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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보활보18

나는 화장실에서 하는 모든 일을 제일 잘하지! 화장실 청소가 가장 쉬웠어요 활동보조 일을 시작한 지 5개월이 되었다. 스스로 돈을 버는 일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서울 오기 전 남원에 있는 돈가스 집에서 서빙을 하는 일이 내 첫 아르바이트였다. 나름대로 일을 즐겼고 싹싹하게 손님을 대해서 사장님에게 귀염을 받았었다. 하지만 일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일 나가기 싫다고 부모님께 많이 투덜거리기도 했었다. 다행히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돈을 모아 감이당에 공부하러 올라왔다. 그런데 돈 관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두세 달 만에 돈이 바닥나버리고 말았다. 다시 일하려는데 이번에는 서빙 말고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마침 감이당 사람들은 색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바로 활동보조이다. 이걸 알게 된 이상 지체 없이 도전하기로 했다. 교육을 마치고 운 좋게.. 2015. 10. 2.
과거 나에게 다시 배우는 진정한 '자립'의 마음가짐 그 활보의 흔적은 다 어디로 갔나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활동보조 일이(이하 활보) 근 한 달 전인 올해 7월부로 마무리 되었다.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나(?) 다시 용돈을 받으며 편히 먹고 자는 생활 중.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시간이 흐른 지금, 활보를 하는 나와 하지 않는 나의 생활은 매우 다르다. (지하철을 달렸던 시간에 방을 기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생각해보면 그때의 내 모습이 참 낯설다. 넌 누구냐!, 활보를 하는 나의 모습이 궁금해지더라. 그래서 던진 ‘활보를 하는 나는 어땠지?’라는 질문. 낯설게 느껴지는 내 모습을 돌이켜보면서, 활보를 통해 얻은 배움 중에 혹여 벌써 저 구석으로 치워 놓고 잊은 것이 있진 않을지 살펴보고 싶었다. 그러자 활보를 통해 처음으로 스스로를 먹여 살려봤었고 .. 2015. 9. 4.
활보 3개월차, 제 시간에 밥을 먹을 수 있는게 제일 좋습니다 밥심으로 활보하기 장애인활동보조를 가지고 글을 쓰라고 했을 때 아무런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다. 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이 글을 통해 타인에 대해 할 이야기도 없고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내가 장애인활동보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러고나니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감이 잡혔다. 바로 내가 장애인활동보조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활보를 처음 하게 된 내 이야기이다. 연구실에서 장애인활동보조를 가장 먼저 한 G군이 있다. 당시 나는 트럭에서 택배 물건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활동보조를 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활동보조라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G군이.. 2015. 8. 7.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알아야만 친해질 수 있는 걸까? G씨와의 거리두기 연애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랑이고 상대가 나에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우린 한 몸이라며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세세한 것까지 이야기 했다. 그러나 헤어질 땐 마치 처음 만난 사람마냥 낯선 그녀가 되어 내 곁에서 떠나갔다. 그녀에 관해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다. 활보할 때도 그랬다. 나는 내 이용자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용자 G씨는 손을 잘 못쓰고 말을 심하게 어눌하게 한다. 그래서 내가 밥도 먹여주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 통역 역할도 한다. 그러다보니 나는 G씨에 대해 많이 알아야 했다. 어떤 반찬을 좋아하는지 얼마나 먹을지.. 2015.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