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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노래

[지금, 이 노래] 힙합의 문법을 넘어: 넉살, 까데호 – 펜을 들어

by 북드라망 2026. 10. 23.

힙합의 문법을 넘어
: 넉살, 까데호 – 펜을 들어

송우현(문탁네트워크)

 

 

 

가을이다. 물씬 높아진 하늘과 색이 바뀐 이파리를 볼 때마다 미소가 지어진다. 괜스레 시적인 표현들로 글을 쓰고 싶어진다. 이런 계절이 오면 생각나는 앨범은 언더그라운드에서부터 입지를 다져 현재는 방송인으로도 활동 중인 넉살과, 잔뼈 굵은 인디밴드 까데호의 합작 앨범인 [당신께]다. 몽환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느껴지는 까데호의 펑크 사운드 위에 읊조리는 넉살의 깊은 가사가 좋은 앨범이다. 

넉살은 모 인터뷰에서 이 앨범에 대해 오랫동안 겪던 슬럼프를 깰 수 있게 해준 앨범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글을 공부했다고 한 적이 있고, 정규 앨범들의 제목들이 모두 유명 문학의 패러디인 것을 보았을 때 문학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넉살은 래퍼 중에서도 가사를 아주 잘 쓰는 래퍼로 통했다. 하지만 2016년에 발표한 정규 1집 이후로 활동이 뜸했고, 2020년에 나온 정규 2집은 넉살의 광팬이었던 나조차도 듣기 힘들 정도로 뭔가 어색했다. 이후 넉살은 ‘할 말이 없는 데도 앨범을 내야만 하는 딜레마’ 속에서 힘들었다고 전했다. 요컨대 정규 1집 이후로 슬럼프를 겪은 셈이다. 동시에 넉살은 방송인으로서 승승장구하게 되었으니, 좋은 래퍼 한 명의 커리어가 저물어간다고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넉살의 슬럼프는 인디밴드와의 작업으로 풀리게 된다. 까데호와의 합작 [당신께]를 들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넉살은 까데호를 통해 소위 ‘힙합의 문법’을 벗어나게 된 것이다. 넉살은 [당신께]에서 자신의 성공을 드러내고, 자신이 얼마나 잘났는지를 표현하기 위해 남을 깎아내리기 쉬운 힙합에서 벗어나, 인간관계에 대한 복잡한 마음들을 문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여전히 ‘랩’이라는 형태지만, 까데호의 연주와 리듬은 넉살의 가사를 힙합의 틀에 가두지 않고, 훨씬 넓은 범주로 확장해 주는 듯하다. 

특히 어릴 때 했던 말이 도리어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는 내용의 ‘펜을 들어’와, 제목 그대로 몽환적인 숲을 떠올리게 하는 ‘숲’은 넉살과 까데호의 케미가 폭발하는 곡들이다. 가을날씨와도 매우 잘 어울려서, 나는 요즘 산책하면서 이 앨범을 듣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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