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전집』 3권 또는 「루쉰문고」 7권에 보면 「달나라로 도망친 이야기」라는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전직(前職) 영웅 예(羿)라는 양반이 나오는데요, 활의 명수였는데 너무 사냥을 잘해서 온갖 짐승들을 다 잡아버린 바람에 나중에는 사냥할 애들이 없어서 자신은 물론이고 처까지도 잘 먹이지 못하게 되고 그래서 결국엔 마누라가 혼자 달로 도망가 버리는 비극적인 이야기입니다. IMF 직후에 히트를 쳤던 『아버지』라는 소설보다 이 이야기가 훨씬 더 심금을 울려요, 흑. 남의 집 닭을 활로 잘못 쏘아 버린 바람에 닭주인 할머니에게 퉁박을 받는 장면이나 자기 제자였던 놈한테 조롱을 당하는 장면은… 흑, 암튼 꼭 읽어 보세요.
좌우간 루쉰의 소개(?)로 만난 이 예라는 양반을 『사주명리 한자교실, 갑자서당』을 편집하면서 또 만났습니다. 때는 성군 요 임금이 중국을 다스리던 옛날옛날, 하늘에는 열 개의 태양이 있었다고 합니다. 희화라는 여신이 그 열 개의 태양을 교대로 하늘에 올려 보내면서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얘네들이 회식이라도 했는지 열 개가 한번에 하늘에 떠오르고 말았습니다. 뜨거워서 난리가 났겠지요. 이 태양의 난을 진압한 것이 바로 예입니다.
명사수였던 예는 태양을 한 개만 남겨 두고 아홉 개를 쏘아버립니다. 지금 우리가 불가마 속에서 살지 않게 된 것은 모두 예의 덕분입니다. 사랑은 갔어도 카드값은 남듯이(응?) 아홉 개의 해는 사라졌지만 해들의 이름 열 개는 남았습니다. 바로 갑(甲), 을(乙), 병(丙), 정(丁), 무(戊), 기(己), 경(庚), 신(辛), 임(壬), 계(癸)가 그것입니다. 우리는 얘들을 묶어서 천간(天干)이라고 부르지요. 그리고 앞에서부터 두 개씩 묶여 목화토금수의 오행이 되었답니다. 갑을은 목, 병정은 화, 무기는 토, 경신은 금, 신임은 수, 이렇게요. 사주팔자의 여덟 자 중의 네 글자는 이 천간의 조합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모두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는지는 굳이 계산할 필요가 없겠지요, 덜덜덜;;). 또 이 중의 하나는 자신을 대표(일간, 다음 글을 참고하세요☞)하기도 하구요. 오늘은 이 천간에 대해 알아 보아요~!
갑(甲) & 을(乙)
갑과 을은 나무입니다. 그래서 갑목, 을목이라고도 부르는데요. 둘 다 나무지만 차이가 있습니다. 갑목은 위로 쭉쭉 뻗어 나가는 나무, 을목은 담쟁이덩굴처럼 수평으로 확확 퍼져나가는 초목입니다. 갑목과 을목은 각각 요렇게 생겼다고 보시면 됩니다.
충북 보은의 정이품송. 하늘로 곧게 뻗어 오른 것이 갑목의 성질 그대로를 보여 줍니다. 2007년 폭설로 인해 가지가 부러져 저 아름다운 대칭을 지금은 볼 수 없는데요, 한번 부러지면 회복이 어려운 것도 갑목의 특징입니다.
을목은 요렇게 뭐든지 다 기어오르고 덮어버립니다. 이런 을목도 낫의 역할을 하는 신금을 만나면 쫄게 됩니다. 이름하야 을신충(乙辛沖)!
갑목과 을목은 그 생김새대로 각각 추진력과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일간이 갑목인 사람은 일을 바로바로 해치우는 스타일이구요, 을목은 일을 어떻게든 성사시키는 사람입니다.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라는 시에서 담쟁이를 을목으로 바꾸면 그대로 을목의 특징이 됩니다. ‘도종환 담쟁이’ 이렇게 검색하시면 얼마든지 인터넷에서도 보실 수 있지만 시집 한 권씩 사서 보시면 더더욱 좋겠죠?^^
병(丙) & 정(丁)
병과 정은 불을 상징합니다. 그래서 병화, 정화라고 부르고요, 병화는 태양을 정화는 촛불을 떠올리시면 된답니다. 예가 태양 열 개 중 아홉 개를 쏴 버리고 한 개만 남기지 않았습니까? 그 하나 남은 태양은 어쩜 병화가 아니었을까 하고 여기다 소설 한번 써 봅니다.ㅋㅋ. 병화는 태양처럼 화려하고 적극적이고 또 자상하기도 합니다(병화 남자와의 연애 추천합니다. 결혼은 상황 봐서요 ㅋ). 정화는 자기 자신을 태워서라도 주변을 밝히는 촛불처럼 강한 희생정신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나 자나 깨나 불조심! 불들을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 어느 날 갑자기 욱하면 못 말립니다(경험자 ㅠㅠ).
병화는 햇님! 햇님하면 텔레토비;;; 병화 일간을 가진 사람은 시원시원하게 생긴 미남미녀가 많다고 합니다. 오른쪽은 어른이 된 텔레토비 햇님;;;; 햇님처럼 예쁘게 생겼지요?
세상의 불의를 모두 정화(淨化)시키는 불, 정화(丁火). 자기의 모든 것을 걸고 세상을 밝히기에 가장 무서운 불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戊) & 기(己)
무와 기는 흙을 상징합니다. 이젠 말씀 안 드려도 아시겠지요? 그러니까 얘들은 각각 무토, 기토가 되겠죠? (저의 일간이기도 한... 흠흠) 무토는 산맥이나 광야에 비유되고, 기토는 정원이나 텃밭에 비유가 됩니다. 그래서 기토는 기획력이 좋습니다. 무토에 비해 기토는 뭘 심느냐하는 기획력에 좌우되는 땅이잖아요. 고렇게 연결지으시면 됩니다. 반면 무토는 뭔가 쫌 막 자라는 야생의 땅, 거칠고 남성적입니다(그래서 제가 사내답단 얘기를 많이 듣나 봅니다, 흑;;;). 토는 천간의 가운데 있는 만큼 중재․포용력을 뜻하고 그래서 사람들은 토, 특히 무토(ㅋㅋ)와 함께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갈등이 싫어서 겉으로는 다 받아주는 척하고 속으로는 절대로 자기 생각을 바꾸지 않는 고집쟁이도 바로 토들입니다(특히 무토ㅋ).
광활한 무토. 토에는 바위(금)도 있고, 물(수)도 있고, 나무(목)도 있고, 아주아주 밑에는 용암(불)도 있고...요런 식으로 오행이 다 있습니다. 무토를 만나고 싶으시다면 가까운 산으로 고고씽!!
제 농장입니다;;;;. 말풍선 안에 있는 건 제 밭(기토)에서 캐야 하는 추수감사절 감자여요. 저는 저 기토에다가 밀도 심고, 당근도 심고... 혹시 타이니팜 하시는 분 계시면 친구해요^^;;;
경(庚) & 신(辛)
목화토금수의 순서니 경과 신은 금, 이름하여 경금과 신금. 금(金)이라고 하니까 “사주에 금이 많으시네요” 하면 대개들 “돈이 많다는 뜻인가요?”라고들 물어보십니다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금은 단단합니다. 그래서 절개의 상징이고요, 때론 매섭기도 하고 똑부러집니다. 칼 같다는 말, 이 말은 오행 중의 금 같다는 말과도 통합니다. 경금은 무쇳덩이입니다. 그래서 냉정해 보이지만 이제 막 금이 되기 시작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속은 물렁합니다. 속정이 있다는 말인데 고것이 바로 경금의 매력이라고 합니다. 한편 신금은 제련이 끝난, 세공된 금속을 뜻하는데요, 다이아몬드로 비유하면 경금은 원석, 신금은 커팅이 완료된 금입니다. 그래서 신금들은 깎아놓은 밤톨처럼 예쁘게들 생겼습니다. 그리고 신금은 제련이 끝나서 경금보다 더 단단하고요, 때론 날카로움이 지나쳐 자기를 괴롭게도 하는 사람들이 신금입니다.
어떤 펀치도 견뎌낼 것 같은 저 단단한 가슴팍. 하지만 그 속에는 소간지의 따스함이...경금은 바로 저런 모양일 것이어요, 흑.
보석상보다 신문 기사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는 그 이름도 유명한 물방울다이아몬드. 물론 신금들이 다 저렇게 생겼다는 것은 아닙니다.
임(壬) & 계(癸)
마지막 수입니다. 임수와 계수의 차이는 임수는 바닷물이나 강물 같은 스케일이 큰 물이구요, 계수는 졸졸 흐르는 시냇물이나 계곡물을 상징합니다. 수는 다음 단계인 목 기운을 예비하기 때문에 응축하고 저장하려는 성질이 강합니다. 그래서 사주에 수가 많은 사람은 발산하려기보다는 안으로 꿍꿍 뭉치는 경향이 강합니다. 임수의 경우에는 저장을 잘해서 부자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갑자서당』 164쪽에 나오고요, 계수는 지혜로움의 상징입니다. 또 천간의 마지막이므로 생명에너지의 에센스이자 원천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예민한 만큼 우울증에 걸리기도 쉬운 것이 계수의 성향입니다. 그러니 뭘 하면 즐거울까를 항상 생각하셔야 해염~!!
심해(深海)와 같은 임수. 그 속이 너무 깊어 (도저히)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 임수 일간의 사람이기도 합니다.
시냇물, 계곡물을 뜻하는 계수는 맑은 만큼 예민합니다. 그러니까 계곡 가서 쓰레기 버리고 설거지 함부로 하고, 때 밀고 그러면 안 되는겁니다잉(응?).
※ 다음 주에는 지지의 열두 글자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 주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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