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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지금 만나러 갑니다

[공동체, 지금만나러갑니다] <강감찬 청년고전학교>: 긴 시간 끝에 이곳에 도착한 청년 셋

by 북드라망 2023. 6. 19.

<강감찬 청년고전학교> : 긴 시간 끝에 이곳에 도착한 청년 셋

 
‘강감찬 고전학교’는 남산강학원과 감이당의 콜라보 프로그램이다. 그 일환으로 작년 하반기부터 2030 청년고전학교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에 대한 경계가 많이 풀린 작년 시즌1에서는 ‘포스트 코로나와 청년의 비전!’이, 올해 열린 시즌2에서는 ‘지성에서 영성으로!’가 주제였다. 매주 하루, 약 두 시간가량의 동서양 고전 수업과 한 시간 반가량의 글쓰기 수업이 진행된다. 저녁도 같이 먹고 매 학기의 마지막 주차에는 MT도 다녀오는 알찬 프로그램이다. 커리큘럼을 천천히 살펴보니 재밌을 것 같기는 한데 보통 쉬운 코스는 아닌 듯하다. 고전 수업에는 선생님이 두 분이나 오셔서 강의하시고, 동서양을 넘나들며 공부하면서, 그 와중에 글쓰기까지 한다. 이 프로그램을 듣는 청년 친구들은 분명 예사롭지 않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강감찬 2030 청년고전학교를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듣고 있는 청년 셋을 만났다. 소연씨, 지영씨, 보경씨가 그들이다. 소연씨는 20대 초반으로 셋 중 가장 막내다. 그는 한 데 묶이기 어려워 보이는, 다양한 층위의 경험을 해왔다. 홈스쿨링도 했고, 공무원 준비도 했고, 불교 공동체에서 생활도 해봤다. 지영씨와 보경씨는 30대 초중반으로, 고된 사회 초년생 생활을 마친 뒤 이곳으로 흘러들어 왔다. 지영씨는 열심히 공부한 뒤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보경씨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다가 지리산 공동체로 거처를 옮겼었다. 셋은 이력도 경험도 천차만별이지만,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몰라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다가 이곳에 왔다는 점은 비슷하다. 
 

“이런 방식의 자립이 있을 수 있구나”
 


스무 살이 된 소연씨의 목표는 뚜렷했다. 자립.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홈스쿨을 했다. 소연씨에게 자립은 자신이 자라온 가족의 품, 가까이 지냈던 불교 공동체의 세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여정이었을 것이다. 처음엔 대부분의 청년들이 그러하듯 대학을 갔다가 취직을 하려고 했다. 마침 가고 싶은 과도 생겨서 대학을 준비했는데, 어림도 없었다. 그간 홈스쿨을 하며 해왔던 공부와 검정고시 공부로는 입시 전쟁에 뛰어들 수 없었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무원 시험을 위한 실용적인 공부를 먼저 하고,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해보자 싶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도 녹록지 않기는 매한가지였다.

입시 공부와 공무원 시험 공부는 많은 20대에게 주어지는 선택지 아닌 선택지다. 그런데 우연히 소연씨에게는 또다른 길이 펼쳐졌다. 2년 전부터 소연씨의 어머니가 유튜브에서 고미숙 선생님의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나 재밌게 보시던지 식사 자리에서까지 영상에서 이야기를 해주실 정도였다. 당시 진행되었던 청년 프로그램도 추천해 주셨는데, 공무원 시험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었던 소연씨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소연씨가 고미숙 선생님을 만난 건 공무원 시험에서 떨어지고 난 뒤였다. 어쩌다가 어머니가 보내두셨던 고미숙 선생님의 강의 영상 링크를 클릭했고, 그 강의를 보다가 고미숙 선생님에게 반했다.


소연: “진짜 너무 멋있는 거예요. 너무 멋있고 너무 통쾌하고, 이런 방식의 자립이 있을 수 있구나 처음 알게 됐어요.”
보경: “소연이는 고미숙 선생님이 왜 멋있는지로 논문도 쓸 수 있을 거야.(웃음)”


고미숙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앞으로 뭘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지…?’ 했던 소연씨의 고민이 가벼워졌다. 그리고 용기가 생겼다. 원래는 취업하고 하려고 미뤄두었던 공부를 지금 해보기로 했다. 과연 취업을 한다고 생활이 안정될까,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소연씨의 집은 포천, 남산강학원과 감이당은 충무로다. 청년 주거 프로그램도 사라지면서 이곳과 가까워질 기회를 잃는가 싶었는데 우연히 기존 기숙사에 자리가 하나 비게 됐다. 그래서 올해 3월부터는 근처에서 지내며 이곳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왔다고 한다. 빨래, 마당 쓸기, 불기 닦기…. 몸 움직이는 것을 포함하여 일상의 모든 것이 다 수행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그에겐 이곳에서 하는 일들 역시 수행이다. 공부도 글쓰기도 그렇다. 소연씨는 수행자의 마인드가 아니라면, 즐거움만 찾는다면 이곳 생활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불교 공동체에서 지낸 경험이 이곳 생활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그 거꾸로이기도 했다. 만일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의 지난 날을 쉽게 긍정할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입시제도와 취업시장에서는 초등학생 때부터 일하고, 명상하고, 불경을 읽었던 소연씨의 시간이 쉽게 부정당했다. 심할 땐 이제까지의 삶이 의미 없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단다.


소연: “이제는 어릴 때 들었던, 잘 모르고 읽었던 말들이 큰 사유였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즐기며 공부하고 있어요.”
보경: “내년에 소연이 없을 수도 있어요.” (웃음)
지영: “저희가 소연이 곧이라도 출가할 거 같다고 장난쳐요.”(웃음)


얼핏 듣기에 소연씨에게 불교 공동체의 생활과 이곳의 생활은 많이 비슷해 보인다. 초등학생 때부터 불교 공동체에서 자란 불수저는 이곳을 어떻게 느낄까? 정말 이곳이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을까?


소연: “딱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건 없어요. 그냥, 여기는 엄청 활발발하다? 절은 정적인데, 여기는 항상 시끌벅적해요. 어디서든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웃음)”



“생각보다 돈 걱정은 안 되더라고요”
 


지영씨에게는 예전부터 고미숙 선생님의 유튜브 강의 영상을 종종 보내주는 선배가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진절머리나게 공부해 온 K-청년에게 인제 와서 또 공부하란 말은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도 보내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며 영상을 눌러봤지만 튼 지 10분 만에 잠에 들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이번엔 그 선배가 책 정보를 보내왔다. 백수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던 지영씨에게 고미숙 선생님의 『조선에서 백수로 살기』라는 책은 구미가 당겼다. 직접 구입해 읽어 보니 재밌었다. 하지만 자신의 상황과 책 속의 이야기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졌다.


지영: 바로 백수로 살기에는 돈이 걱정됐어요. 책에서는 우리가 이미 너무 풍족하다고 했지만, 사실 저는 풍족하지 않았거든요. 집도 가난했고 제가 벌지 않으면 당장 굶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의식주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읽으니까 확 와닿지는 않았죠.


그렇게 지나가나 했는데, 이번엔 유튜브가 고미숙 선생님의 영상을 추천해 줬다. 부처님 생애에 관한 긴 강의를 재밌게 다 봤고, ‘이 선생님과 같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치지 않았던 선배의 추천과 느닷없는 알고리즘의 인도를 받아 마침내 감이당에 접속한 그는 한참 진행 중이었던 불교 세미나에 무작정 들어갔다. 그때 지영씨에게 힘든 일이 많았어서 그랬는지, 불교에서 모든 생이 다 고통이라고 하는 말이 마음 깊이 박혔다. 여기서 계속 공부를 하다 보면 그 말을 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다.


지영: 바로 직장을 나와서 청년 프로그램을 하진 않았어요. 운 때가 진짜 안 맞았기도 했고, 여전히 돈에 대한 걱정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청년 시기가 끝나기 전에는 공부를 해보고는 싶더라고요. 


그가 바라는 여유로운 생활이란 대단히 사치스러운 삶이 아니라, 친구들에게 밥 한 끼 정도는 살 수 있는 삶이었다. 서른세 살이 된 그는 올해 초까지 회사 다니면서 이천만 원을 모은 뒤 퇴직했다. 적다면 적은 돈이지만, 지영씨에게는 이 결정을 하는 데 큰 의지가 됐다.

막상 삶을 이곳에 밀착시키고 나니 생각보다 돈 걱정을 많이 하지 않았다. 선생님들이 활동할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돈을 벌고 있기 때문만 아니다. 사실 지영씨에게 이곳에서의 활동비로는 생활이 충분하지 않다. 우선은 모아온 돈을 조금씩 꺼내쓰고, 씀씀이를 바꾸지 못했기 때문인가 싶어 절약도 해보고도 있다. 돈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님에도 어떻게 지영씨는 돈 고민을 덜 하게 됐을까?


지영: 밥이 해결된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돈을 벌 때보다 더 풍요롭게 먹으니까, 돈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더라고요. 잘 온 것 같아요. 그런 고민들이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구나, 많이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는 글 쓰고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어떻게든 계속할 것 같아요. 이제는 이걸 안 하면 앞으로 뭐하면서 보내지? 싶어요. 


과학으로 입증된 것만 믿던 지영씨에게 이곳의 인문학 공부는 온통 ‘스스로를 깨는’ 행위로 느껴진다. 가지고 있던 개념들이 계속해서 깨나가는 과정이 괴롭기보단 재밌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제가 고민을 깊이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지영씨는 글을 쓰면서 그 고민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뿌듯하다고 했다. 글쓰기가 힘들면서도 놓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이다. 글을 쓰다가 새로운 책을 만나면서 생각의 방향을 트는, 일종의 ‘스스로를 깨는’ 순간에 도달하면 해방감을 느낀다. 앞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있냐는 질문에 그는 요즘 연애를 시작해서 에로스에 관심이 있다면서도, 자신의 전공 하나를 정확하게 짚지 않았다.


지영: “여기 오면서 공부를 제대로 하게 되기까지 오래 걸릴 거라고 마음을 비우고 왔어요. 여러 가지 더 만나봐야겠다 싶어요.”
보경: “진짜? 그런 거치고는 지금 아인슈타인이랑 스피노자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는데? 내가 하는 거에 비해 100배는 더 열심히 하잖아!”
지영: “그건 그냥 좋아하는 거야.(웃음)”



“공부해야 되는데, 뭘 공부해야 하지?”
 


보경씨는 이곳에서 이렇게 빨리 활동하게 될 줄 몰랐다. 작년에 이곳에서 남을지, 말지 고민했던 2주가 그 한 해를 통틀어 가장 열심히 머리를 쥐어뜯었던 기간이었다고 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강감찬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그가 충격받은 건 글쓰기를 하면서부터였다. 일반적인 독후감 쓰기를 예상했는데, 이곳에서는 공부와 자기를 엮어서 무언가를 깨뜨리고 나가는 글을 쓰게 했다. 공부도 깊이 하고 싶어졌고, 이곳의 친구들도 너무 좋았다. 있는 돈을 다 쓰고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공부와 취직을 병행할 수 있으려나, 걱정하던 차에 선생님들이 여기도 일할 게 많으니 공부하라고 제안해 주셨다. 

이곳에 오기 전에 그가 있었던 곳은 지리산 공동체다. 스물여섯에 지리산 공동체에 들어간 뒤로 공부와 연을 끊었다가 오랜만에 책을 다시 든 건 서른, 코로나에 걸려 격리되었을 때였다. 북드라망 출판사에서 지리산 공동체에 주기적으로 책을 보내주셨는데, 그중 한 권을 읽었다. 한 권을 읽으니 재밌어서 그 뒤로 몇 권을 더 읽었다. 당시 그에게는 간절하게 풀고 싶었던 문제가 하나 있었다. 대안학교 교사를 찾아가 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보기도 했지만 시원하게 답을 들을 수 없었던 그 문제의 실마리가 책 속에서 얼핏 보이는 것도 같았다.


보경: “도대체 성인(成人)들의 공동체가 어떻게 지속 가능하지? 몇 번 겪어 보니까, 규칙을 만든다고 되는 일도 아닌 거예요. 자율이 필요한 것 같은데, 자율을 만들려면 공부를 해야 되는데, 뭘 공부해야 하는 거지?”


도시에 염증을 느끼고 지리산에 내려왔었던 보경씨는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지리산에서의 생활양식과 이곳의 생활양식이 거의 비슷하다. 달라진 건 보경씨의 몸과 마음 상태다. 그는 예전만큼 몸이 크게 아프지도, 예전만큼 마음이 크게 괴롭지도 않다. 


보경: “공부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럴 수도 있는데, 지금은 그냥 여길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재밌어요. 밥 먹고, 산책하고, 같이 얘기 나누고 그런 게요. 수업 듣다가도 가끔은 너무 재밌다, 할 때가 있죠.”


보경씨는 갑목, 왕성하게 성장하는 커다란 나무에 재성이 많아서 그런지 어딜 가나 자신은 일을 계속 벌였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고. 일을 계속 만들어 내는 힘이 너무 강해서 몸이 고생했는데, 갑목답게 한 번 쓰러지면 크게, 오래 앓아누웠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그는 마음껏 힘을 분출하는 대신, 다시 쓰러질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몸이 말 그대로, 생리학적으로 아픈 게 문제가 아니라 몸에 힘이 아예 없고,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게 문제다. 


보경: “저 살아야 돼요.”
지영: “언니가 보기엔 활발해 보이는데….(웃음)”
소연: “기운이 세다고 느껴지진 않아. 힘이 없어 보여.”


그는 공부를 통해 그동안 해소되지 않았던 궁금증들을 채워 나가고 있다. 보경씨는 그동안 자신이 아프고 괴로운 것이 주변에서 일을 너무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선생님들과 사주 공부를 하며 그는 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기운을 그런 식으로 쓰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지리산 공동체에 들어갔을 때도 처음엔 분명 공부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래서 무척 즐거웠는데, 언젠가부터 스스로 일하는 쪽으로 기운을 쓰며 꼬이기 시작했다는 선생님들의 해석에 동의할 수 있었다.


보경: “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많이 돼요. 어릴 때부터 제가 약간 심기가 뒤틀리면 안 먹어요. 왜 안 먹을까, 이유를 못 찾았는데 사주 공부하면서 알게 됐어요. 저한테 재성인 토(土)가 77% 거든요. 토(土)가 생각을 주관하기도 하고 위이기도 해서 생각이 많으면 위에서 소화를 못 하는 걸 수도 있대요.”


소연씨, 지영씨, 보경씨는 일반적인 2030 인생 루트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이들이 그 루트에서 벗어나는 일은 단박에 일어나지 않았다. 소연씨와 지영씨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각각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안정적으로 회사에 다녔다. 소연씨는 기어코 공무원 시험을 봤고, 떨어졌고, 마음이 흔들리던 시간을 온전히 견뎠다. 지영씨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마음먹기까지 긴 시간과 많은 우연이 필요했고, 진짜로 그만두기 위해 돈을 모으는 과정도 필요했다. 보경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곳에 왔다가 생각보다 빨리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했지만, 그가 이곳에 오기까지 지나온 여정은 이 지면에 다 담기도 어려울 정도로 두텁다. 크게 고뇌하고 크게 아팠던 20대의 나날이 그가 이곳에 빠르게 붙을 수 있도록 하는 흡착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왼쪽부터 보경씨, 소연씨, 지영씨

 
각자 조금씩 달랐던, 그러나 자신의 여정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었던 셋이 이곳에서 발견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연씨, 지영씨, 보경씨 각자의 역사 안에서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이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공통적으로 짚었던 부분들이 있다. 
 
첫번째는 공부와 글쓰기가 자신을 깨도록 만든다는 것, 그 과정이 힘들지만 희열을 주기도 한다는 것. 두번째는 이곳에 나오는 일이 ‘그냥’ 즐겁다는 것, 살림 꾸리는 걸 돕는 잔잔한 시간이 좋고 어딜 가도 웃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좋다는 것. 이들은 이곳에서 조금 괴롭게(?) 공부하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즐거이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며 풍요로움을 만끽하고 있다. 결핍과 욕망으로 점철된 시공간이 아니라 만족과 풍요를 길어 올릴 수 있는 시공간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 괴롭고 아파서 죽어 나가는 친구들이 아니라 회복하고 바로잡으며 살아가게 되는 친구들이 여기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기분이 든다면 조금 오버일까.
 

글_김고은(문탁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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