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여는 지혜의 인드라망, 북드라망 출판사 :: 활보 3개월차, 제 시간에 밥을 먹을 수 있는게 제일 좋습니다


밥심으로 활보하기





장애인활동보조를 가지고 글을 쓰라고 했을 때 아무런 주제가 떠오르지 않았다. 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득 이 글을 통해 타인에 대해 할 이야기도 없고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는 내가 장애인활동보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쓰면 되는 것이다. 그러고나니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감이 잡혔다. 바로 내가 장애인활동보조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해 보기로 한다.



활보를 처음 하게 된 내 이야기이다.


연구실에서 장애인활동보조를 가장 먼저 한 G군이 있다. 당시 나는 트럭에서 택배 물건을 나르는 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기 때문에 활동보조를 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활동보조라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좋은 일이었다. 게다가 G군이 일하러 가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들은 적은 없었지만 막연하게 한 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후로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주변에 활보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 흐름에 합류하고 싶었지만 평소 겁이 많은 성격이라 계속 뒤로 미루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덧 2014년 여름이 되었다. 이때부터 나는 활보를 하게 되었다. 활보를 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간단했다. 아침식사에 만난 청년학사 곰집 사감께서 활보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는 말에 바로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게 되었고 마침 알맞은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활보의 첫발을 그렇게 내딛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겁이 많은 성격이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겁부터 낸다. 그런데 이렇듯 급작스럽게 일을 시작하게 되어 겁을 낼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활보를 하려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약 10시간의 실습시간을 갖게 된다. 이용자의 집에 가서 선임활보에게 인수인계를 받던 중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주방에서 자유롭게 취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날 냉장고와 냉동실에는 눈에 띄는 음식재료가 보였다. 평소 요리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유독 쌓여서 버려질 위기에 처한 음식재료들을 보니 요리하고 싶은 생각이 났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선임활보가 집에서 식사를 하게 될 때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이용해서 자유롭게 요리해 먹어도 좋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 말을 듣고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요리를 해보고 싶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하리라 생각한 건 아니지만ㅠㅜ


앞서 활보를 한 지 3개월이 되었다고 했지만 활보를 한 횟수를 따져보면 약 10회 일을 했다. 왜냐하면 일주일 중 금요일만 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리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고 행여 집에서 밥을 먹더라도 있는 반찬을 꺼내 먹거나 요리하지 않고 간소하게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용자가 궁중떡볶이를 만들어 먹자고 했다. 이미 전날 재료도 준비해놓았는지 냉장고에는 필요한 준비물은 완비되어 있었다. 국물이 좀 많아서 떡볶이라기 보다는 떡국에 가깝게 되었다. 이때는 처음과 달리 이미 요리를 하고 싶은 의욕이 식어버렸는지 아니면 의욕만 너무 앞섰는지 첫 요리 등판은 실패로 끝났다. 이용자는 이제 나에겐 요리의 기회를 주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바깥에 나가면 밥을 챙겨먹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라 그런지 활보를 할 때도 밥을 챙겨먹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했다. 활보를 한 첫 날 이용자는 직접 일을 해보니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밥을 제 시간에 먹을수 있어서 그런지 활보 일을 하는 게 좋다고 대답한 것 같다. 이 말을 듣고 이용자는 웃었다. 교육 때도 이용자의 의사결정을 최대한 존중하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이용자가 밥을 먹고 싶으면 준비하고 그렇지 않으면 준비하지 않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과 이용자가 생각하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시간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이용자가 생각하는 식사 시간이 아니어도 내가 생각하는 식사 시간이 되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요리를 하여 밥상을 차려서 먹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활보의 모습이 이용자에게는 어떻게 비춰보이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는 밥을 먹는데 있어서는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좋은 날이 계속 될지는 알 수 없다. 행여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하는 때가 오더라도 지금까지의 잘 챙겨먹은 것으로 별다른 불평은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글_범철




내 활보의 원동력은 때 맞춰 먹는 밥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