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야자키하야오32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증오를 이기는 흔들림 《원령공주》 ③ 캐릭터 증오를 이기는 흔들림 숲에는 얼굴이 있다 《모노노케 히메》의 캐릭터 창조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고매한 신에서부터 비루한 인간까지 각자의 감정이 풍부하게 묘사된 점에 있다. 이전까지 미야자키는 해적인 할머니라든가 정원사 거신병, 저주에 걸린 돼지 인간 등 비인간적 캐릭터의 다양한 실험을 해 왔다. 그리고 《모노노케 히메》에서는 숲에 사는 다양한 신들, 정령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는 데 도전을 한다. 특히 미야자키가 주목하는 감정은 증오다. 미야자키는 증오의 다양한 수준을 보여준다. 차례로 살펴보자. 맨 먼저 엄청나게 화가 많이 난 멧돼지 신 나고가 등장한다.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물속 장어처럼 힘차게 약동하는 분노의 촉수들은 사방으로 먹잇감을 찾듯 뻗어 나간.. 2024. 2. 1.
[미야자키 하야오-일상의 애니미즘] 하늘이 웃는다 《붉은 돼지》② 사건 하늘이 웃는다 《붉은 돼지》는 《마녀 배달부 키키》처럼 마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키키가 빗자루를 타는 마녀의 능력을 잃었다가 다시 찾듯, 붉은 돼지 포르코는 잃어버린 인간의 얼굴을 되찾는다. 날지 않으면 ‘그냥 돼지’가 되고, 인간으로서 날게 되면 ‘파시스트’가 된다. 그래서 인간으로서는 날 수 없고 돼지로 난다. 포르코가 다시 인간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하늘을 나는 인간이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자. 체리가 익어 갈 무렵 천상의 시점은 위험하다. 《라퓨타》의 악당 무스카는 지상의 모든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욕심에 빠졌고 결국 모든 권력보다 더한 권력을 쥐겠다며 하늘 위에서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향해 총을 쏘았다. 그는 지상의 모든 사랑에 고개를 돌렸으며, 부에 대.. 2024. 1. 4.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섬들의 바다, 자율의 하늘 《붉은 돼지》 ① 공간 섬들의 바다, 자율의 하늘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10월 9일 세종시는 한글날을 기념해서 공군의 에어쇼가 있었다. 호수 공원 위 뻥 뚫린 하늘 위로 7대의 블랙 이글스가 날아올 것이라는 예고에 30분 전부터 시민들은 웅성웅성 하늘 기운을 읽었다. 옆에서 아이들이 발 구르기 하는 것도 돌진해 오는 비행기 소리로 착각할 정도로, 모두가 간절히 에어쇼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런 풍경도 하늘 나름이다. 지구 저편의 다른 하늘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비행기가 날아올까봐 두려워 숨는다. 에어쇼는 처음 보았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하겠느냐고 콧방귀를 끼다가, 단단히 뒷통수 맞았다. 열린 하늘 남쪽 끝에서 비행기가 몰려와 꽃잎이 펴지듯 펼쳐지고, 왼쪽.. 2023. 12. 28.
[미야자키하야오-일상의애니미즘] 청소는 나의 운명 《마녀 배달부 키키》③ 캐릭터 키키(3) 청소는 나의 운명 키키는 붉은 돼지 키키는 과연 어떤 마녀가 될까? 바닷가 마을에 계속 머무르게 될까? 설마 톰보와 결혼까지 하고? 키키는 마녀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리는 마법사 계열의 개시를 멋지게 알리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후의 마법사들과 비교해보면 키키에게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온천장의 유바바는 다섯 손가락 전부 반지를 끼고서, 온갖 금은보화로 장식한 오피스와 내실(內室)에서 일한다. 움직이는 성의 하울도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자기 방을 엄청나게 꾸미고 살며 외모 가꾸기에도 소홀함이 없다. 바다 여신의 딸인 포뇨는 외모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그 어머니 그란 만마레 역시 귀걸이며 목걸이며 화려한 화장이 대단했다. 그란 만마레는 움직일 때마다 별빛과.. 2023. 12. 21.