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가자 지구의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김기윤(남산강학원)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뒤엉킨 아수라장, 악쓰고 울부짖는 소리들이 겹쳐 정작 어느 소리도 들을 수 없는 현장, 배급용 음식이 담긴 커다란 솥을 향해 내미는 수많은 빈 냄비와 플라스틱 그릇들, 솥 주위로 둘러진 울타리와 사람들 사이에 끼여 통곡하는 여자아이, 배급하던 사람들이 두고 떠난 솥에서 뭐라도 건지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 아우성이 오가는 배급소를 등지고 빈 냄비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쭈구려 앉은 남자아이.
위 장면들은 내가 보았던 가자 지구의 참상이 담긴 영상의 일부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어쩌다 마주친 이 충격적인 영상의 잔상이 계속해서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가자 지구는 이스라엘의 국경 봉쇄로 인해 극심한 기근을 겪고 있다.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그동안 그들을 탄압해온 이스라엘을 향한 기습 공격을 가한다. 이스라엘의 휴일을 노린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측은 1,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240명 이상이 하마스에 포로로 잡혔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하마스가 주둔하고 있는 가자 지구를 전면 봉쇄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복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기존에 가자 지구에서 활동하던 유엔 산하 인도주의 단체의 활동을 중단시키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 지원하는 가자 인도주의 단체를 설립해 가자 지구 내의 모든 식량 배급권을 틀어쥐었다. 그 뒤로 가자 지구는 더욱 혹독한 기근에 시달리게 되었다.

2025년 10월,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휴전 협정을 맺었다. 이 소식에 가자 지구와 이스라엘 사람들 모두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나 역시 이제 가자 지구에 식량이 공급되어 어린아이들의 굶주림이 해결되리란 생각에 기쁜 마음이 일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시신 송환 늦어진다는 이유로 휴전 협정에서 합의한 식량의 절반도 안 되는 식량만을 허용하고 있다.
속이 탔다. 시신을 찾는 일도 중요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어린아이들이 죽어가고 있지 않은가? 아무런 걱정 없이 뛰어놀아야 할 어린아이들이 당장 한 끼를 먹지 못해 생사를 오가고 있다. 그것도 다른 나라의 어른들에 의해서. 어른들이 벌인 전쟁으로 아무런 책임 없는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이 상황이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은 대단한 지식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가슴 깊숙한 곳이 답답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가자 지구의 아이들이 문득문득 떠올랐다. 어린 생명이, 무고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일단 뭐라도 하자는 마음에 한 사단법인에서 주최하는 가자 지구에 구호물품을 전달하는 후원 모금에 참여했다. 다음 후원을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언제 다시 모금이 열릴지는 모른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한 활동 단체인 ‘가자로 향하는 천 개의 매들린호’선단은 요트에 구호물품을 싣고 바다를 건너 가자 지구에 전달하는 활동을 한다. 지난 10월, 우리나라의 활동가 ‘해초’씨도 이 운동에 참여했다가 이스라엘군에 의해 나포되었다. 나는 평화를 위해 존재를 거는 이들의 모습에 크게 감명받았다.
또 매주 토요일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관하는 집회는 벌써 112회차를 맞이했다. 나도 이번에 처음으로 위 집회에 다녀왔다. 집회는 한국어, 아랍어, 영어 3개 국어로 진행되었다. 그곳엔 다양한 언어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외국인들은 물론이고, 젊은이들과 중년들, 여성 남성이 한데 모였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생명을 위하는 마음으로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동적이었다. 행진을 하며 외친 ‘더 이상 아이들을 죽이지 말라’는 구호는 내 가슴에 탁하고 들어왔다.

집회에서 만난 사람들뿐 아니라 가자 지구를 위한 후원단체들, 요트를 타고 가자에 직접 구호품을 전달하려는 용감한 활동가들이 같은 마음으로 가자를 위해 힘쓰고 있다. 그들 덕분에 내가 후원이라도 할 수 있었고 집회에 나가 구호라도 외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내가 가자 지구의 상황에 대해 알기 이전부터 가자를 향해 마음을 보내고 있었다. 그 마음들이 집회가 되고, 후원이 되고, 구호품을 실은 요트가 된다. 나도 이 마음의 파동에 기꺼이 참여하고 싶다. 가자를 위해 활동하는 이들을 지켜보고, 때론 직접 참여하고, 가자의 어린이들을 생각하며 글을 쓰고 이 소식을 세상에 알리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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