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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하고 인사하실래요 ▽/씨앗문장

『혈자리서당』으로 탐구한 나의 병과 필요한 혈자리

by 북드라망 2015. 9. 30.


위 때문이야~ 위 때문이야~ ?



달리 말해 몸의 변화 또한 위(胃)의 힘에 의지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소화가 되지 않고 위의 기운이 약하면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시시각각 변화되는 상황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위는 몸으로 들어오는 타자들(음식)과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이다. 낯선 것들과 만나서 몸 안에 필요한 에너지로 변환하는 힘이 위에서 발휘된다. 이게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당연히 섞이고 변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된다. 일단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면 사람들과 잘 섞이지 못한다. 말도 하기 싫고 움직이기도 싫다. 아니 그럴 힘도 나지 않는다. 즉, 위의 소화력을 바탕으로 삶에서도 타자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 셈이다. 그럼 점에서도 소통하려면 소화부터 원활해야 한다.

 「족삼리, 장수로 통하는 길」, 『혈자리서당』,  146쪽


저 부분을 읽으면서 왠지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내가 앓던 증상과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배앓이를 시작한 것이 3~4년이다. 아프기만 했을 때는 그럭저럭 버티고 살았는데 그게 몇 년 가니 정말 힘이 없어졌다. 위염이 도지지 않을 때는 잘 먹었다. 난 원래 잘 먹었다. 그렇지만 기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은 나도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말도 하기 싫고 움직이기도 싫었다. 단순히 수사가 아니라 정말 말하기 싫을 때가 많았다. 휴일에 말을 안 하기 시작하면 말 하기가 싫어져서 전화도 받지 않았다. 이러니 사람 만나는 건 오죽했을까. 낯선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는 만들지도 않았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결혼 때문에 연락이 끊겼던 동창들에게 연락이 오는데 그게 얼마나 싫던지. 사람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게 싫어서 번호까지 바꿨다. 나름 오지라퍼였던, 흥이 넘치던 나의 이런 변화가 모든 게 위(胃) 때문이었을까?


위때문이야~ 위때문이야~?



병이 존재의 변환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닌가라고 질문하게 된 것이다. 이건 우리 일상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감기라도 거리면 콧물이 쏟아지고, 기침과 고열이 나는 등 몸 전체에 변화가 일어난다. 가끔 이 신체적 변화[병]가 감정의 회로를, 삶의 동선을 구체적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머리말」, 같은 책, 12쪽


그렇지만 한편으로 이 병은 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달라질 수 있는 기회. 나는 남의 일에 간섭하기 좋아하고, 빨빨거리고 다니기 좋아했다. 아닌 척 했지만 그랬다. 훈수두기 좋아하고 거기에 거절 같은 것도 잘 못해서 도와줍네~하고 이런저런 일들을 많이도 받아 했었다. 20대의 내 인생은 온통 다른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힘이 없다. 예전처럼 빨빨거리고 다니기엔 체력이 모자라다. 누군가의 삶에 이런저런 간섭을 하거나, 도움을 주고 싶어도 그 일들을 끌고 갈 여력이 없었다. 몇 번 기꺼이 도와주기로 했다가 힘에 부쳐 어이 없는 결과물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나와 지인들을 괴롭힌 이후에는 도와주는 것도 관두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다. 해낼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개는 거절하거나 아주 조금 도와준다. 도와주기로 하고도 일을 망치면 욕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욕먹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나는 그걸 견딜 힘이 없었다. 그래서 거절이란 걸 하게 되었다. 이게 의외의 결과를 낳았는데, 거절을 하다 보니 거절을 받는 것도 좀더 쉬워졌다. 예전에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일이 참 힘들었다. 내가 거절하는 게 힘드니 상대방이 거절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절을 몇 번 해보니 이게 별일이 아니었다. 거절받는 게 무섭지 않으니 아이러니하게도 부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일이다. 물론 현재진행중인 일이긴 하지만^^


앓은 덕에 좋은 점도 있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이게 모두 위 때문인가 보면 위 때문인 것 같다. 족삼리가 속해 있는 족양명위경의 오수혈들이 하나같이 내 증상들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함곡과 내정에 관한 부분은 읽다가 울 뻔했다^^;; 물론 그렇다고 위 탓만 할 수는 없을 거다. 위부터 치료해나가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거지. 배앓이가 심한 언젠가 병원에 갔더니 급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내리면서 ‘과식하지 말고 스트레스를 잘 풀라’고 했다. 뭐든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없앨 순 없다. 스트레스를 잘 견디고 푸는 힘을 기르는 게 관건이다. 나는 그 시작을 ‘위’부터 하면 될 것 같다. 족양명위경의 혈자리들을 잘 탐구하고, 족삼리를 꾸준히 괴롭히고(^^) 많이 걷는다. 그것부터 하나씩 해보자. 그리고 그 결과는 한 내년쯤 보고할 수 있길 바라며^^


처음 걷는 마음으로 열심히!



아직 일말의 오지랖은 남아 있어서 덧붙이자면 이런 변화를 나 혼자만 독점하기는 아까우니 독자님들도 『혈자리서당』을 보며 스스로의 ‘증상’과 ‘해법’을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댓글로 공유해 주시면 더 좋겠습니다:D 대햇


『혈자리서당』으로 나의 '증상'과 해법을 탐구해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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