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발견, 『한서』라는 역사책』 지은이 인터뷰

 『발견, 『한서』라는 역사책』 지은이 인터뷰

 


1. 이 책은 우리가 잘 몰랐던 『한서』의 가치를 발견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저자 분들이 보는 『한서』의 매력을 얘기해 주세요. 

길진숙 : 『한서』는 전한 시대 즉 중국을 두번째로 통일한 한나라의 생사고락을 이야기한 역사책입니다. 『한서』를 집필한 후한 시대의 역사가 반고는 제도나 문화나 업적 중심으로 혹은 사건 중심으로 역사를 기술하지 않습니다. 반고는 역사를 만드는 것은 관계 속에 놓인 인간이요, 마음을 모으는 인간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반고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한나라의 시공을 보여줍니다. 반고는 한나라의 생성과 성장과 쇠락이라는 특정 조건 위에서 200여 년의 시간 동안 명멸해간 인간들의 말과 행위에 주목합니다. 『한서』라는 이 길디긴 역사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는 인간들이 얽혀 빚어내는 사건과 사고(事故)와 마음을 다각도에서, 증층적으로 비춰주었기 때문입니다. 한 인물의 진면목은 여러 인물의 관계 속에서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씩 다층적으로 드러납니다. 『한서』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한서』 의 페이지를 열면 열수록 인물과 사건의 면모 또한 새롭게 펼쳐집니다. 그리하여, 반고가 해부한 인물들을 읽으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시공을 뛰어넘어 인간이 넘어야 할 문턱은 무엇인지, 이 드넓은 천지와 교감하는 한 생명체로 돌아가 삶의 기본과 그 심연을 묻고 또 묻게 됩니다.  

강보순 : 역사를 한 인간의 업적이라 본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역사는 영토를 넓히고 전쟁에서 승리한 정도에서 그칠 것입니다. 조금 더 나아간다 해도 한 인간의 삶을 조망하는 범주를 넘어서진 않겠죠. 동아시아 최고의 정사(正史)라 일컬어지는 『한서』에도 분명 이러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서』에는 이와는 다른 범주의 역사들 또한 있는데요. 황제로부터 황금 70근을 퇴직금으로 받은 ‘소광’이 그 황금을 마을 사람들과 연회를 베풀며 다 써버린 이야기나, 그 어떤 덕도 쌓지 않은 ‘외척’들이 갑자기 득세하여 과한 복락을 누리게 될 때 어떤 마음이 야기되어 자기 삶을 위험에 빠트리게 되는지와 같은 이야기 등, 『한서』에는 우리가 역사에서 흔히 기대하는 업적 중심의 사실(史實)과는 달리 일상에 가까운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일상이 역사라니?!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일상에서 자신의 욕망을 잘 다스리는 문제만큼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요? 갑자기 생긴 로또 같은 퇴직금은 과연 어떻게 써야 할까요. 더 좋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쾌락을 누리는 정도? 자본주의적 소비방식에 익숙한 현대인에겐 이것 이상의 상상력이 없다 해도 과장이 아닐 겁니다. 로또처럼 주어지는 권력은 또 어떻고요. 그런 권력이 자주 사욕을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자신과 주변을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요. 『한서』의 저자 반고는 바로 이런 인간의 마음을 조명합니다. 역사를 한 인간의 업적이라 본다면, 그런 업적이란 한 인간을 드러내는 하나의 단면일 뿐, 어떤 면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면도 업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본 것이죠. 반고가 황금 70근을 받은 것이 아닌 그 황금을 모두에게 베풀어 자기를 지키고 가문을 지킨 것에 주목하여 기록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반고에게 역사란 일상을 잘 다스리는 문제와 분리되지 않았던 것이죠. 어떻게 일상을 다스리는 문제가 역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요? 궁금하지 않나요?^^ 

박장금 : 팬데믹 이후, 우리는 기존의 가치나 기준이 전혀 적용되지 않는 시대를 맞이했습니다. 한나라 또한 진나라 멸망 이후 전혀 다른 방식의 통치를 고민해야 했습니다. 막막했던 바로 그때 그들은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Who am I?’ 그들은 절실한 질문 속에서 자연과 소통하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고, 자연의 원리를 따라 만물이 스스로 하도록 돕는 ‘무위 정치’를 펼치게 됩니다. 하여 한나라는 진나라가 14년 만에 끝낸 운명을 400년으로 펼치는 가히 기적 같은 일을 해내고야 맙니다. 『한서』는 한나라가 지속가능할 수 있었던 운명의 용법이 담긴 책으로, 운명을 사랑하게 하는 매력적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장금)  


2. 중국 고대 역사서 하면 보통 『사기』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사기』와 『한서』를 비교해 보았을 때 『한서』만이 갖는 특색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장금 : 일본학자 야스시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기』가 ‘우주의 시선’이라면 『한서』는 ‘땅의 시선’으로 옮겨 왔다고 말합니다. 『사기』는 신화시대인 황제부터 한나라 무제까지 장장 3천 년의 시공간을, 그에 반해 『한서』는 전한 200년에 주목합니다. 먼저 『사기』가 다루는 3천 년의 통사부터 얘기하겠습니다. 사마천은 하늘은 공평해서 착한 사람을 돕는다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가라고 질문합니다. 쉽게 말해 못된 짓을 해도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고, 좋은 일을 해도 그닥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같은데 하늘이 공평한 게 맞냐는 것입니다. 사마천은 『사기』를 통해 이런 의심이 협소한 시야에서 비롯된 것임을 펼쳐 보입니다. 자연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있듯, 자연의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은 황제, 제후, 장사꾼, 재주꾼 심지어 선인과 악인까지도 다양한 삶일 뿐입니다. 마치 돌, 나무, 물, 불을 비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렇다면 금수저, 흙수저 구분에 골몰할 게 아니라, 각각의 운명을 발견하고 본성에 맞는 삶을 살아내는 게 중요해집니다. 이것이 『사기』가 주목한 우주의 시선이고, 그 시선을 통과하는 순간 자신의 운명과 정면 돌파하는 자들과 만나게 됩니다.
  

이제 『한서』가 다루는 200년의 단대사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한나라는 진나라 이후 안정된 통일국가입니다. 가장 문명화되었고 풍요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제 우주의 시선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즉,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만큼 인간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연결된 생명의 세계에서 한 사람의 이익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몫이 줄어드는 일입니다. 이 때 한서는 이익과 함께 명멸해가는 순간들을 연결해서 보여줍니다. 풍족한데 괴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결국 남보다 더 잘나지 못하고 더 많은 것을 성취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번뇌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상을 직면하게 함으로써 한정된 파이를 함께 나누는 지혜야말로 살길이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해줍니다. 이것이 『한서』의 렌즈가 땅의 시선으로 내려온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사기』가 천명을 알고 그것을 향해 묵묵히 살아간 자를 조명했다면 『한서』는 인간들의 욕망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해부함으로써 공존으로 나아가는 지도를 그려줍니다. 반고가 강조한 건 배움으로, 생명이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할 때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사기』가 운명을 사랑하게 만드는 텍스트라면 『한서』는 탐진치를 해체시켜 생명의 스토리를 쓰게 만드는 텍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3. 이 책은 한나라를 쥐락펴락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향연입니다. 우리가 잘 몰랐던 반전매력을 보여 주는 인물들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길진숙 : 인생 도처 반전이란 말을 실감케 해주는 인물은 단연코, 한나라의 세번째 황제인 문제(文帝) 유항입니다. 한고조의 넷째아들 유항은 황제가 될 것이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유항의 어머니 박희는 유방의 총애를 받은 적이 없고, 어쩌다 유방의 동정심으로 동침하여 아들을 낳았습니다. 고조가 죽고 천하를 차지한 여태후는, 척부인을 비롯하여 유방의 총애를 받은 후궁들과 그 자식들을 감옥에 가두고 죽였습니다. 그러나 운 좋게 박희와 유항은 유방의 사랑을 받지 않았던 ‘덕분에’ 목숨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흉노족의 땅과 인접한 한나라 변방의 대땅을 다스리며 살았습니다. 사랑받지 않아 살 수 있었던 역설! 반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정권을 장악했던 여태후가 죽고 다시 유씨들이 천하를 차지합니다. 혜제의 후사가 없었던 까닭에 유방의 살아남은 아들 두 명 중, 나이 많고 어진 유항이 황제로 추대됩니다. 두두둥! 최고 반전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놀라운 일은, 한나라가 운이 좋은 것인지 어쩌다 황제에 오른 문제가 한나라의 상황에 딱 맞는, 무위 청정의 정치를 현실화했다는 것입니다. 긴 전쟁으로 헐벗고 지친 백성들을 그냥 두고 괴롭히지 않는 것, 무엇을 하려고 애써 도모하지 않는 것, 노자의 무위정치가 치국의 원리로 실행되다니, 경이롭지 않나요? 황제는 소박하게 근검절약하며 살 뿐,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고, 법도 되도록 시행하지 않았지만, 백성들의 삶은 안정되고 풍요로워지는 반전! 이토록 반전 매력이 넘치는 황제를 본 적이 있나요?

강보순 : 저는 무제의 신하 장건을 소개해드리고 싶네요. 장건은 실크로드를 개척한 장군으로 유명한데요, 그가 무제의 명을 받아 실크로드를 개척하기까지 걸린 세월이 무려 ‘13년’이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13년간 하나의 임무를 수행한 사나이, 장건! 뭔가 대단해보이는데요, 하지만 이 시간의 반전은 그 중 10년 남짓이 흉노의 포로였다는 것에 있습니다. 임무 수행 때문이 아니라 포로로 잡혀 있던 세월이 10년이었던 것이죠. 심지어 장건은 그 기간 동안 흉노 여인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잘 살기까지 합니다. 대체 이런 삶 위에서 어떻게 실크로드를 개척했을까요? 미스터리하지 않나요? 바로 여기에 장건의 반전이 있습니다. 과연 장건은 무제의 명을 어떻게 완수했을까요? 궁금하신 분은 책을 참고해주세요.^^ 

박장금 : 한무제는 한나라를 가장 번성하게 만든 업적 제일의 황제입니다. 그는 탁월한 능력, 정치적 리더십, 영토 확장, 최고의 인재풀,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다 갖추었습니다. 하지만 그 곁에는 사심 가득한 자들만이 남았고 그들의 아첨으로 인해 무제는 자신의 아들까지 잃고 맙니다. 풍요 속에 빈곤이랄까, 무제 곁에는 신하는 많았지만 ‘친구’는 없었습니다. 이것이 사람보다 능력을 중시했던 자의 이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제의 삶을 보면 무소불위의 권력이야말로 외로움과 위태로움을 불러들이는 화근이란 생각이 듭니다. 권력을 계속 휘둘렀다면 끝내 파멸을 맞았을 텐데 다행히 무제는 막판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반전을 만들어 냅니다. 결국 위태로웠던 무제를 구한 건 화려한 업적이나 능력 있는 신하가 아니라 ‘경청과 성찰의 힘’이었습니다.   


4. 이 책은 한나라 역사를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로 구분한 점이 특징입니다. 이렇게 구분해서 한나라 역사를 보여준 계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이런 계절 구분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게 있을까요?

길진숙 :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어김없이 반복되듯, 태어나고 자라고 거두어지고 사라지는 과정 곧 생로병사의 과정이 모든 생명체의 주기입니다.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국가 또한 태어나면 죽는 것, 영원한 나라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수명이 다르듯 여러 나라들 또한 수명이 다를 뿐, 지구상에 세워진 모든 나라들은 시작되고 성장하고 거두어지고 사라지는 과정을 겪습니다. 『한서』의 저자 반고는 이것이 역사의 법칙이라고 보았습니다. 사계절의 변화가 반복되는 것이 우주의 역사인 것처럼, 한 국가의 역사 법칙 또한 생로병사의 변화인 것입니다. 
  

이런 이치에 입각하여, 반고는 한나라가 “고조(유방)에서 시작하여 효혜제, 고후(여태후), 효문제, 효경제, 효무제, 효소제, 효선제, 효원제, 효성제를 거쳐 효애제 때 주역 ‘대과괘(大過卦)’의 곤경에 처해 꺾이고 흉해지다 효평제 때 천하를 상실하기까지의 12대, 230년 동안”(반고 저, 진기환 역주, 「서전」 하, 『한서』 10, 명문당, 478-479쪽) 살았다고 요약합니다. 반고가 한나라의 역사적 흐름에서 중시한 것은 생장과 쇠멸의 역정입니다. 말하자면 반고는 한나라의 봄·여름·가을·겨울의 변곡점이 언제이며, 각 계절마다 어떤 일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입니다.


역사는 연대기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적적이고 계획적이며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게 역사입니다. 자연의 역사에 정해진 방향은 없습니다. 환경과 조건과 생명체들이 조우하면서 그저 그렇게 매 순간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생성할 때가 되면 생성하고, 성장할 때가 되면 성장하고, 쇠락할 때가 되면 쇠락하며, 소멸할 때가 되면 소멸합니다. 이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이 무용지물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완전한 상태란 존재하지 않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한나라 때 사람들은 요순시대가 가장 완전하고 좋은 때라 여겼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완전하다. 역사는 뒤로 갈수록 타락한다. 지금의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의 시대가 모든 시대의 완성이거나 혹은 거의 완성에 가까운 때라 여기지요. 그렇기 때문에 과거를 오로지 지금 이 시대의 완성을 위해 존재하는, 불완전하고 미숙한 상태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반고에게는 완성의 때와 미완성의 때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모든 시간은 머무르지 않고 흘러 서로 다른 상태를 빚어낼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흐름에 몸과 마음을 실을 뿐입니다. 봄에는 살려야 하고, 여름에는 성장하게 하며, 가을에는 정리하고 변화시켜야 하며, 겨울에는 마무리하고 끝내야 하는 것입니다. 이 흐름을 차례로 밟아 나가야지, 때를 건너뛰거나 때에 맞지 않는 일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니 매 국면을 직시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반고는, 때는 자연스럽게 오며, 오는 때를 막을 수 없으니 한나라의 사람들이 그때를 어떻게 맞이하고 행위했는지를 따라가면서 보여줄 뿐입니다. 이 때문에 『한서』를 읽을 때마다, 때에 맞게 행동한다는 것은 무엇일까를 질문하고 탐구하게 됩니다. 이것이 한나라의 봄·여름·가을·겨울에 일어난 일을 관찰해서 얻는 지혜입니다. 


5.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세요.

길진숙 : 한나라는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생장하고 소멸했으며, 한나라의 역사는 운명임을 보여주는 역사가 반고! 그는 성장과 발전에 대한 환상이나 업적에 대한 망상이 없었음에 틀림없습니다. 변화와 운명에 주목하는 것은 결과나 업적이 아니라 과정과 행위를 중시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발 딛고 있는 지반, 그 자리 그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반고가 강조한바, 하늘을 따르고 사람에 통하는, 응천순민(應天順民)입니다. 


『한서』를 읽으면 공적이 아니라 공덕을 쌓아가는 과정을 생각하게 됩니다. 보통 우리는 결과만 보고 황홀해합니다. 사실 어떤 결과든 무수한 계기들이 축적된 뒤에 온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서』는 삶을 위한 책이요, 마음을 닦는 데 필요한 책입니다. 반고는 한나라가 겪어낸 현명하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한 온갖 경험과 인간 군상들을 통해, 기억상실에 걸린 우리들을 일깨웁니다. 어느 때고 상관없이 빨리 성과를 내고, 언제 어디서나 인정받기를 원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다 가질 수 있다고 믿는 우리들에게 역사는 그렇게 흘러온 적이 없음을 상기시켜줍니다. 미몽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나라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우리 또한 차이 나게 반복하고 있음을 환기하기! 이것이 반고가 한나라 역사를 후대에 전하고자 한 이유일 것입니다.  

강보순 : 처음 『한서』를 읽게 되었을 때의 카오스가 떠오르네요. 한나라가 어느 시대인지도 모르는 것은 기본이요, 인물과 사건은 또 어찌나 많은지. 과연 『한서』 열권, 장장 5500페이지 달하는 분량을 다 읽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올라왔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마도 『한서』를 처음 접하는 분들은 누구든 이런 막막함과 마주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얼마 뒤, 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한서』에는 말이지, 어쩌고저쩌고” 하며 쉼 없이 『한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으니까요. 인간 군상의 끝없는 욕망과 그 안에서 펼쳐지는 온갖 기상천외한 음모와 술수, 게다가 그런 행동들이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런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가문을 지켜내는 무수히 다른 샛길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한서』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누구든 이야기하고 싶게 만드는 힘! 아마도 이런 점이 지난 2천년 동안 사랑받은 『한서』의 힘이 아니었을까요. 그런 힘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긴 어려웠을 테니까요. 모쪼록 이 책이 저희가 느꼈던 『한서』의 감동이 전달되길, 나아가 『한서』라는 거대한 여정을 걷게 될 독자분들의 공부 길에 자그마한 도움이 되길 기원해 봅니다.^^ 

박장금 : 바야흐로 전지구가 디지털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시대입니다. 우리 또한 시대에 걸맞게 변신해야 하지만 근대 교육을 받은 탓에 여전히 개체에 묶여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이유는 디지털 문명이 주는 편리함과 즐거움에 취해 그 이상의 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디지털의 핵심은 연결입니다만, 지금까지 우리는 분리를 통한 소유를 중시했습니다. 이제 연결과 소유의 대격돌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명적 부딪힘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고, 많은 사람들이 중독뿐 아니라 정신과 약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전혀 다른 시선이 필요합니다. 놀랍게도 『한서』에는 디지털이 전 지구를 연결하듯, 연결된 존재로서 세상을 살아가는 자들의 삶이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습니다. 하여 『한서』는 자연의 원리가 적용된 자들의 삶이 생생하게 담긴 ‘임상보고서’라 할 수 있습니다. 『한서』를 통해 내 안의 자연과 만나게 되시길! 그리고 ‘디지털 신체’가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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