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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주걸쓰33

[임신톡톡] 입덧, 공생을 위한 이니시에이션 입덧, 공생을 위한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함께’보다 ‘쇼핑몰’을 선택한 인간 헤어조크라는 독일 감독의 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매우 신선했다. 영화 맨 처음부터 외계인이 등장하며 말한다. 자신의 별이 사막화가 되어 지구에 왔다고. 하지만 지구에 새로운 세계를 건설했다가 망하고, 이제 지구인조차 살기 힘든 지구에 남겨졌다고. 한 마디로 지구 입주 계획이 실패한 것이다. 그런데 외계인은 자신이 한 짓을 똑같이 하는 지구인을 목격한다. 지구인도 사막화된 지구를 버리고, 다른 별을 찾기 위해 우주탐사를 시작한 것. 드디어 어떤 별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그 별은 외계인이 버리고 온 바로 그 별. 하지만 지구인은 그 별이 외계인이 버린 별인지도 모른 채 이상적인 식민지 건설을 위해 탐사를 시작한다. .. 2015. 3. 19.
[임신톡톡] 임신 9~10개월, 형체와 기운의 균형 형체를 단단하게, 기(氣)를 충분하게 아홉째 달, 석의 정기를 받아 뼈마디가 완전해진다 그 산꼭대기에는 신령한 돌이 하나 있었는데, (중략) 이 바위는 하늘과 땅이 열린 이래로 항상 하늘의 참된 기운과 땅의 빼어난 기운, 그리고 해와 달의 정화를 받아들였지요. 그런데 오랫동안 그런 것들에 감응하다 보니 마침내 신령하게 통하는 마음이 생겨나서, 안으로 신선의 태(胎)를 키우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돌이 쪼개지면서 돌 알 하나를 낳았는데, 크기가 둥근 공만 했어요. 그 돌 알은 바람에 노출되어 깎이다가 모양이 돌 원숭이처럼 변했지요. ─오승은, 『서유기』 1권, 서울대학교 서유기 번역연구회 옮김, 솔 출판사, 34-36쪽 『서유기』에 서술된 손오공의 탄생 과정이다. 저팔계‧사오정과 함께, 삼장법사를 모.. 2015. 3. 5.
[임신톡톡] 임신 7~8개월, 혼백이 노닐다 일곱 여덟째 달, 혼백(魂魄)이 노닐다 에베레스트 산도 자란다 중‧고등학교 때 지구과학이나 지리수업은 나에게 있어 썩 재미있는 공부는 아니었다. 딱딱한 이론과 통계치, 숫자들의 배열, 실생활과는 무관한 것 같은 그림들. 그래서 그런지 그때 배운 기후, 지형, 식생, 토양 등에 대한 내용은 거의 머리에 남아 있지 않다. 요즘 오운육기와 세계지리를 횡단하는 세미나를 하면서 지리에 대해 재발견하는 중이다. 우리는 오대양 육대주, 산, 사막 등이 모두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잘못된 생각이었다. 우주가 지구를 낳고, 지구는 또다시 대륙과 해양을 만들어내고, 거기서 또 다양한 형태의 지형을 탄생시키고 있었다. 고정되어 있을 것 같은 땅덩이도 인간이 아이를 창조하는 것처럼 계속 새로운 것을 창.. 2015. 2. 12.
[임신톡톡] 임신 5~6개월, 형태의 탄생 화·토·금의 삼중주, 형태의 탄생 몸과 절기의 스파크 일요일 아침, 느닷없이 깨어 몇 주째 버리지 못해 산더미가 되어버린 재활용 쓰레기를 버렸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할 일을 찾지 못하고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방바닥에 널려 있는 책더미, 뒤죽박죽 섞여 있는 책꽂이, 수북이 쌓여 있는 자료들, 너저분한 책상…. 눈은 이미 책꽂이를 향했고 손은 벌써 버려야 할 책들에 가 있었다. 책꽂이 서너 칸을 순식간에 비우고 책꽂이 꼭대기에 올려놓았던 책들마저 끌어 내렸다. 방바닥에 쌓여 있던 책들을 빈칸에 챙겨 넣고, 분류에 맞게 다시 배열했다. 쌓여 있던 자료들은 목록을 작성해서 자료보관함에 넣었다. 버릴 책들을 노끈으로 묶어 엘리베이터까지 수차례 왔다갔다하니 맥이 탁 풀렸다. 그렇다고 이대로 그만둘 순 없는 법. .. 2015.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