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이 세상에 제일 만만한 인종은 돈 없는 인텔리”

한국근대소설, 등장인물소개로 맛보기 ➀



맛볼 소설 : 채만식, 「명일」(明日), 『조광』(朝光), 1936년 10, 11, 12월호



시놉시스


1936년 숨이 턱턱 막히게 무더운 여름날 정오 무렵. 멀리 마포 앞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동네에 세들어 사는 고학력 무직자 범수는 당장 저녁거리 살 돈이 없어 한숨짓는 아내 영주와 아이들의 교육문제로 말다툼을 하다가 돈을 구해오겠다며 종로 거리로 나간다. 영주는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일 수 있도록 자신에게 단골로 삯바느질거리를 맡기는 싸전댁을 기다리고, 오전에 멀건 수제비만 먹고는 내내 쫄쫄 굶은 범수와 영주의 아이들(종석, 종태)은 저녁 무렵 아래 동네에 나타난 두부장수를 발견, 따뜻한 김이 오르는 두부를 훔치려 궁리하는데……….




잇 신(it scene)


#친구에게 돈이나 빌려볼까 외출한 주인공(범수)이 화신백화점 정문에서 앞서 가던 사람이 반도 못 탄 담배를 버리는 걸 목격. 담배가 길바닥 쪽으로 굴러가자 따라가서 허리를 굽혀 집고 싶은 걸 체면상 겨우 참으며 사람들이 그걸 밟으면 어쩌나 조바심 내면서 차마 그 담배 곁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지나던 지게꾼이 냉큼 집어 입에 물고 가버리는 장면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난 부잣집 아들 P가 밥이나 같이 먹자며 ‘조선 런치’를 사겠다고 주머니에 손을 푹 집어넣었다 아무렇게나 꺼내는데, 벌써 커다란 백 원짜리가 두어 장 십 원짜리는 여러 장. 그걸 본 주인공이 P가 양복을 벗어놓고 변소에 간 새 십 원짜리 한두 개는 없어져도 모르지 않을까 생각하며 바르르 떨리는 손을 P의 양복포켓에 대다 마는 장면


#막내 종태를 잡아 데리고 와 (되도록 많은) 두부값을 물리려는 두부장수와 아이 엄마(영주)가 두부를 몇 모 먹었느냐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두부장수는 몇 모를 훔쳐 먹었는지 모르니 두 모 값만 내라고 선심 쓰듯 말하고, 영주는 그 ‘두 모 값만’이라는 데 비위가 상해 당장 돈을 치르든 못 치르든 정확한 수를 따져 두부장수를 면박주고 싶어 함)



등장인물


▶김범수
동경 유학까지 다녀온 이십대 후반의 인텔리
가슴에 품은 희망:  정치적 변화
가장 절박한 것:  돈
오늘의 고민:  저녁거리 살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오늘의 관심사: 불란서에서 인민전선파가 내각을 조각했다는데, 그 뒤에 어떻게 되었나
입에 달고 사는 말 : “이 세상에 제일 만만한 인종은 돈 없는 인텔리”

어려서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중학 이후로는 자기가 하고 싶어서, 자기 앞으로 있는 땅마지기를 톡톡 팔아 대학까지 마침. 직업을 가진 적도 있었으나 현재는 꽤 오래 무직자 신세. 아내 영주의 기억에 의하면 범수가 학교를 마칠 때까지만 해도 뇌락(마음이 넓고 비범함)하고 활달한 성품이었다고 함. 믿음직한 미소가 저절로 흘러나오게 할 만큼 퀄퀄하고 대담스러운 면모를 보여 주었고, 아내 눈치를 슬슬 본다든지 궁상 피우는 일 없었음. 하지만 무직자 기간 동안 조금씩 늘어간 궁상이 지금은 꽁초를 헤집어 담뱃잎을 모아 그걸 신문지에 다시 싸서 말아 필 정도가 됨. 배곯는 가족을 위해 저녁거리 마련할 돈을 꾸러 종로통에 나와 돌아다니다 금은방 앞에서 도둑질을 꿈꾸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학하며 “보통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이나 공부를 한 것이 조그마한 금비녀 한 개 감쪽같이 숨기는 기술을 배우니만 못하다”고 탄식함. 자기 아이들만큼은 공부가 아니라 기술을 배우게 할 작정.

▶영주
스물일곱 살, 김범수의 아내
가슴에 품은 희망 : 아이들만은 이 가난의 굴레를 벗어났으면
은근히 기대하는 것 :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어 놓은 범수에게 취직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오늘의 고민: 저녁거리 살 돈을 어떻게 마련하나
갖고 싶은 것 : 재봉틀
영주의 한마디 : “하두 막막한 때는 죽어 버리기라두 하구 싶지만 자식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구.”

여자고보(고등보통학교)까지 마친 배운 여자. 범수와의 십 년 결혼 생활에 복성스럽던 두 볼도 해맑던 얼굴도 사라지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쌍꺼풀 진 큰 눈뿐. 나이에 비해 한참 늙어 보임. 얌전했던 친정어머니께 배워 둔 바느질 솜씨가 현재 그녀 가정을 먹여 살리는 기술이 됨. 돈을 못 벌어오는 범수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밉살스럽다가도 측은하고 안됐다 싶다가도 복장 터지고 함. 배운 것 자체가 쓸모없는 게 아니라 범수 성격이 유난스러워 취직을 못하는 탓이 크다고 생각함. 애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려는 범수랑 교육 문제로 번번이 다툼. 본인도 배워 봤자다, 라는 범수와 같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애들 미래를 위해서는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신념의 소유자. 말싸움으로는 범수를 잘 못 이기지만 무더운 날의 설전에서만큼은 “나는 누가 무어라구 해두 내일부터 사립학교라두 보낼 테니 그리 알아요!”라고 내지름. 현재 영주가 가장 필요한 건 재봉틀. 70전 바느질 삯을 받으면 그 중 15전을 재봉틀 빌린 삯으로 주어야 하는데, 그 삯이 한 달이면 많게는 4~5원. 영주는 차라리 재봉틀을 할부로 들여놓고 그 돈으로 할부금을 갚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는 계산. 문제는 당장 먹고 죽으려 해도 1전 한푼 없는데, 재봉틀을 사려면 할부라도 일단 계약금으로 이삼십 원은 주어야 한다는 것.

▶김종석

범수와 영주의 장남. 열 살. 두 사람이 연애시절 임신하여 결혼하던 해 봄에 낳음. 돈 주고 사먹는 거보다 훔쳐 먹는 빵이 더 맛있었던 경험의 소유자. 그 기억으로 두부장수가 잠시 지게를 두고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동생을 끌고 가 두부 한모를 훔쳐 반쪽씩 나눠 먹고, 두부장수에게 들켰을 때 혼자 잽싸게 도망감. 결국 나중에 집에 와서 영주에게 등과 볼기짝에 피가 나도록 맞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자동차 서비스 공장에 들어가게 됨
종석의 한마디 : “피, 아버지가 무얼 돈 가져와. 집에 가야 밥 아니했어. 가만 있어. 내 좋은 거 줄게.”

▶김종태

범수와 영주의 차남. 일곱 살. 종태를 해산할 때 자궁의 상처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이 아이를 끝으로 아이를 못 가지게 되어 그렇기도 하고 자기를 더 닮았기도 하여 영주는 작은아이 종태를 더 귀여워 함. 배고프다고 떼를 쓰다 혼나기도 하고 맞기도 하여 이제는 먼저 배고프니 밥 달라는 말은 꺼내지 않음. 감자를 무척 좋아함. 형이 훔친 두부를 주고 잽싸게 도망갈 때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두부장수 호통에 주저앉아 버려 금방 잡힘. 영주에게 흠씬 매를 맞은 다음날 영주 손에 이끌려 사립학교에 입학.
종태의 한마디 : “난 배고프다. 얼른 집에 가서 밥 먹자.”

▶문간방 색시

시골에서 농사일 하다 막벌이 하는 남편 따라 서울로 올라온 색시로, 남편과 거의 스무 살 가량 나이 차이가 나 아직 얼굴에 애티가 남아 있음. 채 스무 살도 안 된 듯. 올해(1936)는 병자년이라 난리가 난다는 소문을 믿으며 시골로 내려갈까 궁리 중. 남편이 벌이 나간 사이 종종 영주의 허드렛일도 거들어 주고 말동무도 되어 줌.
색시의 한마디 : “올해가 병자년이람서유? 그래서 난리가 난대유.”

▶금은방 젊은 점원

진열 창 밖에서 기웃거리던 범수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초라한 행색부터 살펴봄. 마뜩치 않지만 금비녀와 금가락지를 보여 달라는 대로 보여 주고, 무게가 얼마나 되냐는 물음에 저울질도 하며 대답해 줌. 하지만 결국 만지작거리기만 하다 가게를 나서는 범수의 뒤통수에 멸시의 시선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음.

▶거지 아이

종로통 거리에서 굶은 데다 땡볕에 돌아다녀 어지럼증을 느낀 범수가 잠시 멈춰 섰을 때 나타나 한푼만 달라고 구걸함. 마치 자신의 큰아들 같은 생각이 들어 부드럽게 말을 건네는 범수에게 떼를 쓰고 달라붙어 배고프다며 한푼만 주면 자기 손에 쥔 4전과 합쳐 호떡 하나 사먹을 수 있다고 애걸하지만 결국 정말 한푼도 없는 범수에게 돈을 받아낼 수는 없었음.

▶범수의 중학 동창생 S

서울에서 전문학교를 나와 3~4년 전부터 화신백화점 3층에서 근무 중. 일은 고되고 얻어먹는 건 적어서 어서 내 영업으로 장사했으면 함. 월급을 받는데도 항상 이삼십 원씩 적자가 남. 자신의 근무처에서 얼쩡거리고 있는, 마치 중병이라도 앓은 듯 야위고 행색이 영 안된 범수를 발견, 인사를 건넴. 뭔가 할 말이 있는 듯하던 범수는 안부만 묻다가 가버림.

▶술동무 P

범수와 중학 때도 알았지만 동경에서 대학을 1년 같이 다니며 술친구로 친해진 사람. 어디다 내놓아도 늠름하니 호장부로 생김. 풍족한 생활 덕인지 언제나 근심기 없이 유쾌한 언동을 자랑함. 남북촌 백화점의 식당과 찻집, 당구장과 바, 요릿집을 뱅뱅 돌아다니는 한량. 장난삼아 주식을 해본 날, 화신백화점 4층 식당가에서 범수를 만나 밥과 술을 사주고, 2차로 종로 뒷골목의 바에 데려가 맥주를 사고, 연이어 어느 시외 요릿집에 나가 밤새 한바탕 놀자고 범수를 꼬드김.
P의 한마디 : “심심해서 장난삼아 해봤지요. 하하. 그랬더니 오늘 삼백 원이 도망갔어 하하하하. 그래두 재미는 있어!”




▶자동차 서비스공장 최씨

청파동에 있는 N서비스 공장의 주임. 범수로부터 맏아들 종석이를 한 10년만 데리고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는 직공으로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받음. 주인과 상의한 후 마침 한 달 만에 찾아온 범수에게 ‘생활이 궁해서가 아니라 남다른 포부로 학교교육보다는 공장에서 기술을 배우게 하려 하는’ 범수의 뜻을 이해한다며 공손히 대함. 내일 아이를 아침에 데려오면 성심껏 가르치겠노라고 함.
최씨의 한마디 :  “나는 과학의 승리를 절대로 믿는 사람이니까 그 방면의 일꾼이라면 직접이든 간접이든 웬만한 희생이 있더라도 양성해내고 싶습니다”

▶범수네 집주인

범수네가 이사온 지 여섯 달째. 처음에 석 달치를 미리 주더니 그뒤로 감감 무소식인 범수네에 수시로 찾아오지만, 어째 바깥양반은 없고 매일 안사람(영주)만 나와서 곧 해준다, 곧 해준다, 말만 한다. 이 날도 무더위를 뚫고 왔건만 또 빈손으로 돌아간다.
집주인의 한마디 : “좌우간 이 그믐은 넘기지 마셔야 하겠습니다. 영 그러시다면 집을 비워주셔야겠구요.”

▶아랫동네 싸전집 아낙

늙어서 상처한 싸전집 영감의 동거녀. 인물은 추녀에 가까우나 어찌어찌 아들이 없던 싸전집 영감에게 아들을 낳아주어 “호강이 발꿈치까지 흐르는” 중. 영주에게는 바느질감을 자주 맡기는 단골. 보통은 안잠자기나 심부름하는 아이를 시켜 일을 맡기지만 심심할 때는 말동무 찾아 자신이 직접 오기도 함. 굵다란 백금가락지와 루비 박은 금반지, 백금으로 만든 혁대고리 등을 영주 앞에 보여 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싸전댁의 한마디 : “첨에 영감이 그러세요. 가락지만 백금으루 할 게 아니라 반지, 귀이개, 그리고 이 혁대고리까지 다 백금으로 하자구.”




▶재봉틀 과부댁

영주가 바느질거리를 맡았을 때 재봉틀을 빌려 쓰러 가는 집. 자식도 없이 방이 네 개나 되는 집에서 칸칸이 모두 세를 주고 살아 아등바등 하지 않아도 되련만, 당당히 돈을 주고 재봉틀을 빌려 쓰는 영주에게 가끔 무슨 적선이나 해주는 듯 눈치를 줄 때가 있음. 대체로 싹싹하기도 하나 어떨 때는 확 비위 틀리게 만드는 변덕스러운 성격. 영주가 돈 30만원만 빌려 달라고 하자 펄쩍 뛰며 나한테 무슨 돈이 있냐며, 한군데 알아는 보겠다는 영혼없는 대꾸로 일단 영주를 돌려보내는 데 성공.

▶두부장수

초로의 늙은이. 지게를 지고 다니며 두부를 파는데, 범수네 아래 동리에서 단골집 앞에 짐을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간 새 범수의 아들 종석이 두부 한모를 훔쳐 동생과 나눠 먹고 달아남. 어린 종태를 금방 잡아서 동네가 떠들썩하게 욕을 퍼부으며 두부값을 받으러 감.
두부장수의 한마디 : “두부값 물어내시오.”

▶범수네 집 뜰아랫방 목수

퇴근해 집에 들어오다가 두부장수와 영주가 아이들이 훔친 두부값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고 10전을 주어 두부장수를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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