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도 보내주신 마음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돌이켜보면 어느 한 해 특별하지 않은 해가 없을 테지만, 2018년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북드라망에게 특별한 해였습니다. 저에게 2018년은 ‘자립과 복’이라는 두 단어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올해도 공동체 네트워크 속에서 존재하는 복을 한껏 누렸고요, 덕분에 책도 10종이나 여러분께 선보일 수 있었습니다.
한동안 “단순하게 살기”가 유행처럼 돌더니 지금은 한풀 꺾인 느낌이지만, 이렇게 기술과 경제가 계속 ‘발달’을 향해, 더 빠르고 더 많은 것을 향해 가는 한, 언제고 계속 돌아올 수밖에 없을 유행(?)인 것 같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출판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어느 때보다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책’은 무엇이어야 하고,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알려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입니다. 생각하는 연수가 쌓일수록 답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선명해지는 것도 한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책을 통해 저자와 독자가 만나고, 마음이 울리고, 생각이 바뀌는 이 과정이― “기적”이라는 깨달음입니다.
앞으로도 아마 제가 답을 찾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기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이 싫지는 않습니다. 제가 고민하며 어려워할수록 선명해지는 ‘기적’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내어주신 마음이, 제게는 하나하나 모두 기적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쓰는 편지
―나의 멘토에게
천양희
순간을 기억하지 않고 하루를 기억하겠습니다.
꽃을 보고 울음을 참겠습니다
우울이 우물처럼 깊다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가장 슬픈 날 웃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겠습니다
혼자 사는 자유는 비장한 자유라고 떠들지 않겠습니다
살기 힘들다고 혼자 발버둥 치지 않겠습니다
무인도에 가서 살겠다고 거들먹거리지 않겠습니다
술 마시고 우는 버릇 고치겠습니다
무지막지하게 울지는 않겠습니다
낡았다고 대놓고 말하는 젊은것들 당장 따끔하게 침 놓겠습니다
그러면서 나이 먹는 것 속상해하지 않겠습니다
나를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겠습니다
결벽과 완벽을 꾀하지 않겠습니다
병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오늘 하루를 생의 전부인 듯 살겠습니다
더 실패하겠습니다
(천양희, 『새벽에 생각하다』, 문학과지성사, 2017,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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