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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세미나를소개합니다

[우.세.소]문탁네트워크의 <사회학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by 북드라망 2025. 3. 31.


문탁네트워크의 <사회학 세미나>를 소개합니다.

 

효주(문탁넷 사회학 세미나원)

 


매주 화요일 오후 3시 문탁 2층에서는 어김없이 사회학 세미나가 열린다. 사회학 세미나는 태생부터 좀 남다른데, 문탁에서 공부하고 있는 청년 우현샘을 ‘사회학 세미나 튜터’로 키우겠다는 정군샘의 포부와 함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육!튜!세미나!(튜터육성세미나) 그래서 처음에는 우현샘과 정군샘의 1:1 밀착 세미나로 시작했다. 2024년 1월부터 시작되었던 세미나는 그들의 진지한 분위기에 끌려 3월에 라겸샘이 합류했고, 8월에는 스프링샘이 합류하면서 덩치를 키우다가 2025년에는 어엿한 1년 기획 세미나로 자리매김했다.

 



사회학 세미나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는 걸까?

나는 당시 참여 중이었던 근대성 세미나에서 생겨난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으로 스프링샘의 뒤를 이어 11월에 합류했다. 사회학에 대한 깊은 고민으로 세미나를 시작했다기보다는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에 관한 책을 읽고 싶었던 마음으로 시작한 세미나였다. 때문에 세미나에 참여하기 위해 책을 읽으면서도 ‘사회학이 뭐냐?’라는 질문에는 답하기가 매우 난처했다. 


‘사회학’을 검색창에 검색해보면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문제들이 실제로는 사회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회 현상에 대해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무슨 말인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이런 염려 때문이었을까 사회학 반장인 우현샘은 사회학 세미나를 시작하면서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사회학의 쓸모』 리뷰를 문탁 홈페이지에 올렸다.(이 리뷰는 텍스트의 포도밭 게시판에서 읽어볼 수 있다. 링크 ) 바우만은 대부분의 학문이 학문과 연구의 대상을 분리시킬 수 있는 반면 사회학은 그 자체로 사회학의 연구 대상인 ‘사회세계’(social world)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정의되기가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사회학은 '과학'과 같은 지위를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히려 전문적이고 난해한 언어사용과 방법론으로 삶 그 자체로부터 동떨어지고 고립되었다고 한다. 바우만은 사회학을 ‘인간경험과의 대화’라고 다시 정의하며 인간경험을 ‘경험’(Erfahrung)과 ‘체험’(Erlebnis)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그가 ‘인간 경험’을 두 가지 종류로 구분한 것은 앞서 얘기한 사회학의 방향성 때문이다. 그가 보는 사회학에는 이른바 ‘사실’이라고 부르는 ‘경험’적 측면도 필요하지만, 사회학의 행위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문제 되고 있는 사실’, 즉 ‘체험’의 영역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경험’은 사건이나 사회 구조를 분석하고 그 상태나 환경을 설명한다는 점에서 ‘과학’에 가까워질 수 있고, 반대로 ‘체험’은 사건에 대해 문제라고 생각하는 ‘개인적인 의견’이 개입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는다.(‘객관적’, 혹은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하지만 ‘체험’이 없다면 ‘경험’ 역시 단순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 바우만은 인간 존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문이 사회학이라면, 두 가지 층위의 ‘인간 경험’을 토대로 한 대화를 연구하고, 그 대화에 사람들을 초대하는 게 사회학이 가져야 할 목표라고 주장한다. _우현샘의 리뷰 중

 


이런 면에서 사회학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선택하고 경험하는 일상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가치의 이면을 드러내고 선택의 의미를 밝힌다. 나아가 대안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사회학은 유용하다.


올해 사회학 세미나는 게오르크 짐멜의 『돈의 철학』을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대 사회는 '화폐'를 매개로 구축된 사회이다. 개인의 자유, 각자의 인격성, 정치적 의사결정, 인간관계 어디에도 화폐가 매개할 수 없는 관계란 없다.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에 '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런 맥락에서 물질문화로서 자본주의를 바라본 사회학자인 짐멜의 대표작 『돈의 철학』이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1900년도 초에 발간된 『돈의 철학』은 사회학과 철학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던 시기에 돈이 가진 가치에 대한 인식을 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책이다. 얼핏 흥미로운 책 제목 같아 보이지만 ‘철학’이라는 이름답게 매우 철학적이고 변증법적 서술구조를 취하고 있어서 매주 힘겹게 읽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세미나의 묘미이기도 하다!

 


세미나 진행방식
세미나에서는 보통 요약문과 후기를 돌아가면서 쓰고 각자 1-2개 정도의 질문을 만들어 세미나 시작일 전인 월요일 자정까지 공유한다. 1주에 1절 정도의 분량으로 대략 50페이지 정도씩 진도를 나가고 있고 매번 꼼꼼히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일단 책의 난이도 때문인지 질문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1장 전반에 걸쳐서 짐멜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디테일은 그걸 파악하고, 실감한 다음의 문제예요. 이렇게 보면 읽는 게 또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인간사(회)의 근저에 놓여있는 ‘교환’의 원리, 그로부터 발생하는 ‘가치’ 이 두 가지만 알면 됩니다. 그러면 (더 읽어봐야겠지만) 그것들로부터 ‘돈’이 발생할 겁니다. 이렇게 큰 이정표들을 중심으로 잘 따라가 보아요.^^ _정군샘의 코멘트

 


매주 이해가 어려워 자괴감으로 머리를 찧으며 책을 읽어가지만 또 세미나를 시작하면 깔깔깔 거리는 중에 2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린다. 아주 신기한 노릇이다~! 이 어려운 책으로 이렇게 재밌는 세미나를 할 수 있다니! 이건 전적으로 튜터와 세미나원들 덕분이다. 튜터이신 정군샘은 그의 책에서 세미나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듯이 매 세미나마다 이를 성실히 수행해낸다. 행간을 읽어내지 못하는 회원들에게 가이드를 주는가 하면 책이 너무 어렵다는 회원들의 마음을 다독이며 매주 읽기 팁을 알려주기도 하신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쉬울 거예요~’라는 말씀도 잊지 않은 채 말이다.^^ 이런 열정적인 정군샘에 호응하듯 최근에는 세미나가 끝나고 세미나원들이 모여 예습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예습 세미나라 아직 내용에 대한 이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독을 함에도 불구하고 신기하게도 여럿이 함께 읽으니 이해가 되는 마법을 경험하고 있다. 함께 예습 세미나에서 질문을 길어 올리기도 하고 서로의 질문에 답을 찾아보기도 한다. 뿐만이 아니다. 세미나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쉬는 시간에 짬을 내어 서로의 의문을 공유하며 함께 고민하고 서로에게 배우며 가르치는 세미나를 밀도 있게 경험한다. 육튜 세미나로 시작된 세미나답게 사회학 세미나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사회학 세미나는 문탁에서 가장 젊은 세미나로 꼽히며 젊은 청년 회원들과 장년층이 함께 공부한다. 나이만큼이나 다양한 색깔을 가진 분들이 모였는데 철학학교와 같은 하드한 세미나를 경험하고 오신 분들이 계신가 하면 어려움 속에서도 재미를 추구하며 깔끔한 정리를 도맡아주시는 분들도 계신다. 충분히 무거울 법한 세미나에 발랄함을 더 해주는 분도 계시고 정군샘의 질문에 밀착 마크하는 수고로움을 견뎌내는 막내 세미나원과 매번 자기의 몫을 톡톡히 해내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반장 우현샘도 함께 한다. 


게오르크 짐멜의 『돈의 철학』을 읽는다는 건 나에게 매우 큰 도전이다. 처음에는 한국어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아무리 읽어도 한 줄도 이해할 수 없었다. 세미나를 지속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심각하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들 덕분에 매주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며 나도 다시 책을 읽는다. 유쾌한 와중에도 다들 열과 성으로 세미나에 참여해주셔서 뒤에서 더듬더듬 따라가는 중이다. 덕분에 함께 하는 공부의 재미를 조금씩 맛보고 있다.

■ 사회학 세미나와 함께 한 책들
가브리엘 타르드, 이상률 옮김, 『모방의 법칙』, 문예출판사
피에르 부르디외, 김현경 옮김, 『언어와 상징권력』, 나남
막스 베버, 김덕영 옮김,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길
콜린 캠벨, 박형신 옮김, 『낭만주의 윤리와 근대 소비주의 정신』, 나남
베르너 좀바르트, 이상률 옮김, 『사치와 자본주의』 문예출판사 

게오르크 짐멜, 김덕영 옮김, 『돈의 철학』, 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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