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의 당면 과제는 일상의 재건이다
김기윤(남산강학원)
지난 1월 26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 포럼에서 트럼프의 ‘평화 이사회’가 발표한 가자 재건 계획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발표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황무지가 되어버린 가자 지구를 해안가를 거느린 멋진 휴양지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공유했다.

트럼프의 사위인 제러드 쿠슈너 역시 평화 이사회 소속이다. 그가 발표한 가자 재건 안에는 아랍어가 반대로 쓰여 있거나(아랍어는 한국어와 반대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쓴다),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할 글자들이 따로 떨어져 있는 모습 등이 포착됐다. 이는 평화 이사회가 아랍 문화에 대한 이해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그 발표문에는 가자 주민들의 보상이나 팔레스타인의 자결권 보장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고, 푸른 해변과 흰색 고층 빌딩의 이미지만 있었다. 그들은 가자 지구에 리조트와 비즈니스 허브를 건설할 계획이다.
같은 발표에서 제러드 쿠슈너는 말했다. “가자 지구에 탄약 9만 톤이 투하됐으며, 치워야 할 잔해가 6000만 톤에 이른다”라고. 그들이 ‘아름다운 부지’라고 부르는 가자 지구는 9만 톤의 탄약에 의해 희생된 생명들이 잠든 땅이다. 어떻게 이 참혹한 현장을 앞에 두고 부의 창출을 목표로 하는 도시 계획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 – 하마스 간 휴전이 발효된 지 세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 일상을 위협받고 있다. 지난 1월 말,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 국경 근처 땅굴에서 하마스의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이유로 휴전협정 위반을 주장하며 가자 지구에 폭격을 가했다. 이때 가자 지구 내의 군사 관련 구역 외에 난민 캠프에도 공습을 벌여 3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7명이 사망하고, 다른 지역의 아파트에서는 3명의 어린이를 포함한 5명이 사망했다. 2025년 10월 휴전협정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약 50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고 1405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 2025년 10월 발표된 이스라엘 – 하마스 휴전 협정안 제3조에 따르면, 양측이 휴전에 동의함과 동시에 전쟁은 종료되며, 이스라엘 군의 가자 지구 완전 철수까지 공습과 포격을 포함한 모든 군사 작전은 중단되어야 한다.
가자 지구 내에는 현재 113대에서 459대의 식량 트럭이 반입되고 있다. 반입되는 식량 트럭 대수의 편차가 큰 이유는 각각의 정보를 측정하는 기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113대는 유엔 관련 기관에서, 459대는 이스라엘 측이 제공한 정보이다. 유엔 측은 가자 지구 내에 반입된 식량 분배율을 파악하였고, 이스라엘은 국경을 넘어간 식량 트럭의 대수만을 파악했다. 식량 트럭이 국경을 넘어갔다 해도 실제로 분배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가자 주민들이 실제로 식량 배급을 받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유엔의 통계가 더 신뢰할 만하다.
이스라엘은 휴전협정 후 가자 지구에 즉각적으로 식량 배급을 비롯한, 물, 전기, 하수 등의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면적인 구호활동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이런 활동을 저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이 협의안 제7조에 명시된 ‘즉각적인 구호 지원’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스라엘은 이달 말(2026년 2월)에 가자 지구에서 활동하는 37개의 인도주의 단체들의 활동을 중지 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은 위의 인도주의 단체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직원 명단과 여권 사본, 이력서, 가족 구성원의 이름 등이 포함된다. 이 정보들은 팔레스타인 직원들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기에 대부분의 단체들은 개인정보 제출을 거부했고,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내의 37개의 인도주의 단체의 활동 중단을 통보한 것이다.
국경 없는 의사회, 옥스팜, 국제앰네스티 등의 구호단체들은 가자 지구 병원의 60%, 주거의 4분의 3, 식량의 절반, 교육의 30% 등 가자에 필수적인 항목들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을 내쫓겠다는 이스라엘의 조치는 가자 지구를 더욱 위험한 상황에 몰아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또한 이스라엘은 지난 2월 2일, 가자 지구와 이집트가 맞닿은 국경인 라파흐 검문소를 개방했다. 이날은 이스라엘이 밝혔던 하루 입⋅출국 도합 300명 보다 훨씬 적은 27명의 팔레스타인인들만이 검문소를 지나갈 수 있었다. 이 중 15명은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가자에서 이집트로 나갔고, 12명은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이집트에서 가자 지구로 들어왔다. 나머지 38명은 이날 들어오지 못하고 국경에서 밤을 새웠다. 국경 출입 인원이 이렇게 적은 이유는 이스라엘의 보안 점검이 길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평화 이사회가 발표한 리조트와 비즈니스 허브 건축 계획은 가자 지구의 주민들에 대한 우롱이다. 가자 주민들에게는 당장 오늘 먹을 식량이 필요하고, 낡고 헤진 천막 대신 폭우를 막아 줄 지붕이 필요하고, 아픈 가족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과 이스라엘의 폭격이 없는 안전한 환경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가자 지구 주민들은 평화 이사회가 말하는 ‘성공’이 오기 전에 생을 마감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평화 이사회가 내놓은 ‘성공’ 계획은 그들과 같은 인류라는 게 수치스러울 정도로 야만적인 것이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휴전을 이끌어냈다. 그들의 영향력이면 가자 지구에 필요한 것들을 충족 시켜주고도 남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미국이 가자 지구를 살리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고 밖에는 이해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가자 지구의 비전은 무엇일까? 가자 지구가 이스라엘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고, 한 가족이 영양이 충분한 식사를 할 수 있고, 비와 바람을 막아 줄 지붕이 있고, 포탄의 굉음이 없는 고요한 밤이 있고, 학교와 병원이 있는 삶 터를 마련하는 것. 가자 지구가 이토록 평범한 일상을 스스로 꾸려갈 때가 진정으로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도래한 것이다. 가자 지구의 진정한 평화의 물결에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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