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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

별, 좋아하세요? -『별자리 서당』 저자 인터뷰

by 북드라망 2014. 2. 25.

『별자리 서당』 저자에게 직접 듣는 '별 이야기'





1. 『별자리 서당』이 출간되었습니다! 짝짝짝! ‘별자리’ 하니까 12개로 보는 별자리점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오처럼 별을 관찰했던 과학자들도 떠오르구요. 그런데 별과 점성술, 그리고 우리가 밤하늘에서 만날 수 있는 별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별, 좋아하세요? 요즘은 서울에서도 별이 보이죠. 저도 퇴근길에 밤마다 하늘을 올려 보는데요, 북두칠성이나 오리온과 같은 별자리들이 제법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저 별이 어떤 별자리이고, 그 안에 무슨 의미가 담겨 있을까? 이런 질문, 누구나 한번쯤 던져볼 만하지요.


그런데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것 하나.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별’이지 ‘별자리’가 아니죠. ‘별’을 만든 것이 신 혹은 우주의 조화라면, ‘별자리’는 100% 인간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하늘에 북두칠성이 떠 있다’는 말, 엄밀히 따져 말하면 이것은 ‘북쪽 하늘에 떠 있는 일곱 개의 별을 동양에서는 북두칠성이라고 부른다’는 얘기죠. 그렇기 때문에 별자리는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입니다. 한 시대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별자리, 나아가 하늘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지리적·문화적 차이에 따라 하늘의 별들은 각기 상이한 별자리들로 묶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12개의 별자리 점은 서양의 황도 12궁에서 나온 것이구요, 동양에서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별자리를 묶습니다. 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별자리의 형태나 의미가 달라지기도 해요. 시공의 차이에 따라 별자리의 세계는 매번 다르게 구성된다고 봐야죠. 한 철학자의 말을 흉내 내자면 ‘별은 별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 그것은 별자리가 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렇게 봤을 때, 단순한 별, 즉 천체보다는 별자리가 우리에게 훨씬 흥미진진하고 풍부한 이야기 거리를 던져줍니다.



하지만 현대의 천문학에서는 ‘별자리’를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오늘날 천문학을 ‘Astronomy’라고 하는데, 이건 ‘천체학’이라고 해야 맞죠. 별의 나이와 거리, 온도, 크기 등등, 객관적인 천체의 물리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별자리를 통해 인간사를 점치는 점성술(Astrology)은, ‘학’(學)의 반열에 포함되지도 않지요. 하지만 근대의 과학적인 방법을 따르고 있지 않다고 해서, 고대 천문학과 점성술을 덮어놓고 미신으로 치부하는 건 대단한 오류입니다.



천문학의 탄생과 발달은 별자리의 모습을 살펴 인간의 삶을 예견하던 ‘점성술’과 보다 밀접하게 관계됩니다. 이들은 오늘날의 과학을 낳은 ‘원시 과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질서와 규칙들을 추론하면서 인간은 이성을 발달시켰고, 우주와의 밀접한 관계 속에 자신을 위치 지웠습니다. 별들이 어떻게 운행하고 어떤 조화를 이루느냐를 보고, 운기의 변화, 개인의 운수, 나아가 국가의 존망에 이르는 구체적인 관심사들을 알아냈습니다. 즉, 고대의 자연학은 곧 인간학이었습니다. 하늘을 보고 이치를 궁리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죠. 고대의 천문학은 근대의 앎이 상실해버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의 고대 천문학은 보다 강렬한 ‘인간학’의 색채를 띱니다. ‘천문’(天文)이란 하늘의 무늬를 읽는다는 의미입니다. 해와 달과 별들이 이루는 하늘의 무늬. 그것을 누가, 왜 읽을까요? 고대인들에게 하늘은 오늘날의 별보기 체험과 같은 ‘우주쇼’가 아니었습니다. 우주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이었죠. 우리의 일상적인 견해가 보지 못하는 시공간의 전체적인 관계를 드러내 줍니다. 그렇기에 옛사람들은 하늘의 운행을 보고 앞날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늘의 무늬는 아무나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드러나 있지 않은 미묘한 조짐을 읽기, 남들이 보지 못하는 미세한 차이를 분간하기, 이것은 ‘성인’(聖人)의 몫이었습니다. 동양의 천문학은 지혜로운 왕이 하늘의 조짐을 읽어 농사의 때를 알려주는 관상수시(觀象授時)의 제왕학으로 출발했습니다. 동양의 천문학은 점차 발달하면서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규명하는데 주력했습니다.



2. 동양의 별자리를 나누는 청룡, 주작, 백호, 현무는 별자리보다는 고구려 벽화를 생각 나게 하는데요, 이러한 문화 유적과 28수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또 서양의 황도 12궁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서양의 황도 12궁에 대해서는 대략 알고 계실 거에요. 고대의 우주론은 동서(東西) 모두 지구에서 보이는 하늘에 주목합니다. 지구에서 보이는 하늘 그대로 둥근 하늘의 돔이 있다고 상정하죠. 이를 천구(天球)라고 해요. 하늘이 지구를 돈다는, 말하자면 천동설(天動說)의 입장이지요. 별은 천구에 붙박여 있습니다. 그런데 해와 달, 그리고 육안으로 보이는 다섯 개의 행성(行星),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은 천구 위를 움직입니다. 이들의 궤도 중에 황도(黃道)라고 부르는 태양의 길이 가장 일정하구요, 달과 다섯 행성들이 지나는 길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양의 천문학은 황도를 중심으로 하늘을 봅니다. 황도 주변에서 일 년 열두 달을 대표하는 별자리들을 뽑은 것이 황도 12궁이죠.


동양의 별자리 28수는 이와 달리 적도(赤道)주변의 별자리를 뽑은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적도란 지구의 적도를 하늘로 연장한 거에요. 왜 적도를 중심으로 하냐면, 동양에서는 북극성을 우주의 중심축으로 놓기 때문이에요.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우리의 옛 천문도를 보면 하늘을 둥근 원 안에 나타내고 있는데, 중심점으로부터 동심원을 그리며 펼쳐지는 구조를 하고 있지요. 이는 북극성 중심의 우주관을 나타내는 것이구요, 천자를 중심으로 통일국가가 들어섰던 중국의 정치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별자리가 왜 28개인가? 이 28개의 별자리는 달의 공전주기에 맞춘 것입니다. 항성을 기준으로 달이 한 바퀴 도는 기간을 의미하는 항성월(恒星月) 27.3일을 올림해서 28이라는 수를 얻은 것입니다. 그런데 27이 아니라 굳이 28개의 별자리를 정한 것은, 28이라는 수가 4로 나누어떨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는 사계절 내지는 사방위라는 관념과 결부되는 우주 질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28수는 하늘을 운행하는 달이 머무는 숙소인 셈이죠. 그래서 ‘묵을 숙(宿)’자를 써서 28수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동청룡, 남주작, 서백호, 북현무의 사방신을 우리는 풍수지리학의 원리로 이해합니다. 그런데 원래는 천문학의 개념으로 출발했죠. 원래 사방신은 하늘의 공간을 구획 짓는 임무를 담당했습니다. 돌고 도는 하늘을 사계절이라는 ‘시간’과 동서남북 사방이라는 ‘공간’에 맞추어 넷으로 나누었습니다. 사실 동양에서 시간과 공간은 불가분의 것이었습니다. ‘우주’(宇宙)라는 말은 곧 시간과 공간이라는 뜻이죠. 시간과 공간을 동시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동양에서는 기(氣)라는 개념을 씁니다. 그럼 기의 우주론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볼까요.


동쪽은 태양이 떠오르는 방향을 의미하는 동시에 생명이 태어나는 봄을 의미합니다. 오행으로 목(木) 기운이죠. 이걸 주관하는 신으로 하늘을 솟구쳐 오르는 용을 삼았습니다.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의 일곱 별자리를 동방청룡 7수라 합니다. 남쪽은 태양이 높이 뜨는 방향을 의미하는 동시에 만물이 번성하는 여름을 의미합니다. 오행으로 상승과 확장의 움직임을 가진 화(火) 기운에 배속됩니다.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주작이 남쪽 하늘의 수호신을 담당하며, 정귀유성장익진(井鬼柳星張翼軫)의 일곱 별자리를 남방주작 7수라 합니다. 서쪽은 태양이 저무는 방향이자 만물이 결실을 맺는 가을철을 의미합니다. 열매를 맺으려면 버릴 것을 버리고 결과에 힘을 집중해야 하기에 냉혹하게 죽이는 금(金) 기운에 배속됩니다. 이곳을 지키는 신으로 백호를 삼지요. 규누위묘필자삼(奎婁胃昴畢觜參)의 일곱 별자리는 서방백호 7수에 속합니다. 마지막으로 북쪽은 태양이 숨어버리는 방향이고, 동시에 만물이 죽음의 시간을 보내는 겨울을 의미합니다. 오행으로 하강과 응축의 움직임을 가진 수(水)에 배속되고, 현무가 이곳의 수호신이 됩니다. 두우여허위실벽(斗牛女虛危室壁)의 일곱 별자리가 바로 북방현무 7수이지요. 


각항저방심미기의 일곱 별자리가 동방청룡 7수이다.


고구려의 고분엔 사방신의 그림과 함께 실제로 별자리의 그림이 새겨져 있기도 해요. 고분은 곧 망자가 지내게 될 혼(魂)의 집 아니겠어요? 그를 위로하고 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모든 공간을 우주의 상징으로 채우게 된 거죠. 비단 고분 뿐 아니라 고대의 도시도 별자리의 형상을 본떠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경복궁도 별자리의 배치를 따라 만들어 졌다고 해요. 풍수지리학에서 말하는 명당(明堂)도 결국 하늘의 형상을 닮은 땅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늘, 땅, 인간이 감응한다고 봤던 고대 동양의 우주론을 만나게 됩니다.



3. 오옷! 어쩐지 동양 별자리가 가깝게 느껴지네요. ^^
마지막으로 이 책 『별자리서당』에서든 밤하늘에서든 “이 별은 꼭 만나보세요”라고 소개하고 싶은 별자리를 하나만 꼽아 주신다면요?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동양별자리가 ‘북두칠성’일 듯 한데요, 북두칠성은 동양의 여러 별자리 중에서 가장 중요한 별자리기도 합니다. 북두칠성은 사철 내내 밤하늘에 보이는 주극성(週極星)에 속합니다. 주극성의 별들은 그래서 영원의 별이라 여겨졌지요. 그중에서도 북두칠성은 중요했습니다.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시계처럼 빙그르 돕니다. 이때 북두칠성의 자루를 보면 계절과 방위를 알 수 있었지요. 북두칠성의 머리를 선기(璇璣), 자루를 옥형(玉衡)이라고 하는데, ‘선기옥형’을 통칭해 하늘의 저울대에 비유합니다. 북두칠성이 빙빙 하늘을 돌면서 계절의 변화와 만물의 생성소멸을 주관한다고 믿었죠. 북두칠성을 천자의 수레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천자가 제후국을 순수(巡狩)하며 정치질서를 바로 잡듯이, 북두칠성이 하늘을 돌면서 우주의 질서를 주재한다고 본 것입니다. 북두칠성은 ‘칠정(七政)을 바로잡는다’ 고 했는데, 칠정이란 해와 달과 오행성 혹은 음양과 오행을 일컫는 말입니다. 북두칠성은 음양오행의 조화에 따른 만사의 생성소멸을 주관하는 중요한 임무를 띤 별인 거죠.


북두칠성이 어떤 별인지는 윷놀이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윷판의 자리를 세어 본적이 있나요? 모두 29개입니다. 이는 하늘의 중심인 북극성과 그 주위를 둘러싼 28수를 나타내는 것이죠.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사방의 면과 대각선을 이은 7개의 자리가 가운데의 중심점을 기준으로 4번 회전하고 있는 형상입니다. 이것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하늘을 운행하며 사계절과 사방위를 알려주는 북두칠성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이번엔 윷가락을 볼까요? 윷가락은 둥근 원을 반으로 쪼갠 것입니다. 이는 태극에서 분화하는 음양(陰陽), 즉 해와 달을 상징합니다. 윷을 던지면, 도-개-걸-윷-모의 5가지 패가 나오죠. 이는 무엇을 상징할까요? 그렇죠, 오행성 혹은 오행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28수를 이용한 동양의 점성술의 원리를 볼 수 있습니다. 윷판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펼쳐진 28수를 상징합니다. 그 안을 유심히 뜯어보면, 4*7=28 즉 북두칠성이 사시(四時)와 사방(四方)을 주재하는 원리가 내재해 있습니다. 한편 윷가락은 고정된 별들 사이를 움직이며 변화를 만들어내는 해와 달 그리고 오성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앞에서 말한 ‘칠정’이지요. 윷패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치우침 없이 안배되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북두칠성이지요. 북두칠성은 28수에 내재한 우주질서의 저울대입니다. 그것이 있기에 만물의 생성소멸과 길흉화복의 운행은 공평하게 흘러갑니다. 겨울 뒤에 봄이 오고 어려움을 겪으면 좋은 일이 찾아오지요. 이는 우리에게 북두칠성이라는 우주의 저울추가 내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평생을 공부해도 끝을 못 보는 게, 천문이라고 합니다. 그 안에는 우주 변화의 원리와 삶의 윤리가 무궁무진하게 담겨 있습니다. 『별자리 서당』은 이제 막 그 첫 걸음을 떼는 책인 셈입니다.^^ 책에 실린 28수 각각의 별자리에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으니, 나머지 별자리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1. 전창선, 어윤형 저, 『음양오행으로 가는 길』, 와이겔리
:하늘의 운행이 땅과 인간의 몸에 어떻게 펼쳐지는지 궁금한 분께.

2. 쟝샤오위앤 저, 『별과 우주의 문화사』, 홍상훈 역, 바다출판사
:동서양의 점성학의 역사가 궁금하신 분께.

3. 김일권 저, 『동양천문사상 하늘의 역사』, 예문서원
:동양 천문학의 역사와 천문의 기본원리를 자세히 알고 싶은 분께.

4. 박석재, 『해와 달과 별이 뜨고 지는 원리』, 도서출판성우
:해와 달과 별의 운행이 이해되지 않는 지구과학 초보자 분께.



별에서 온 '그대'만 보지 말고 '별'도 만나봅시다! ^^


별자리서당 - 10점
손영달 지음/북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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