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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드라망 이야기 ▽/북드라망의 책들

황벽 스님 이야기(황벽 스님 법문, 정화 스님 풀어 씀―『왜 깨달음은 늘 한박자 늦을까』)

by 북드라망 2023. 2. 7.

황벽 스님 이야기

(황벽 스님 법문, 정화 스님 풀어 씀―『왜 깨달음은 늘 한박자 늦을까』)



『왜 깨달음은 늘 한박자 늦을까: 마음대로 풀어 쓴 전심법요와 완릉록』은 황벽 단제선사의 법문을 정화 스님께서 ‘마음대로’ 풀어 쓰신 책입니다. 원서의 체계를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당나라 때 황벽 선사의 말씀을 정화 스님께서 지금의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장을 나누어 말씀해 주고 있지요.

즉심시불(卽心是佛)은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하는 대표적인 선어(禪語)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음 밖에 따로 부처가 없으니 자기의 마음을 떠나서 따로 부처를 구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사람이 번뇌로 마음이 어지럽혀져 있으나 본성은 불성(佛性)이어서 중생의 마음이 부처의 마음과 마찬가지라는 뜻입니다.(원불교대사전 참고) 이 즉심시불의 사상이 달마선의 전통을 계승한 조사선에서 처음으로 활용한 이가 마조도일이며 이후 황벽 스님의 『전심법요』에 그대로 계승되어 있다고 합니다. 선불교의 큰 계통을 잇는 책이 『전심법요』와 『완릉록』입니다. 




『전심법요』와 『완릉록』을 법문한 황벽 단제선사는 키가 7척 장신(2미터가 넘는 키....;;)에 이마가 툭 튀어나왔었다고 합니다. 위 초상에도 보이듯이 외모부터 범상치 않으신 분이었는데, 석가모니불을 비롯하여 당나라말 오대(五代)까지의 선사(禪師) 253명의 행적과 법어·선문답을 담고 있는 책 『조당집』에는 황벽 스님에 관한 다음의 일화를 볼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부터 기개가 남다르고 시류를 좇지 않던 황벽 스님은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걸식을 나가 한 집에서 노파가 나타나서 "화상은 참 염치도 없구려"라고 꾸짖었습니다. 
황벽 스님은 투덜거리며 "밥도 얻어 먹지 못했는데 어찌하여 염치가 없다고 꾸짖는 거요?"라고 했습니다.
노파는 "겨우 그 모양이니, 염치 없는 게 아니겠소"라고 했고,
이 말에 황벽 스님은 예사롭지 않은 노파를 바라보며 가만히 미소를 지었다고 합니다. 
이에 노파 역시 풍모가 보통 사람이 아닌 황벽 스님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 집으로 들여 성심껏 공양을 했다고 합니다.
노파와의 대화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던 황벽 스님은 노파를 스승으로 섬기겠다고 했는데, 노파는 사양하며 '강서에 백장이란 대사'가 있으니 그에게 가서 묻고 배우라고 알려 줍니다.
이 인연으로 황벽 스님은 백장회해의 문하로 가게 되고, 그 법을 이어가게 됩니다.


황벽 스님이 어떤 분이었는지 이 일화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왜 깨달음은 늘 한박자 늦을까』 앞부분에도 나오지만, 『전심법요』와 『완릉록』을 편찬한 배휴라는 인물과의 만남에도 황벽 스님과 선불교의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관리였던 배휴는 용흥사에 왔다가 벽에 걸린 고승의 초상화를 보고 “저것이 무엇이요?” 물었다고 합니다. 그때 안내하던 스님이 어느 고승의 초상이라고 하자, 배휴가 “영정은 여기 있는데, 고승은 어디 있소?”라고 다시 물었고, 이에 스님은 당황하여 대답을 못했다지요. 그때 배휴에게 황벽 선사를 소개했고, 이에 황벽 선사와 만난 배휴는 똑같은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영정은 여기 있는데 고승은 어디에 있소?” 그러자 황벽 선사는 큰 소리로 외쳤다고 합니다. “배휴!” 엉겁결에 배휴가 “예”라고 하자, 황벽 선사는 바로 말씀하셨답니다. “그대는 어디에 있소?” 이 말에 깨달음을 얻은 배휴는 곧 제자의 예를 갖추었고, 황벽 선사께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관리로서 문장과 글씨를 잘 썼다고 전해지는 배휴는 불교를 학문과 행정능력을 두루 갖추었으면서도 불교에 귀의한 신자였습니다. 그래서 술과 고기를 멀리하고 책을 편찬하고 글을 쓰는 일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기개가 남달랐던 청년이 노파를 만나 일생의 스승과 인연을 맺고, 또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한 관리와 만나 그의 법어가 전해지게 된 인연의 연결들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어떤 인연장 속에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황벽 스님과 배휴의 인연이 정화 스님과 만나 엮여진 책, 『왜 깨달음은 늘 한박자 늦을까: 마음대로 풀어 쓴 전심법요와 완릉록』이 독자님들과 만나 펼쳐갈 또 다른 인연망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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