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네 G와 강아지의 동거
한 달 전 활보를 하러 G의 집에 갔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하얀색 말티즈인데 아주 많이 예쁘게 생긴 친구였다. 그리고 처음 만났을 때 강아지는 G보다 나를 더 따랐다. G는 그 강아지는 누가 와도 그렇게 반겨준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런데 G는 강아지가 나를 따르는 것이, 혹은 다른 사람을 따르는 게 못마땅했나보다. 약간 농담을 섞어서 “아무나 다 따르면 국물도 없어!” 라는 말을 말티즈에게 말했다.
이렇게 G와 강아지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사실 나는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있어서 익숙하지만 강아지는 길러본 적도, 가까이 한 적도 없다. 그리고 고양이와 달리 나를 향해 득달같이 달려드는 강아지가 나는 좀 부담스럽다. 하지만 뭐 이것도 인연이거니 ~~ 하고 받아들이려 하고 있었다.
강아지 한 마리의 등장!
그런데 내가 강아지와 처음 만난 날, G가 갑자기 나보고 강아지 목욕을 시켜달라고 했다. 나는 해 본 적도 없고, 또한 강아지 트라우마가 있어서 못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G는 막무가내였다. G는 자기가 강아지 목욕 시키는 방법을 알려 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G를 믿고 강아지 목욕을 시도했다. 그리고 1분도 채 되지 않아서 나는 강아지에게 손을 물렸다. 그 귀엽고 애교가 넘치는 강아지가 나를 보며 으르렁 데고 사납게 짖었다. 나는 손을 물리곤 G에게 못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개 목욕 하는지도 모르기도 하고 또한 G의 다른 활보 중에 개를 키우는 사람이 있으니, 그분한테 목욕을 부탁하라고 했다.
그러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G에게 물었다. “G! 혹시 강아지 키워 봤어요?” 그런데 G는 뜻밖에 이런 말을 했다. “아니요. 처음이에요.” 음....... 약간이라고 하기엔 많이 막무가내인 G의 성격을 그대로 말해주는...... 하지만 나는 그간 G를 봐와서인지 몰라도 그러려니 했다. 그리고 G가 아무리 막무가내라도 무작정 나에게 그런 목욕 방법을 알려주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G가 왜 강아지를 씻기라고 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G는 아주 깔끔하다. G는 손톱도 자르지 않고 간다. 콧속의 코털도 고통을 참으며 뽑는다. 또한 옷도 깔끔하게 입고 깔끔하게 정리한다. 순간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깔끔한 G에게 강아지라... 강아지가 G의 이불에 똥이라도 싸면...... 아마 그 강아지는 그날이 G와 사는 마지막 날이 될 것이리라. 그래서 G는 내가 못하겠다고 했음에도 강아지가 더러운 게 견딜 수 없어서 나에게 목욕을 부탁한 것이다. (아마 G는 강아지를 매일 씻기려 했으리라)
G가 강아지와 함께한지 한 달 정도 됐다. 그동안 G와 강아지는 많이 친해졌다. 사실 나는 G가 너무 깔끔한 성격이라서 얼마 안가 강아지 키우는 것을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막무가내 성격의 G는 너무도 잘 키우고 있다. G의 막무가내 성격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달까? 물론 강아지는 지금 좀 힘들 수도 있다.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매뉴얼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보면 강아지도 어느 정도 G에게 적응을 한 것 같다.
생각보다 강아지를 너무나 잘 키우고 있는 G
외출할 때 나는 G에게 신경을 많이 쓴다. 잘 걷지 못하기 때문에 방심하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G와 외출할 때 강아지는 거의 집에 두고 다닌다. 그런데 간혹 강아지와 함께 외출할 때가 있다. 한 달 동안 나는 3번 해 봤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G는 본인이 목줄을 잡고 강아지를 컨트롤 했다. 또한 멀리 갈 때도 자기가 강아지 가방을 목에 걸고 갔다. G는 강아지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거의 한달 동안 강아지는 오줌을 아무데나 쌌다. 그래서 깔끔한 G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었다. 가끔 화장실에서 싸면 G는 먹을 것을 주고 엄청 예뻐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강아지는 오줌을 잘 싼다. G는 그럴 때마다 엄청나게 기뻐하며 먹을 것을 손수 준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유독 강아지는 G가 외출하고 집에 왔을 때, G를 엄청나게 반겨준다. 이제는 떨어질 레야 떨어질 수 없달 까?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이제 강아지는 나를 은근 멀리 한다. 그리고 G를 더 따른다. 주인이니 당연해 보이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G가 노력한 결실이다. 정말 강아지의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으니 말이다.
이제 강아지의 마음은 어느새 G에게로...
이제 G 덕분에 나는 강아지 키우는 것까지 경험하고 있다. 막무가내인 G 덕이다. 지금까지 강아지를 키우면서 전적으로 G의 말을 따랐다. 의식적으로 철저히 G의 말에 따랐다. 왜냐면 G가 강아지 주인이기도 하지만 자기가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강아지가 너무 힘들어 하지 않는 한 최소한의 개입만 했다. 그리고 결국 G는 강아지를 멋지게 키우고 있다. G가 알지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이것은 G에게 엄청난 일이다. 이것은 활보 서비스를 받다가 이제 활보 서비스를 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G에게 활보의 마음을 알아달라는 건 아니다. 다만 활보 서비스를 받기만 했던 G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내가 활보를 하며 G에게 배우는 것처럼 말이다.
관식(감이당 대중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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