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셋째주, 금주의 사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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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에 사는 거지』, 커트 보네거트, 김용욱 옮김, 문학동네
책소개
20세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블랙 유머의 대가인 커트 보니것의 졸업식 연설문 모음집. 미국 교과서에 작품이 수록된 작가 중 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이자 청년들의 영웅, 반(反)문화의 대변인이었던 보니것은 졸업식 연사로도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정작 그에게는 대학 졸업장이 없었다. 시카고 대학 재학 시절, 이미 부양해야 할 아내와 아이들이 있었던 그는 결국 학업을 중단하고 생업에 뛰어들었고, 보니것의 졸업식 연설은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호응을 받았다.
보니것의 연설에는 그만이 전할 수 있는 위로와 감동은 물론, 삶의 아이러니와 부조리한 세상에 대한 특유의 풍자와 속시원한 유머가 있었다. 그는 대학 졸업식을 "현대의 사춘기 의식"이라 부르며 사회가 정한 기준에 따라,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들인 후에야 비로소 어른으로 인정받게 된 졸업생들의 어깨를 두드린다. 그의 이야기에는 가슴이 뻥 뚫릴 듯 통쾌하고 자꾸만 웃음이 새어나오지만 자꾸만 곱씹어보게 되는, 진짜 인생의 맛이 있다.
절판된 그의 다른 소설들이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좋다! 커트 보니것이 끄적거린 것이라면, 일단 뭐든지 읽고 보는 것이 좋다, 고 생각하는 팬심으로 골랐달까? ^^
『미각의 비밀』, 존 매퀘이드, 이충호 옮김, 문학동네
책소개
미각은 어떻게 인간 진화를 결정해왔는가? 저자 존 매퀘이드는 미각을 현 세기의 놀랍게 발전한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신화, 철학, 문학을 경이로운 솜씨로 종합하여 맛의 유래와 미래, 그리고 그 변화의 이유를 풀어내면서 마치 매운 고추를 먹을 때 뇌에서 무언가 황홀한 느낌이 폭발하듯 지적 호기심을 폭발시키며 독자들이 계속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게끔 이끌어간다.
그는 이 책에서 주방과 슈퍼마켓, 농장, 레스토랑, 거대 식품 회사, 과학 연구실을 직접 방문하고 탐사하면서 지금도 계속 드러나고 있는 향미 개념과 앞으로 수십 년 사이에 우리의 미각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양한 방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과학 연구를 소개한다.
즉, 유전자가 우리의 미각을 어떻게 빚어냈는지, 숨어 있는 맛 지각이 우리 몸의 모든 기관과 계에 어떻게 파고드는지, 마음은 다섯 가지 감각이 보내온 향미와 우리 몸의 대사 계들에서 보내온 신호를 어떻게 모아서 결합하는지, 단맛이 즐겁게 느껴지는 이유와 그것의 위험한 중독성, 왜 같은 음식인데도 어떤 사람은 역겨움을 느끼고 어떤 사람은 즐거움을 느끼는지, 현대인의 극단적인 맛에 대한 집착이 뇌에 대해 무엇을 알려주는지 등을 설명한다.
생각해 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남들이 맛있다고 느끼는 것들을 맛있다고 느끼고, 맛없다고 느끼는 걸 맛없다고 느낀다! 모두가 그렇게나 다르게 생겼는데 말이다. 말하자면, 어떤 것을 '맛있다/맛없다'라고 느끼는 것은 말그대로 종적인 특성일텐데, 그걸 추적하는 책이다.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복음서와 만나다』, 리처드 버릿지, 손승우 옮김, 비아
책소개
고전학을 가르치다 신약학으로 전공을 바꾸어 복음서를 예수에 관한 전기로 봐야한다는 논문과 저작을 출간해 신약학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킨 지은이는 이 책에서 저자-독자-본문이라는 삼각 구도를 염두에 두고, 현대 신약학의 연구들을 충분히 활용하여 각 복음서를 찬찬히 음미하는 법과 각 복음서가 전하는 바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전해준다.
예수를 신앙의 대상으로 보든, 하나의 역사적 인물로 보든, 그 인물을 살피기 위해서는 복음서를 살펴야 하며 그 출발점은 이 네 편의 초상화를 찬찬히, 그리고 세밀하게 감상하는 것이다. 이는 순간적인 감상이나, 감흥에 그치지 않고 긴 시간, 아마도 평생에 걸친 여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출발과 여정에 이 책은 좋은 인도자가 되어줄 것이다.
믿음도 없으면서 가끔 '복음서'를 읽곤 하는데, 거기에 나오는 예수의 삶이나 태도가 훌륭해서다. '훌륭한 삶'은 그 자체로 몹시 아름답기도 하다. 말하자면 '삶'을 하나의 작품이 된 셈인데, 그걸 감상하다보면 미감이 만족스럽다. 아마도 쉴러가 '미적 교육'과 '윤리'를 연결한 것도 그런 지점에서가 아니었을까?
『A급 전범의 증언』, 극동국제군사재판소, 김병찬 외 옮김, 언어의 바다
책소개
도쿄전범재판 속기록 한글본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됐다. 일본의 전쟁 범죄를 심판한 도쿄전범재판 속기록의 번역본 시리즈로, 도쿄전범재판 피고인 25명의 재판 신문 기록이 차례로 출간된다. <A급 전범의 증언-도조 히데키 편>은 그 첫 번째 책이다.
도조 히데키는 1941년부터 1944년까지 총리대신을 비롯하여 여덟 개의 대신직을 겸하며 전쟁 시기 일본을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일본을 전쟁으로 이끈 그의 전쟁관은 눈여겨볼 만 하다. 청산되지 않은 일본의 군국주의는 아베 정권의 안보관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가? 70여년 전 속기록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질문은 날카롭다.
도쿄전범재판의 영문 속기록과 일문 속기록을 비교.대조하여 번역한 <A급 전범의 증언>에는 259개의 각주와 지도, 주요 인물 소개가 실려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피고인과 검찰 사이의 치열한 공방전과 팽팽한 긴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작년(2016년)의 책이었던 『쇼와 육군』과 이어서 보면 좋을 듯 하다. 단편적으로(라고 하기엔 꽤 길게) 언급되었던 도조 히데키의 인간됨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현대 한국 사회에 남아있는 '식민지 모국'의 흔적들이 또 어떤 형태로 발견될지도 모를 일.
『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 제임스 헤리엇, 김석희 옮김, 아시아
책소개
반세기가 넘는 동안 독자들은 헤리엇의 놀라운 이야기와 생명에 대한 깊은 사랑, 뛰어난 스토리텔링에 전율해왔다. 수십 년 동안 헤리엇은 아름답고 외딴 요크셔 지방의 골짜기를 돌아다니며, 가장 작은 동물부터 가장 큰 동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환자를 치료하고, 애정이 담긴 예리한 눈으로 관찰했다.
제임스 헤리엇의 연작은 작가의 삶과 체험을 담고 있다. 수의대 졸업 후 대러비로 이주해 수의사로 일하면서 만난 사람과 동물들, 꽃다운 처녀와의 연애와 결혼(제1권)/한밤중에도 호출을 받고 소나 말의 출산을 도우러 나가야 하는 수의사의 고락과 시골 생활의 애환, 그리고 달콤한 신혼(제2권)/제2차 세계대전으로 공군 입대·훈련, 대러비와 아내를 그리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제3권)/군 제대 후 대러비로 돌아와 자식을 낳고 지역 명사가 되는 이야기(제4권).
제임스 헤리엇은 4부작 시리즈에 실린 이야기들 가운데 개에 관한(또는 개와 인간의 관계에 관한) 글들만 따로 엮어서 <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를 펴냈다. 원서에는 50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이 책에는 31편의 이야기만 골라서 엮었다. 4부작 시리즈의 우리말 번역본에 실릴 것들은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뺐고, 또 재미나 감동이 떨어지는 것도 몇 편 뺐다.
'복음서'에 관해 한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어떤 '보편 법칙'(?)에 부합하는 것들을 볼 때의 미적 만족감이 분명히 있다. 그게 (칸트적 의미에서) 자유의 극한일수도 있고, 그것과는 다른 영역의 어떤 '자연물'일 수도 있다. 이런 거창한 이야기는 접어버리고, 나는 인간은 크게 세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양이파', '개파', '중도'. 나는 비타협적인 '개파'다. 그러니 이런 이야기를 보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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