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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희씨가 들려주는 동의보감이야기

[복희씨가 들려주는 동의보감이야기] 연재를 시작하며

by 북드라망 2022. 8. 12.
  오늘 '복희씨가 들려주는 동의보감 이야기' 연재를 시작합니다! 복희씨는 바로 『아파서 살았다』의 저자, 오창희 선생님이신데요, 올해 『동의보감』 세미나를 하시며, "생각나는 이야기들-선생님께서 겪으신 것,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 등을 이야기해주신다고 합니다.
  "아픈 채로 명랑하게 살 수 있는 양생의 노하우"도 많이 알려주신다고 하는데요... 앞으로의 연재,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연재를 시작하며



『동의보감』과 함께 명랑하게 사는 법
2012년, 『동의보감』을 공부하러 감이당에 왔다. 1978년 류머티즘 발병 후 35년째 되던 해였다. 그때 아픈 이후 처음으로 내 몸을 내가 관리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직접적인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는데, 2007년에 당한 대퇴부 골절 사고였다. 그 사고로 2년간 뼈가 붙지 않아 휠체어로 지내다 보니 병원비를 포함해서 생활비가 많이 들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가계부를 써서 최저 생계비를 계산도 해 보고, 더 나이 들면 얼마의 돈이 들까를 계산도 해 보았지만, 가장 많은 돈이 들 것이라 예상되는 내 병을 병원에 맡겨 놓고서는 그 어떤 계획도 무의미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비해야 한다는 그 자체가 더욱 불안을 키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 끝에 궁여지책으로 내 몸을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운 좋게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동의보감』 강의가 열리는 감이당과 인연이 닿았다. 때마침 50대로 접어들면서 몸 여기저기 소소한 다른 증세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있기는 괴롭고, 그렇다고 병원에 가자니 진료과가 하나 늘어나고 먹어야 할 약도 한 가지 늘어날 게 뻔했다. 류머티즘을 앓은 이후 그 합병증으로 여러 과를 다니며 진료를 받을 때의 그 불편함과 성가심을 되풀이할 생각을 하며 답답해하던 차였다.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아 걷게도 되고 이렇게 활동까지 하게 되었지만, 언젠가부터 더 이상 병원 치료법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동안에는 대안이 없었던 것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동의보감』 강의를 들으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좀 풀렸다. 그 동안 서양의학에서 느꼈던 한계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가 내 몸 치료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전적으로 남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 컸는데 그 점을 어느 정도는 해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몸을 부위별로 쪼개지 않고 전체로 보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렇듯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측면이 있었지만, 한의학의 문법이 많이 낯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류머티즘이 생활에 불편을 주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조금씩 실험을 하게 되었다. 치료의 기본이 되는 생활 습관 바꾸기부터 시작해서 뜸을 뜬다든가 하는 직접적인 치료법도 이것저것 시도해 보았다. 치료 메커니즘을 이해하지는 못해도 이미 임상을 거친 치료법들을 자기 몸에 적용해 볼 수 있는 게 한의학의 큰 장점이다. 내가 내 몸에, 내가 겪고 있는 통증에 직접적인 치료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그때 비로소 내 몸을 몽땅 남의 손에 맡겨 놓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불안의 큰 요인이었음을 알았다. 물론 전문가를 믿고 도움을 받아야 할 때도 있다. 실제로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렇지만 거기에만 의존하는 건 치료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평생 아픈 몸으로 살아야 하는 경우라면 그런 의존적 치료 방식은 삶을 매우 불안하게 한다.

어쨌든 조금씩 실천에 옮기면서 생각 밖의 효과를 경험하기도 하고, 그 경험이 다시 힘을 받아서 또 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서부터는 한의학 관련 양질의 정보들에 접속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러면서 차츰차츰 내 몸의 주인이 되어 갔다. 병원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일상이 단순해졌다. 이런 나를 지켜 본 지인들이 가끔 나에게 상담을 요청하기도 한다. 물론 내가 전문가가 아니고 몸도 다르니 그들에게 맞는 치료법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자기 몸을 관찰하고 스스로 관리하겠다는 자세를 갖는 것은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태도라는 것만은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동의보감 공부를 다시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임인년 새해가 되었다. 때마침 『동의보감』 완역본 읽기 세미나가 열렸다. 그리고 감이당에 온 뒤로는 공부가 되게 하려면 글을 써야 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했기에 연재를 하기로 했다. 『동의보감』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이야기들-내가 겪은 것, 주변에서 보고 들은 것 등-을 이야기하듯 써 볼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동의보감』의 지혜를 더 많이 활용하게 될 것이고, 아픈 채로 명랑하게 살 수 있는 양생의 노하우도 많이 터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글_복희씨(감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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