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인가 소유인가
- 미치거나 자유롭거나
사람들은 사랑과 소유를 혼동한다. 하지만 소유는 사랑을 멈추게 한다. 그래서 사랑과 소유는 공존하기 어렵다. 사랑하되 소유하지 않기. 그게 가능해? 그렇다면 선택지는 두 개뿐이다. 사랑과 소유를 혼동한 채 미쳐 버리는 것. 아니면 사랑과 소유를 동시에 포기하는 것. - 미치거나 자유롭거나!
〔고미숙, 『고미숙의 로드클래식』, 148쪽〕
'사랑'의 어려운 점이 여기 있다. 무언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그렇게 해서 정말 '내 것'이 되어버리면 그 순간 '사랑'이 멈추고 만다. 사람과의 관계만 그런가? 택배가 오기 전까지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도 막상 택배 상자를 열고 난 후, 가지고 있었던 다른 많은 물건들과 같은 상태가 되어 버리고 나면 그런 두근거림은 없어지고 만다. 자꾸 무언가를 사게 되거나, 자꾸 같은 패턴의 연애를 반복하거나 하는 것 모두 어쩌면 '두근거림'을 더 느끼고자 하는 '중독'일 수 있다.
택배가 온다는 소식을 들을때의 나의 마음은 이미 달리고 있다
'중독', 그것은 광기이다. 하지 않으면 내내 시달리며, 종국에는 노예가 되고 만다. '사랑의 노예', '소유의 노예'. 여기서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갖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진짜 같은 것인지를 말이다. '사랑'하게 되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그 마음이 과연 '사랑'인지를 말이다. 사랑하면 갖고 싶어진다는 것을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러니까 앞서 언급한 바에 고개를 끄덕인 순간 우리는 잠깐 미친 것이다^^ 사랑과 소유를 혼동하고 있는 셈인데, 그것을 인정한다면, 요즘 뉴스에 자주 나오는 '집착 살인'의 살인자가 뱉어놓는 말, '사랑해서 죽인 것'이라는 것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랑과 소유는 같은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사랑'과 '소유'를 결별시킬 수 있을까? 답이 없다. 사실 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는 '소유'를 '사랑'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살아왔다. 결국 두가지 모두를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사랑하지도 않고, 소유하지도 않는다. 수많은 구도자들이 결혼하지 않고, 속세의 재산을 내다버리듯 포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평범한 우리가 그렇게 할 수가 있을까? 나는 못하겠다. 다만, 이걸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한다. 사랑하고,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 '자유'를 떠올려볼 수 있는 실마리 하나는 얻은 셈이니까. 그렇게 한발씩 디디며 살다보면 언젠가 정말 자유로워질 날이 있겠지. 그걸 믿고, 조금씩 덜 가지면서 살고 싶다.(마침 화요일이니 이번주엔 그 어떤 택배도 오지 않도록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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