간의 삶을 설명하는 방법인 '십이운성'! 오늘은 그 기원과 포-태-양-생까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이는 각 입장마다 모두 다릅니다. (※십이운성이 각 연/월/일/시에 있을 때의 해석에 관해서는 '라이프운세'에 소개된 내용을 참고하였습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목·화·토·금의 기운이 십이지지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계절이 변하면서 만물이 변하듯, 천지의 기운으로 봤을 때 사람의 삶 역시 계속 순환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십이운성의 기운으로 개인의 일생이 좋고 나쁨을 분별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태어난 시절의 인연으로 인해 어떤 기운을 많이 갖게 되었는가, 이를 통해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머지는 다음 시간에 준비해서 돌아오겠습니다!
인생이 잘 안 풀리면 원인은 늘 바깥에 있다. 그래서 그 원인들만 제거하면 모든 게 잘될 거라고 굳게 믿는다. 한 번, 아니 두 번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 다음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세상을 탓하고, 타인을 원망하는 강도만 커질 뿐, 같은 짓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자신의 몸을, 자신이 서 있는 발밑을 돌아보지는 않는다.
이것이 팔자요 운명의 실체다. 운명이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지만 시작은 어디까지나 몸이다. 몸은 습관을 낳고 습관이 운명을 낳는다. 몸-습관-운명의 트리아드! 고로, 자기 몸의 연구자가 된다는 건 바로 이 '트리아드'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이기도 하다.
―고미숙, 『누드 글쓰기』, 1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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