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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포토로그

[북-포토로그] 중고 거래, 포기할 수 없는 이유

by 북드라망 2025. 9. 17.

중고 거래,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어떤 물건을 살 때 중고 물품을 먼저 살펴보는 편이다. 이유는 이미 물건으로 가득 찬 이 시대에 나 또한 생산품을 더하고 싶지 않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데려온 물건들을 나열해보자면, 수납장, 식탁, 컴퓨터 의자, 아이들 식탁 의자, 커피포트, 자전거, 소화기(?) 등이다. 이렇게 보니 참 많다! (아, 심지어 빨래 건조대처럼 분리수거하는 날 데려와 잘 쓰고 있는 물건도 있다.^^)

중고 거래할 때의 나만의 기준이 있다. 일단, 가까울 것! 거리가 멀면 오며가며 시간을 쓰게 되어 에너지가 많이 든다.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판매자가 베스트다. (컴퓨터 의자는 부피가 작지 않았는데 가까운 동이라 남편과 그대로 들고 올 수 있었다.) 조금 지역이 멀어도 꼭 필요한 물건이면 택배로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묻는다. 

중고 거래 플랫폼은 주로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중고나라 네이버 카페보다 조금 더 안전거래를 강화한 앱)를 이용하는데, 얼마 전에는 독특한 판매자를 만났다. 온라인으로 세미나를 진행해야하는데 몇 년 전에 산 웹캠이 혼자 꺼지는 것이다. 그래서 깨끗해 보이는 웹캠을 번개장터에서 구매했다. 웹캠 가격은 15,000원이고 선불 택배비는 4,500원이라고 적혀있어서 총 19,500원을 입금했다. 그런데 판매자가 편의점 가는데 지갑을 안 가지고 왔다며 착불 택배로 보냈다는 거다. 그러고는 번개장터에 얼마를 결제했느냐고 물어봐서 19,500원이라고 대답했고, 4,500원 보내달라고 하니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왔다.

 



실제 택배비는 4,200원이고 박스·뽁뽁이·포장비로 1,300원, 거기에 번개장터 수수료까지 520원 들어서 자신은 4,200원만 보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가 보아도 AI가 쓴 것 같은 문장이었다. 아니, 애초에 택배 기사님께 따로 입금하는게 귀찮아서 선불 택배를 선택했고, 그냥 보내주면 될 것을. 본인이 잘못 해놓고 300원 아끼려고 저렇게까지 채팅을 보내고 더 감정 소모를 하는 것이 나에게 더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냥 4,200원만 보내라고 했다. “20분 안에 입금하겠다”는 판매자. 기다렸더니 입금된 금액은 4,500원^^;;. 감정은 소모했으나 훈훈한 마무리(?)였다고 애써 다독여 본다. 

아침에 일어나 주방 수납장에 올려진 커피포트에서 물을 따라 마시며 문득 떠올려본다. ‘이 수납장 들어올 때 고생 많이 하셨는데’. 옆집 아시는 분께 수납장을 샀는데 그쪽 아버님과 남편께서 직접 옮겨주셨다. 우리는 감사해서 과일을 선물해드렸다. 돌이켜보면 중고거래를 하며 안 좋았던 경험보다 마음이 따뜻해지던 순간이 많았던 듯하다. 상태 좋은 자전거를 25,000원에 팔면서 실제로 보고 결정하라고 해주던 분(같이 자전거를 차에 실어주시기까지 했다), 유모차 나눔을 하니 시리얼을 들고 오신 분까지. (몇 개월 전에는 아기 변기를 나눔했는데 감 2개가 문고리에 걸려있었다.^^) 물건을 바라보면 판매자와의 대화가 또 거래할 때의 기분까지 동시에 떠오른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앞으로도, 중고 거래를 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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